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D-100] ①비전·정책 대신 비리의혹·분노로 찼다..'정치 퇴행' 우려

이철 기자 2021. 11. 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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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 '막상막하 의혹'..초유의 대선 구도
올드보이들만 있고 새 인물은 어디에..여론은 싸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중앙일보 주최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1.2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20대 대선(2022년 3월9일)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대선을 두고 '비전과 정책'이 아닌 '비리 의혹으로 점철된 대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양대 정당 후보들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어 대선 완주마저 의심받는 처지에 놓여있다.

◇이재명은 대장동, 윤석열은 고발 사주…'의혹 투성이' 대선

먼저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조직폭력배와의 유착 의혹 등에 휩싸여 있다.

이중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야당의 공세수위가 가장 높은 사안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다. 이 후보가 2014년 성남시장 시절 '성남의뜰'이라는 컨소시엄에 1조원 규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를 줬고 이 컨소시엄 주주 중 한 곳인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그 관계사 7곳이 지난 3년간 배당으로 약 4040억원을 가져갔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중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 등은 이미 기소됐다. 야당은 유 전 본부장이 이 후보의 측근인 것을 고려해 이 후보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윤 후보 또한 본인을 비롯해 부인과 장모가 다양한 의혹에 휩싸여 있다. 윤 후보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판사 사찰 의혹,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등을, 부인 김건희씨의 경우,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장모 최모씨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요양병원을 설립해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의혹을 받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과 옵티머스 사건 부실 수사, 한명숙 전 총리 모해 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의혹 등 총 4건의 수사에서 윤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수사 대상인 채로 대선을 치르는 건 초유의 일이다. 이전에도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 등 굵직한 의혹들이 있었으나 이번 대선처럼 양당 후보가 모두 이같이 '거대한 의혹'에 휩싸인 적은 드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중앙일보 주최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2021.11.2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양측 공세에 높아지는 비호감도…'올드보이'만 귀환

양 후보의 갖가지 비리 의혹들에 양당은 서로를 공격하기에 바쁘다. 이 때문에 각 후보의 정책과 비전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정치가 퇴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기존 '고발 사주 태스크포스(TF)'를 '윤석열 일가 가족비리 국민검증 특별위원회(특위)'로 확대 개편했다. 공세 범위를 윤 후보에서 그의 가족 관련 의혹으로 넓힌 셈이다. 특위는 지난 22~26일 국회 앞에 '본(본인)·부(부인)·장(장모) 비리신고센터'를 열고 일반 국민에게 윤 후보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제보를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 특별위원회(이재명특위)'를 발족하고 위원장으로 김진태 전 의원을 임명해 운영 중이다. 이들은 지난 18일 수원지검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이 후보를 뇌물수수·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거대 양당의 비방전에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업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호감도 조사를 보면 윤 후보에게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37%, 이 후보는 32%에 불과했다.

반면 비호감도는 윤 후보 56%, 이 후보는 63%에 달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60%),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68%)의 비호감도도 높은 편이다. (이상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상황이 이러하지만 각 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에서 여론을 바꿀만한 참신한 외부 영입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여야 모두 '중도 확장'을 대선 승리의 필수요건으로 보고 기존 인력풀에 새 인물을 채우려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올드보이'를 중심으로 한 권력 재편에 치우쳐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최근 민주당은 김영진 의원을 사무총장에, 강훈식 의원을 전략기획위원장에, 오영훈 의원을 후보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등 재선 의원을 전면에 내세우며 쇄신 기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당내 의원들 입장에서는 혁신일 수 있더라도 국민들에게는 이 후보를 중심으로 한 권력 재편 이상의 의미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윤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선대위 보직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최근 영입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역시 참신함과는 거리가 먼 과거의 인물들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실 대선 국면에서 기본적으로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이 맞부딪히며 경쟁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얼마나 상대 후보를 더 잘 공격하는지가 중요했다"며 "그러나 이번 선거처럼 양당 후보 의혹이 막상막하였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재 영입 역시 마찬가지"라며 "선거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영입하는 것까지야 수긍할 수 있겠지만, 굳이 지금 부를 필요 없는 올드보이들까지 다시 소환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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