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난이도 논란 지속..출제위원은 쉽다는데 등급컷은 '불수능'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능 난이도를 놓고 여러 논란과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수능 국어와 수학 영역을 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사들은 "지난해와 비슷했다"거나 "쉬웠다"고 평가하는 반면 학생들 사이에서는 "어려웠다"를 넘어 '불수능'·'용암수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평가원은 "예년 기조" 라는데 학생들은 "너무 어려웠다"
수능 당일인 지난 18일 출제위원장인 위수민 교수는 "예년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혔고, 국어영역과 수학 영역이 끝난 후 교사들과 입시업체들도 "작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쉽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달랐다.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현재도 "문제 유형을 보니 재수·삼수를 한다고 성공할 자신이 없다", "상위권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너무 어려웠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한 국어 강사는 "올해 수능 국어가 쉬웠다"고 했다가 수험생들의 비판을 받자 "발언에 상처를 받은 모든 수험생께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실제로 주요 입시업체 예상 국어 1등급 커트라인(컷)은 '언어와 매체' 82∼83점, '화법과 작문' 83∼85점, 수학 1등급 커트라인은 '확률과 통계' 85∼87점, '미적분'은 81∼84점, '기하'는 83∼85점으로 비교적 낮게 추정됐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의 경우에도 1등급 비율이 5∼6%로 추정돼 전년도 12.7%에서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문제 유형 암기 대신 정확한 개념 이해 요구"
입시업계는 처음으로 치러진 문·이과 통합 수능이라는 점과 문항 배치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 체감 난이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올해부터 국어와 수학이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체제로 바뀌면서 학생들이 새 체제에 적응할 기회는 6·9월 평가원 모의평가뿐이었다. 그러나 수능에서는 6·9월 모의평가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문제 유형들도 다수 출제됐다.
국어의 경우 문항 배치도 달라져 긴장된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에게는 충분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시험의 형태가 바뀌다 보니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고, 기존에는 초반에 쉬운 문항, 중후반부에는 어려운 문항이 배치됐다면 초반부터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나오다 보니 시간 배분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출제를 "너무 잘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초고난도 킬러 문제 두 문제를 내고 나머지는 기출문제 유형과 유사한 문제로 출제하던 기존 출제방식과 다르게 초고난도 문제는 배제하고 개념의 정확한 이해와 생각이 필요한 중·고난도 문항을 늘렸다는 것이다.
이는 2019학년도 수능 당시 난이도 논란이 일자 평가원이 사과하며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지양하겠다"고 밝힌 맥락과도 같다. 국어의 경우 전반적으로 지문의 길이를 줄였지만, 정확히 읽고 여러 정보를 추론해야 하는 문항이 출제됐고 수학도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어야 풀 수 있는 생소한 형태의 문항이 나왔다.
문제 유형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주로 공부했던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시험일 수밖에 없었다.
수학 '일타강사'인 정승제 강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난이도로 따지면 '역대급'으로 쉬웠다"며 "불수능도 용암수능도 아니지만 4점짜리 모든 문제를 생각해야지 풀 수 있는 문제로 출제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난이도를 맞추지(조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분위기와 다르게 출제하려고 하면서 난이도를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 역시 올해 수능부터 EBS 교재와의 직접 연계에서 간접연계 방식으로 바뀌면서 수험생들은 더 어렵게 느꼈다.
직접 연계에서 학생들이 한국어로 번역된 지문을 암기하던 방식이 더 통하지 않아 체감 난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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