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마더', 미국에서 현실이 됐다..엇나간 모정에 옥살이 17년

아들 범죄 사건 증인 찾는다며 납치극 가담한 여성 1심서 징역 210개월
피해자 총 다섯발 맞고 극적으로 살아나 가해자 덜미

배우 김혜자의 혼신의 열연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2009)는 처절하면서도 섬뜩한 모정을 스크린에 담아낸 명품 스릴러다. 물론 여기서 그리고 있는 엄마의 자식 사랑은 현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극단적 케이스이자 영화적 설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와 놀랍도록 빼닮은 사건이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벌어졌다. 엇나간 아들 사랑은 법의 심판을 받았고 결국 징역 17년이라는 중형으로 돌아왔다. 미 인디애나 북부 연방지법은 23일(현지 시각) 납치 혐의로 기소된 48세 여성 C에게 징역 210개월과 보호관찰 3년을 선고했다.

봉준호 감독의 2009년 영화 '마더'의 한 장면. 최근 미국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비뚤어진 모정의 주인공은 징역 1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C는 지난 2014년 4월 19일 한 여성의 납치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년의 여성이 납치 사건을 벌인 동기는 다름 아닌 모정이었다. 당시 C의 아들은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 설 핵심 증인의 동향을 살펴야 했고, 관련 정보를 알아낼 요량으로 여성을 납치한 것이다. 피랍된 여성은 C모자의 지인이었다.

C 등 납치 일당에 붙잡힌 피해 여성은 차안으로 들이밀어졌다. 총부리로 위협당했다. 일당 중 남성이 초강력 접착테이프로 온몸을 칭칭 감았고, 눈도 가렸다. C는 피해 여성의 셔츠를 북북 찢어 숨겨둔 휴대전화가 없는지 수색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피해 여성을 태운 차가 몇번 주변을 빙빙 돌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C가 직접 아들 증인과 관련해 캐물었다고 한다. 범인이 원하는 정보가 나오지 않자 피해 여성은 위협당했고, 구타당했다. 급기야는 머리채를 붙잡힌 채 차에서 끌려내려왔다. 얼굴과 팔을 향해 다섯발의 총이 발사됐다. 피해 여성이 미동도 않자 C와 공범 남성은 자리를 떠났다.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FBI 홈페이지

20여분 그 자리에 꼼짝않고 있던 피해 여성은 몸을 움직여 현장을 빠져나왔다. 사건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FBI와 경찰은 테이프에 칭칭 감긴채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웃집 초인종을 필사적으로 두드리면서 도움울 요청하는 당시 방범카메라 장면을 확보했다. 이 치명적 공격에서 피해 여성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고, 삐뚤어진 모정의 당사자는 붙잡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C와 함께 납치, 살해 시도에 가담한 다른 이들의 신원과 범행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섬뜩한 납치 살해 시도 사건에 범인의 거주지인 인디애나시 게리(Gary) 경찰, 주 경찰과 검찰이 합동 수사에 나섰다. C는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했고, 지난 23일 1심에서 인디애나 북부지법의 필립 사이먼 판사는 징역 210개월과 보호관찰 3년을 선고했다. 함께 범행한 공범도 곧 신원이 공개되고 1심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