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UFO는 인간이 만들어 낸 신호일지 몰라

김진영 2021. 11. 2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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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UFO를 둘러싼 이야기를 자주 듣고 보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UFO와 같은 미지의 존재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은 과학 수준이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핀란드 사진가 마리아 랙스는 할아버지의 경험에서 UFO 이야기를 접했다.

"UFO 목격담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생활방식과 생계에 불어닥친 급격한 변화 등이 내포되어 있다. 누군가는 이 미스터리한 빛을 두려움으로, 누군가는 이를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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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자리] 어느 때 보다 쉽고 빠르게 이미지를 다루는 시대. 흔들리지 않고 천천히 보려는 마음에서 '시선의 자리'는 출발합니다.
사진가 마리아 랙스의 책 <Some Kind of Heavenly Fire>. 1960년대 핀란드 북부 작은 시골 마을의 UFO 목격담과 관련 자료를 담았다. ⓒ김진영 제공

어린 시절 UFO를 둘러싼 이야기를 자주 듣고 보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UFO와 같은 미지의 존재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은 과학 수준이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세기말의 기이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금융위기로 혼탁한 시대상 속에서 탄생한 서사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그 무한한 창조 능력 속에서 밤하늘에 나타난 미지의 반짝임은 곧 우주 생명체의 신호가 되었다.

핀란드 사진가 마리아 랙스는 할아버지의 경험에서 UFO 이야기를 접했다. 〈Some Kind of Heavenly Fire〉(Setanta Books, 2020)는 작가의 고향인 핀란드 북부의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1960년대 UFO 목격담에서 출발한 책이다. 어느 날 작가는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보다가,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이 과거 UFO가 목격되는 장소로 매우 유명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상한 빛이 하늘에서 숲을 비추고 밤중엔 사람들을 쫓아온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작가는 일기장을 읽기 전까진 이 같은 마을의 비밀을 전혀 알지 못했다. 현재, 과거의 소동은 잊힌 채 사람들에게 이 작은 마을은 그저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스쳐 지나는 장소일 뿐이었다.

작가는 일기장에 담긴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할아버지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치매가 진행 중이던 할아버지는 답을 해주지 못했다. 작가는 할아버지 일기장에 적혀 있던 마을 사람들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작가에게 들려주었고, UFO와 관련해 보관해둔 사진과 신문 기사를 공유해주었다. 이 책은 작가의 사진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료를 통해 한 작은 마을의 비밀을 펼쳐 보여준다.

“이 마을에서 우리는 신, 백만장자, 아니면 외계인 그 누구든 혹은 무엇이든 와서 우리를 이 절망에서 이끌어내 주기를 늘 기다려왔다.” “어느 날 밤, 어둠 속으로 헤드라이트를 몇 번 켜보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러자 그것이 나타났다.” “나는 이 빛들을 우리를 살펴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신호로, 우리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였다.” “어느 날 밤 눈으로 보기엔 마치 숲에 불이라도 난 것 같았다. 추운 11월 밤이었고 땅에는 눈이 쌓여 있었기에, 불일 리 없었다. 그날 밤 내가 본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 세상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천상에서 내린 불 같았다.”

두려움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로

이러한 구절들은 외계인을 직접 보았다는 서술이라기보다 자연적 현상을 초자연적 현상으로 읽어내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작가에 따르면 UFO 목격담이 들리던 이즈음은 북부 핀란드가 극심한 곤궁을 겪던 시기와 일치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일을 구하기 위해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갔고, 시골에는 버려진 빈집이 산재해 있었다. 작가는 말한다. “UFO 목격담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생활방식과 생계에 불어닥친 급격한 변화 등이 내포되어 있다. 누군가는 이 미스터리한 빛을 두려움으로, 누군가는 이를 혼자가 아니라는 신호로 여겼다.”

한 시대를 관통한 정서가 아담한 사이즈, 낡은 느낌을 주는 종이, 테이프로 붙인 자료 등 한 권의 스크랩북 같은 디자인의 책 속에 담겨 있다.

김진영 (사진 전문서점 ‘이라선’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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