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85㎡ 아파트.. 5억 '분양' vs 30년 동안 3억 내고 '임차'

김노향 기자 2021. 11. 2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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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이재명 '기본주택' vs 김헌동 '반값주택' ① - 두 개의 '토지임대부주택' 차이점은?

[편집자주]‘토지임대부주택’은 땅 소유권을 공공부문이 갖고 입주자는 건물 임대료만 지급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기본주택’ 공약도 일부 토지임대부주택의 개념을 차용한다. 서울시도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함께 토지임대부주택 사업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토지임대부주택이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시범사업이던 토지임대부주택은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개선점을 지적받아왔다. 대표적으로 공공택지 부족과 적정 임대료 산출 문제, 자산가치 하락 리스크 등이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들만 해결된다면 토지임대부주택이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토지임대부주택’이 여야를 막론하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강남 85㎡ 아파트… 5억 ‘분양’ vs 30년 동안 3억 내고 ‘임차’
(2) 미완성 단계인 토지임대부주택, 개선점은?
(3) [전문가 진단] 전세 흡수효과… ‘적정임대료’ 산정 관건

‘공공이 땅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경제에 반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던 ‘토지임대부주택’이 여야를 막론하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입주자는 땅을 빌려 쓰는 데 대한 임대료를 장시간 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현재 집값이 서민·중산층의 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이 같은 방식은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주택정책 설계의 뼈대가 될 전망이다.

2022년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가 확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거정책의 핵심공약으로 ‘기본주택’을 내놓았다. 기본주택은 토지임대부주택의 일종으로 이 후보는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가구를 포함해 250만가구의 공급계획을 밝혔다. 공약이 실현되면 현재 무주택가구(919만7000가구)의 10% 이상이 기본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1월 15일 제15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김헌동 신임 사장도 토지임대부주택 사업 청사진을 내놓았다. SH공사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으로 김 사장은 야당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명을 받아 부임했지만 이 후보와도 주택정책의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분양가 30% 임대료 내고 평생 거주


이재명의 열린캠프에 따르면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최소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이다. 분양형과 임대형이 있다. 이 후보는 11월 17일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기본주택과 관련한 4개 법안에 대해 심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총 1460자 분량의 메시지 전문에서 이 후보는 “높은 집값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당과 그런 여당을 비판해온 야당 모두 부동산 문제 해결을 주창하고 있다”며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청년에게 희망을 돌려줄 정책적 대안,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이규민 의원안·2건) ▲토지임대부 기본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법(박상혁 의원안) ▲토지분리형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노웅래 의원안) 등이 있다. ‘기본주택4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들에 대해 이 후보는 여야의 논의를 요구했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이 결코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진지한 논의가 부동산 공화국을 해소할 첫걸음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있는 공공임대, 옛날 말로 영구임대는 8평, 12평이고 위치가 개발지역 귀퉁이”라며 “보통 사람들은 공공임대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쁘다. 기본주택은 중산층도 원하면 평생 20평대, 30평대에 가족 단위로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수도권 기준 원가가 3.3㎡당 1000만원대인데 2000만원에 분양하고 시중 가격이 3000만원 정도 하는 것”이라며 “30평 짜리가 10억원인데 3억~4억원이면 지을 수 있고 나머지가 개발차익이어서 이것을 줄여 3억~4억원의 임대료를 받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분양가를 30~6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지만 별도로 토지 임대료를 내기 때문에 사실상 ‘월세’ 주거 형태다. 만약 30년 거주를 가정하면 한 달 토지 임대료는 약 83만원 수준이 된다. 2011~2012년 서울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은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됐는데 분양 당시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2억원(월 임대료 50만원)에 분양됐다. 가장 최근 실거래가를 보면 지난해 3월 11억3000만원(계약취소)으로 5배 이상 올랐지만 서울 강남의 일반 민간 아파트가격 상승률을 감안할 때 집값 안정 효과가 확인된다.

이들 두 개 단지는 전매제한과 가격 상승의 제약으로 인해 해당 계약취소분 거래 외엔 매매가 없었다. 바로 옆 단지인 자곡동 ‘래미안강남힐즈’는 같은 2014년 준공돼 91㎡ 실거래가가 당시 7억3800만원(9층)에서 올 9월 19억2500만원(13층)으로 7년 만에 2.5배 이상 올랐다.

다만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건물만 분양하기 때문에 30년 후 건축물 감가상각이 반영되고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분양 방식의 아파트는 매입할 땐 비싸도 30년 후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기본주택의 경우 분양원가의 절반이 훨씬 넘는 땅값이 제외돼 싸게 사서 향후 가치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점이 다르다.


강남 5억원 분양 현실화될까


김헌동 사장이 제시한 토지임대부주택은 빠르면 내년 초 공급되는 반값아파트로 85㎡를 기준으로 서울 강남 5억원대, 경기권 3억원대 등이다. 김 사장은 건축비를 3.3㎡당 700만원 수준으로 계산하고 분양원가를 2억원으로 산정, 한 채 당 투입 예산을 1억~2억원으로 가정했다. 이 경우 100만채를 공급하려면 정부 예산이 100조~200조원 필요하다.

김 사장은 “SH공사가 보유한 장기전세주택 건설비용이 2억원 정도인데 전세보증금으로 3억∼4억원만 받아도 건설비용보다 많은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SH공사는 택지개발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현재 서울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제외하면 개발 가능한 땅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 사장은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와 취임사에서 “공공 보유 토지, 공기업 이전 토지, 민간의 비업무용 토지 등을 조사해 서울 전역의 유휴부지를 공공택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히며 개발 가능한 부지로 서울혁신파크(은평구) 용산 정비창(용산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강남구) 서울의료원(강남구) 수서역 공영주차장(강남구) 등을 언급했다.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부지는 강남의 대표적인 금싸라기 땅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최근 강남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을 넘은 점을 고려할 때 반값아파트라도 단순 계산 시 강남 5억원대 분양은 사실상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반값아파트를 매각할 때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면 특혜나 로또라는 반발을 피할 수가 없고 시세차익을 제한할 경우 수요가 줄기 때문에 설계 목적과 방향을 보다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양가에 땅값이 포함되지 않고 건축비만 포함된다면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에 대한 설명과 향후 재건축 허용 여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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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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