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해성 전 차관 "비핵화 진전 따라 대북제재 유연히 완화해야"

이율 2021. 11. 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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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등 새 남북협력사업 추진해야..실용적 접근 필요"
조현옥 주독대사 "통일 향한 긴호흡..남북간 평화와 공존의 시간 필요"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은 27일(현지시간) "국제사회에서 하고 있는 대북제재를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필요하면 유연하게 조금 더 완화하는 방안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를린 청년컨퍼런스에서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과 리하르트 슈뢰더 훔볼트대 명예교수, 울리케 아우가 함부르크대 교수가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2021.11.27

그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를린 청년컨퍼런스 기조강연에서"내년 이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돌파구를 만들려면 굉장히 실용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천 전 차관은 "2018∼2019년 남북·북미정상회담은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해 중단됐지만, 논의됐던 방안들에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북핵문제는 30년 가까이 된 문제로 단계적 합의와 동시에 양측이 이행하는 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는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나 핵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다 중단되는 상황이지만, 인도적이거나 보건의료분야 협력을 재개할 수 있는 남북관계만이 갖고 있는 영역들을 발굴, 추진해야 한다"면서 "동서독 교류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념보다는 좀 더 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를린 청년컨퍼런스에서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11.27

천 전 차관은 "기존에 추진해왔던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을 정상화, 재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보건의료분야나 기후변화 대응, 환경문제, 탄소 중립 등 글로벌하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대변화에 맞는 새로운 분야의 남북협력사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런 사업을 추진하는 게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다면 유엔 또는 국제사회가 정한 제재 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부에서 관료로서 30년 넘게 근무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아쉽고,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지속가능한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의 추진"이라며 "초당적 대북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여야가 같이 뜻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논의를 위해 대북특사단으로 파견됐던 천 전 차관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더불어민주당 20대 대통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를린 청년컨퍼런스에서 조현옥 주독대사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2021.11.27

조현옥 주독대사는 이날 격려사에서 "동서독 간에는 분단 시기에도 평화와 공존의 긴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의 무게로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이 됐다"면서 "남북관계의 문이 쉽사리 다시 열리지 않고 있지만, 통일을 향한 긴 호흡, 남북 간에는 평화와 공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하르트 슈뢰더 독일 훔볼트대 명예교수는 이날 패널토론에서 독일 통일에 비춰 한반도 통일에 관해 제언했다. 그는 "북한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전환을 할 수 있게 되는 동기부여는 북한 측이 자국에 이익이 된다고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상 또는 합치고자 하는 대상을 우리가 통일한 이후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면 동의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기본적인 사면에 대한 전제는 꼭 가져가야 하고, 국경을 바로 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만큼 단계적으로 과정을 통제하면서 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울리케 아우가 함부르크대 교수는 패널토론에서 "동서독 통일이 되고 나서 동독에서는 50대 이상 여성의 50%, 전체 여성의 30%가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많은 여성이 서독지역으로 빠져나가 서독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동독지역에 젊은 남성이 여성보다 25% 더 많아지고, 이 남성들의 교육 수준이 낮아 결과적으로 동독지역의 남초현상이 극우와 결부가 됐다"면서 "동독 내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사회적 문제도 낳았다"고 설명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를린 청년컨퍼런스에서 안세경 민주평통 베를린지회 청년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1.11.27

이날 컨퍼런스 참가자들은 기조연설과 패널토론에 이어 그룹별로 나뉘어 한반도 평화 모델에 대해 워크숍을 했다. 컨퍼런스는 역대 최고 속도로 확산하는 독일 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안세경 민주평통 베를린지회 청년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한반도 통일의 모습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서 "오늘 우리는 통일의 다양한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의 그림을 함께 그려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를린 청년컨퍼런스에서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과 리하르트 슈뢰더 훔볼트대 명예교수, 울리케 아우가 함부르크대 교수가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2021.11.27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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