무진성, 긴 터널을 지나 빛을 본 [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1. 11. 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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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배우 무진성, 사진제공|NEW


긴 터널을 오랫동안 지나왔다. 불안감이 몸을 휘감았지만 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이제야 저만치서 빛이 보인다. 배우 무진성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진다.

“30대 중반이 된다는 게 불안하기도 해요. 연기를 하다가 현실에 부딪혀 다른 직업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니까요. 찾아주는 사람이 있지 않으면 제가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 나이가 들면서 그런 기회들이 조금씩 줄어들기도 하고, 저 또한 ‘다른 직업을 가져야 하나’ 고민하는 시기였죠. 굉장한 슬럼프였어요.”

그 때 만난 건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 오디션이었다. 절실한 마음으로 오디션에 응했고,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작품 안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눈이 가는 고운 남자 ‘유진’으로 분해 인생 제2막을 예고했다.

“좋은 반응들을 보면서 저조차도 믿겨지지 않더라고요. 마땅히 누려야하는 걸 못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거였는지 느끼는 코로나19 시국인데, 저도 절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거든요. 영화가 개봉하고 관객이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요즘이에요.”

최근 충무로에 핫하게 떠오른 ‘신성’ 무진성을 ‘스포츠경향’이 만나봤다.


■“멋진 류승룡, 내게 먼저 손 내밀어”

데뷔 8년만에 내놓는 첫 영화다. 극 중 성소수자로서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유진’을 연기하며 그도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저도 ‘유진’과 어느 정도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20대엔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 소통하는 것에 행복을 느꼈는데요. 사람들에게 상처를 여러번 받게 되면서 어느 순간 관계가 좁아지게 되더라고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한 고충과 진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게 됐고요. 이것마저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그는 ‘뭘 해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조건으로 ‘배려’를 꼽았다.

“상대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면 그 사람에게 마음이 가요. 저 역시도 상대의 생각이나 말을 끝까지 들으려고 하는 편이고요. 그래야 제 말에도 힘이 생기거든요.”

그런 점에서 함께 합을 맞춘 류승룡은 정말 멋진 선배였다. 상대를 배려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류승룡에게 많은 걸 배웠다는 그다.

“정말 멋진 분이에요. 선후배 관계라면 후배가 더 많이 다가가야 하는데, 오히려 선배가 먼저 제게 손을 내밀어줬어요. 어려운 일이거든요. 또 제가 고민하거나 걱정하는 마음을 꿰뚫어보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이 이끌어줬어요. 연기적으로 같이 고민했고요.”


■“‘저 사람 참 따뜻하다’는 말 듣고 싶어요”

영화를 개봉하기까지 또 한 번의 마음 고생을 겪었다. 지난 2019년 촬영을 마쳤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한없이 미뤄졌던 것. 생애 첫 영화로 막 빛을 보겠구나 기대했던 그가 다시 한 번 무너졌던 순간이기도 했다.

“기약없는 기다림이었어요. 많이 힘들었죠. 개봉 시기에 확신이 생기면 3년이라도 기다릴 텐데, 언제가 될 지 모르니 더 답답하더라고요.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힘든 상황이니 ‘나 힘들어’라고 어디다 투정을 부릴 수도 없는 거잖아요. 속앓이를 많이 했죠.”

‘위드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서 이제야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며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그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만남에 제약을 받고 각자 홀로 시간을 보내야 했잖아요? 저 역시 그랬는데,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말하지 않아도 멀리서 절 지켜봐주고 응원하는 ‘내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는 시기기도 했고요.”

앞으로 더 여러 작품에서 여러 얼굴을 보여주고 싶단다.

“관객들의 관심과 에너지가 있어야 배우에게도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요. 그래서 많은 이가 ‘장르만 로맨스’를 봐주면 좋겠고, 제 연기와 저에 대해 궁금해하길 바라요. 새로운 것들을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왔으면 하고요.”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에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저 사람 참 따뜻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 또한 상대를 많이 배려하는 사람이란 뜻이겠죠? 저 역시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넬 수 있는 사람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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