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만 로맨스' 백경숙 대표 "누군가의 꿈 이뤄주기 위해 영화해" [N:딥풀이]③

영화 '장르만 로맨스' 감독, 제작자 인터뷰

영화 '장르만 로맨스' 백경숙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옷을 맞춰 입었어요, 블랙 앤 화이트로."

각자의 의상을 가리키는 두 사람은 생김새부터 말투까지 어느 것 하나 닮은 데가 없었다. 검은색의 우아한 블라우스를 입은 영화사 비리프의 백경숙 대표와 깔끔한 흰색 코듀로이 셔츠를 입은 조은지 감독은 성격도 입은 옷 색깔처럼 서로 달랐다. 시원시원한 말투와 카리스마를 장착한 백경숙 대표가 과감하고 강렬한 검은색이라면, 섬세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조은지 감독은 완벽주의적이고도 사려깊은 흰색이었다. 두 사람은 '위드코로나' 시대 개봉한 첫번째 한국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완성시킨 주역들이다.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사람들의 사생활을 유쾌한 톤으로 그려낸 드라마 혹은 코미디 혹은 로맨스 혹은 그 모든 장르 사이에 있는 영화다. '장르만 로맨스'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애매한' 장르 안에서 여러 관계들이 빚어내는 상황을 통해 웃음과 공감, 재미를 준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루며 '캐릭터 맛집'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지난 17일에 개봉한 '장르만 로맨스'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2주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26일까지 누적관객수는 43만 4379명이다. 천만 영화 '극한직업' 이후 배우 류승룡이 택한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으며, 배우이기도 한 조은지 감독의 첫 상업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얻었다. '2박3일'이라는 제목의 단편 영화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조은지 감독은 방은진, 문소리 등의 뒤를 이어나갈 촉망 받는 '배우 출신' 감독이다.

조은지 감독의 파트너, '장르만 로맨스'의 기획자이자, 제작사 대표인 백경숙 대표는 스크립터로 시작해 영화 '좋지 아니한家'(2006) '내사랑'(2007) '쩨쩨한 로맨스'(2010) '베스트셀러'(2010) '연가시'(2012) '방황하는 칼날'(2013) '비스트'(2019) 등 유명 작품들의 프로듀서로 활약해왔다. '방황하는 칼날'과 '비스트'를 연출한 이정호 감독의 아내이자 영화적 동지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동료로서 서로를 알아왔던 백 대표와 조 감독은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제작자와 감독으로 만났다. 두 사람에게 '장르만 로맨스'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프로듀서로 여러 편의 한국 영화들을 담당해왔던 백경숙 대표에게 이 영화는 이정호 감독과 함께 설립한 첫번째 영화 제작사(비리프)에서 선보이게 된 첫 작품이다. 아직 감독 보다는 배우라는 옷이 더 편안하다는 조은지 감독에게도 이 영화는 처음 연출하게 된 장편 상업 영화다. 첫 아이와도 같은 영화를 선보이는 두 사람의 눈에서는 설렘과 우려가 동시에 묻어났다. 이제는 언니와 동생처럼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게 된 이들이 풀어놓는 '장르만 로맨스'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은 영화 만큼이나 의외의 요소들이 가득해 흥미로웠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감독(왼쪽)과 백경숙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N:딥풀이】②에 이어>

-영화가 공개된 후에 반응이 좋았다. 반응에 대해 느끼는가.

▶(백경숙)지금 분위기만 보면 월드 와이드로 진출할 기세다.(웃음)그런데 아무래도 오랜만에 극장에 오셔서 너무 즐거운 마음이 되게 많으신 것 같은 거 같기도 하다.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이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극장에서 웃어본 게 얼마 만인지'하는 리뷰가 되게 많다. 오랜만에 극장에 들어와 옆사람이 웃는 소리를 듣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는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

-두 사람이 처음 함께 한 작품이 '쩨쩨한 로맨스'(2010)다. 서로 처음 만났을 때 어땠는지 기억이 나나. ▶(조은지) 그 전에 알고 있었다. 대표님의 남편이 이정호 감독님이다. 감독님과 함께 있는 술자리에서 내가 옆 테이블에 있었는데 갑자기 감독님께서 '은지씨' 이러면서 나한테 500원을 주셨다. 그래서 왜 이걸 나한테 주시냐고 물었더니 '계약금입니다' 이렇게 얘기하시더라. '다음에 저랑 꼭 작업해요'라고 얘기를 하셨는데 아직까지도 안 불러주고 계시지만 이제 얼마 전에도 계속 그 얘기 했었다. 언제 불러주실 거냐고.(웃음)

▶(백경숙) 이정호 감독이 배우 조은지를 되게 좋아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좋아한다.

-그 자리에서 백 대표와도 만나 친해진건가.

▶(조은지) 그때는 얼굴만 익히고 있다가 이제 '쩨쩨한 로맨스'가 계기였다. 마지막 장면에 출연했는데 7시간 대기를 했었다.

▶(백경숙) 아니 9시간은 됐던 것 같다. 미안하다.(웃음)

▶(조은지) 그런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시간이 되게 많았다.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막 너무 미안해 하시더라. 내가 술은 잘 못 마시지만 그때는 막걸리를 조금 마실 때였는데, 그 얘기를 들으셨나보다. 9시간을 기다렸으니 막걸리 9종을 사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서 '쩨쩨한 로맨스' 뒷풀이 자리에 갔다. 주요 배우들이 있는 자리에 내가 있기 조금 어색했다. 당시에도 나는 낯가림이 심했는데, 그래서 노래 한 곡을 부르고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나왔는데 대표님이 친화력이 좋다. 인연을 중요시 하는 분이라서 그때도 "막걸리 9병 사줄게"하시더니, 끝까지 잊지 않고 말씀하셨다.

-그때 서로 친분을 만들고, '장르만 로맨스'를 하면서 더 친해진 건가.

▶(조은지) 더 많이 알게 된 거다. 대표님 지인분들 통해서 내 얘기도 많이 들으시고.

▶(백경숙) 나는 내가 조은지와 열 작품 한 줄 알았다. 하도 사람들이 조은지 얘기를 해서.

▶(조은지) 나도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 대표님에 대해서 얘기를 듣게 되니까 서로 어떤 교류가 없어도 너무 잘 알겠더라. 그래서 더 뭔가 편했던 것도 있다. 워낙 편하게 해주신다. 처음에 나는 진짜 각 잡고 갔었다. 자칫 내 마음이 잘못 표현될 수 있다 생각해서. 그런데 굉장히 심플하시고 쿨하셔서 '오케이 알겠어' 하시는 그런 부분들이 좋더라.

영화 '장르만 로맨스' 백경숙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함께 하면서 느낀 서로의 공통점도 있나.

▶(백경숙) 공통점이 사실 많이 있다.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것, 그게 진짜 똑같다.

▶(조은지) 그냥 그게 나를 인정하는 부분인 것 같다. 나 혼자는 망해도 되는데 누군가 나하고 같이 있을 때 나 때문에 그게 망할까 봐 되게 전전긍긍해 하는 게 서로 되게 똑같은 것 같다. 나머지 성향은 또 굉장히 다르다. 대표님은 외향적이시고 나는 내향적이고. 그런데 사실 대표님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나도 되게 외향적으로 표현이 된다. 물론 나도 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외향적이다.

▶(백경숙) 맞다. 조은지 감독이 친해지면 진짜 웃기다. 술도 안 먹으면서 말이다.(웃음)

-리투아니아 가서 촬영했을 때 에피소드 같은 건 없었나.

▶(조은지) 카니발 장면을 찍었어야 됐는데 우주피스 공화국 축제를 담당 하시는 팀이 섭외가 돼서 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촬영 기간이 축제 기간도 아니었고 그렇다 보니까 화면을 채우기 위해서 좀 고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리투아니아가 좀 힘들었던 것은 리투아니아 자체가 영상 산업이 발달을 아직 안 했다. 그래서 이렇게 촬영하거나 이런 일이 빈번하지가 않은 거다. 그래서 리투아니아는 지나가는 차를 함부로 막으면 안된다.

▶(백경숙) 그러니까 통제를 하면 안 되는 거다. 통제를 하면 걸린다. 우리나라처럼 보출(보조출연) 팀장에게 얘기하고 해서 이렇게 움직여 달라, 이런 것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정말 촬영하기 정말 좋은 나라에 살고 있었던 거다. 거기서는 안 되는 영어로 서로 설명을 하는데 여기 이만큼 찍어야 되니까 차를 못 오게 막아 달라라고 하는데 그 개념이 뭔지를 이해를 못하시더라. '무슨 말이야? 말이 돼?' 이러는데, 시간은 없지 감독님의 얼굴은 초조해지는 지고. 찍어야 되는데…그쪽 PD가 그래도 큰 결단을 내려서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면서 처리해주셨다.

-2년간 개봉을 기다리면서는 어땠나.

▶(조은지) 불안하기도 하고 근데 뭐 저희뿐만이 아니다. 다들 대기 중인 작품들도 너무 많고 빨리 이 코로나가 종식되기만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결국에는 코로나19에 대해 의식적으로 면역력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더라.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는 거니까. 그래서 이번에 '위드 코로나'를 하면서 개봉 시기를 잡았던 거고 우리 작품으로 인해서 좀 더 많은 분들이 더 활성화되고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백경숙 대표가 '장르만 로맨스'의 장르적 애매한 지점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전반적으로는 코미디 영화에 가까운 것 같다. 코미디 장르라는 의식을 갖고 영화를 찍었나.

▶(조은지) 현실 코미디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각 캐릭터마다 그 나이대의 어떤 고민을 좀 희화화해서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가 보는 사람 입장에 공감이 돼서 웃음을 자아내기는 하지만 그들은 굉장히 이제 진지해 보이는, 그런 게 현실 코미디다. 그런 부분들이 각 캐릭터마다 그 나이대의 그 위치 그리고 그 상황에 잘 맞는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감독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 '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감독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각자에게 편안하다고 느껴지는 장르가 있나. 혹은 선호하는 장르가 있나.

▶(백경숙) 모든 영화는 다 힘들고 찍다 보면 하기 싫어지는 것 같다. 내가 이걸 왜 했지 막 이러면서.(웃음)

▶(조은지) 딱히 가리는 장르는 없다. 그렇지만 판타지가 나한테는 감정이 이입이 되기까지가 조금 어려웠다. 나는 현실에 기반한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좋다. 코미디든 드라마든 액션이든 그런 이야기를 훨씬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백경숙) 나 같은 경우는 그러니까, 어떤 캐릭터가 무슨 얘기를 하는가가 저는 제일 중요하다. 그게 명확하다면 이게 코미디든 스릴러든 호러든 상관이 없는 거다. 물론 제작하는 현장에서 힘든 것은 '특'자가 붙으면 힘들다.(웃음) 특효, 특수 효과 이런 것. 그렇지만 내가 보는 영화는 선호하는 장르가 전혀 없다.

-감독이자 제작자로서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조은지)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했는데 '2박 3일'이라는 그 작품을 쓰면서 이제 주변 지인들이 보시고 '이걸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겠다'라는 얘기를 하셨고 그때 '2박 3일'를 생각하게 됐고, 어떤 인물들은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게 계속 머릿속에 떠나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해봐야겠다'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내게 또 다음이 주어지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

▶(백경숙) 나는 꿈도 없고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는 애였다. 진짜 농담이 아니다. 그러니까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내일 당장, '다음 달에 뭐 하지?' '내일 뭐 하지?' '커서 뭐 되지?' '내일은 뭐 하지?' 이런 생각을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건 없고 용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나갔는데 그 사무실에 처음 보는 아저씨가 있었고 그 아저씨가 짜장면을 시켜 먹더라. 짜장면을 시켜 둘이 짜장면 먹고 있는데 갑자기 그 아저씨가 나한테 그러더라. '내 친구가 영화 감독인데 거기 지금 스크립터가 잘렸대, 비어 있다는데 너 혹시 거기 아르바이트 안 나가볼래?' 이래서 '아 그래요? 네' 이러고 갔다. 학교도 가기 싫고 하고 싶은 게 아무 것도 없던 때였고 허무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던 상태다. 차라리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이 맞아라, 이러면서 휴거가 오겠지 이러고 있을 때인데 그러다 그냥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거다. 아무 것도 모를 것 아닌가. 첫 영화는 욕을 엄청 먹으면서 했다. '슬레이트 갖고 와' 하면 슬레이트가 뭔지도 모르는 바보였다.

-스크립터로 첫 영화를 어렵게 했는데, 그게 어떻게 지금의 제작자라는 직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건가.

▶(백경숙) 첫 영화로 바보 취급을 며칠 당하니 되게 화가 났다. 그래서 스태프들을 섭외해 밥 먹는 시간에 몰래 몰래 배웠다. '쪽팔리지 않겠다'는 목적이 생긴 거다. 꿈과 목적이 없던 애가 꿈이 생긴 거다. 얼마나 열심히 했겠나. 처음에 감독님은 나와 눈도 안 마주쳤다. 심한 바보니까. 그런데 후반 작업할 때 내가 뭔가 되게 잘했고, 그때 감독님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차로 우리 집까지 태워주더라. 뭔가 발전이 된 게 보였나 보다. 그 작품이 끝나고 나서 진짜 내가 할 게 없으니까 조감독님이 바로 다른 데를 소개시켜주더라. 그래서 그러면 '한 개만 더 할까?' 했고, 가서 창피하기 싫으니 열심히 했다. 그렇게 계속 올라가면서 일이 생기더라. 그래서 쭉 하게 됐다.

-영화가 운명이었던 것은 아닐까.

▶(백경숙)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걸 저희 남편이 싫어한다. 누군가한테는 영화가 굉장한 꿈이다. 그런데 너는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 말라고 얘기를 하는데, 내가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고 정말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거다. 반드시 영화에 꿈이 많아서 '난 이걸 할 거야' 하는, 이런 사람만 영화를 해야 되는건가? 누군가는 그걸 만들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그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계속 열심히 할 수도 있는 것이지 않나. 역할이 나눠져 있다. 그리고 나는 후자 쪽인 것 같다.

-제작자와 감독으로서 서로의 성별이 같아서 편했던 점도 있나.

▶(조은지) 나는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 확실히 내가 의지하게 되는 게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사실 제작사 대표님이기도 하지만 뭔가 언니 같다.

▶(백경숙) 엄마가 아니라 다행이다.(웃음)

▶(조은지) 엄마는 아니다.(웃음) 언니 같다. 대표님으로 만났고 그게 우선순위에 있지만 내 마음을 정말 그 터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은 역차별이 되는 발언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하기에 조심스럽지만 같은 성별의 제작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백경숙) 내가 일을 하면서 여자라는 개념을 별로 안 갖는다. 그래서 조은지 감독을 봤을 때도 여자 감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은지 감독의 성향이 있다. 보통 감독들이 후반 작업 끝나고 개봉 할 때까지 본인들이 지치니 주변에 고맙다는 표현을 잘 안 한다. 그런데 조은지 감독은 진짜 많이 한다. 작은 거 하나에도 '고맙다' '덕분이다' 이런 걸 많이 해주니 기분이 좋더라.

-조은지 감독에게는 감독을 하는 게 좋은가, 배우를 하는 것이 좋은가, 라는 질문을 가볍게 던져본다.

▶(조은지) 둘 다 매력이 같기도 하면서 다르고 사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웃음) 그냥 나한테 주어진 어떤 자리에 있으면 거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지금 뭐 연출의 어떤 자리에서는 나는 이게 처음이다 보니까 사실 배우의 자리가 더 익숙하긴 하다. 그런 지점을 깊게 생각은 못 해봤다. 내가 그런 부분에서 조금 무디다.

-마무리 질문을 하겠다. '장르만 로맨스'가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백경숙) '장르만 로맨스'는 처음인 게 되게 많은 것 같다. 공식 법인을 세우고 새로운 법인으로 첫 번째 샀던 작품이 이 시나리오였다. 제작사도 처음이고, 감독님도 처음이고 우리 무진성 배우도 처음이고. 작가님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장르만 로맨스'는 내가 진짜 너무 만들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되게 소중하게 남을 것 같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되더라도 굉장히 소중하게 남을 것이다. 저 영화 자체가 조은지 감독과 나, 우리의 성격인 것 같다. 그렇지 않나? 우리의 정체성이다.

▶(조은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항상 의심하게 되기는 하는데. (웃음)

▶(백경숙) 지금 배고픈 거지?

▶(조은지) 농담이다. 나도 대표님 말씀과 같은 선상에 있다. 이 작품이 나에게도 성장하는 어떤 의미가 되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가장 큰 것 같다. 현장에서 내 모습을 돌이켜 봤을 때 많이 배웠고 나도 많이 성장하고 있는 걸 알았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