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값이네!" 해외직구로 우르르..'한국은 금지', 대체 왜요?
[편집자주] [편집자주] 쇼핑 좀 해본 사람만 한다던 해외직구의 문턱이 확 낮아졌다. 한국어 상품설명부터 주문 후 3~5일만의 배송, 간편한 환불·반품까지. 아마존이 11번가와 손잡고 국내에 진출하고, 쿠팡 등 e커머스업체들이 해외직구 시장잡기에 목을 매면서다. 일상화되고 있는 해외직구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2000년대 초반 '명문가 자제룩'으로 인기를 끌던 폴로 랄프로렌(Polo Ralph Lauren)이 복고풍을 타고 재유행하면서 해외직구로 미국에서 폴로를 구매하는 한국 고객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한국 및 중국 고객의 해외직구가 급증하자 미국 폴로 랄프로렌 본사는 연중 최대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아시아권 소비자의 미국 공식 온라인몰 구매를 금지하고 나섰다.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폴로 랄프로렌은 11월 26일부터 진행되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앞서 아시아권 고객의 공식 홈페이지(온라인몰) 결제를 막았다. 폴로 측은 지난해도 공식 홈페이지 결제를 막았는데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아시아권 직구를 막는 조치를 2년째 취한 것이다.
랄프로렌코리아 관계자는 "직구 금지와 관련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직구가 금지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패션업계에서는 아시아권 고객의 과도한 반품·교환 환불 요구에 이같은 조치가 이뤄진 거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직구 특성상 배송비가 적지 않아 교환환불 비용이 너무 크게 발생해서다.
아울러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랄프로렌코리아에서 국내 공식 유통중인 제품과 가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는 것도 '직구 금지'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폴로 랄프로렌은 미국 가격이 원래 한국 가격보다 40% 가량 저렴한데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이 적용될 경우 한국과 미국의 가격차가 50~70%가량 벌어져서다. 배송비를 감안해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11월에는 직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곤 했다.
주로 중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온라인 판매자들이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량 구매한 제품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배송비를 부담하고도 충분한 이익을 남길 정도로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져서다.
일례로 폴로 키즈 남아 코튼 쿼터 지퍼 스웨터의 한국 정가는 13만9000원이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미국 가격은 약 6만6000원의 '반값'으로 하락한다. '꽈배기 니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폴로의 케이블 니트 키즈 제품의 한국 정가는 10만9000원이지만 미국 가격은 3만7000원으로, 한국 정가보다 66% 저렴해진다.
랄프로렌 본사의 결제 제한 조치에 국내 소비자 중 일부는 IP를 우회하면서까지 해외직구를 시도하고 있다. IP를 우회해 국가를 미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해주는 VPN(Virtual Private Network)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것이다.
폴로 랄프로렌 외에도 미국의 전자제품 쇼핑몰 베스트바이(Bestbuy)도 한국으로 직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배송대행지를 이용한 복잡한 직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때문에 베스트바이 직구는 '베바고시'라고 불릴 정도다.
한편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에 따르면 2020년 주요 국가별 해외직구 인기상품 가운데 미국에서는 폴로, 갭, 라코스테 같은 의류 제품이 직구 품목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몰테일을 통해 가장 많이 접속한 온라인몰로는 폴로 랄프로렌 공식 홈페이지가 2018년에 1위,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2위에 이름을 올렸다.
#A씨는 지난해 말 국내 구매대행 사이트에 입점한 해외 판매자를 통해 유명 브랜드 신발을 4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구매했다. 그러나 판매자는 상품을 구매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환불을 통보했고 배송을 기다리던 2주 동안 시세가 20만원이나 올라 분통을 터트렸다.
#B씨는 오픈마켓에 입점한 해외 판매자에게 태블릿PC를 구매했다. 당초 7~10일정도 배송 기간이 필요하다는 안내와 달리 한달 가까이 배송이 걸렸고 그 이후 다른 사이트에서 해외 직구를 한 제품과 같은 날 통관이 되면서 소액 면세제도 기준을 넘어서는 금액이 돼 내지 않아도 됐을 관세를 더 내야했다.
해외직구가 몰리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위조품, 이른바 짝퉁 피해나 사기, 파손 등의 직구 구매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나 사이버먼데이 등 대규모 쇼핑 행사가 몰려있는 11~12월 특히 이같은 소비자 피해가 집중된다.
2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직구 관련 소비자 상담 가운데 11~12월 상담 신청 건수가 전체의 19%에 달했다.
최근 e커머스 등 다양한 채널로 해외 직구가 가능해지면서 사기, 짝퉁 등의 피해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해외 직구 이용에서는 유의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구매가 몰리는 연말에는 배송이 지연되거나 배송 과정에서 분실, 파손 등의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에 따라 신뢰도가 있는 사이트를 이용하고 이용 안내 등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명품이나 유명 브랜드 직구가 늘어나면서 짝퉁 판매 피해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할인 폭이 크거나 가격이 싼 경우 구매 후기나 Q&A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아울러 물품 배송 현황을 자주 확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처하고 대금 환급이 지연되면 판매자나 오픈마켓 등에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도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또 인기 직구 품목인 건강 식품의 경우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은 원료가 포함된 제품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국내 판매가 허용되지 않은 원료가 포함된 제품인 경우 통관 과정에서 압류될 수 있다.
구매 전에 한국소비자원에서 운영하는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게시된 '해외직구 이용자 가이드라인' 및 '해외직구 피해예방 체크포인트' 등을 참고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사이트 신뢰도 조회도 미리 해볼 수 있다. 이미 구해 후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면 해외 구매대행 관련 피해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직접구매 관련 피해는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신고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으로 해외 직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불만과 피해도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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