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델타변이 충격보다 훨씬 덜 고통스러울 수도"
이번에는 오미크론변이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전세계가 백신 접종 확대와 치료제 개발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낙관하기 시작할 때 델타변이의 감염력을 크게 웃도는 오미크론변이가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6일(이하 현지시간) 오미크론변이로 이름 지은 새 돌연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인 B.1.1.529는 2009년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50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인체에 침투하도록 만드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 돌연변이는 30개가 넘는다.
스파이크 돌연변이가 2~3개에 그친 델타변이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감염력과 함께 기존 백신접종자, 또는 이전 감염자들의 면역보호를 무력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그러나 부스터샷을 비롯한 백신접종을 확대하고 화이자 등의 치료제가 나오면 델타변이 당시에 비해 고통이 훨씬 덜할 수 있다는 낙관도 있다.
■ 가공할 감염력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오미크론변이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달 처음 발견된 뒤 전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면서 감염병학자들이 가공할 감염력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 행정수도 프레토리아 등 주요도시를 끼고 있는 가우텡 지방에서 급속도로 번지는 오미크론변이로 인해 남아공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23~26일 단 나흘간 남아공 신규확진자 수는 3배 넘게 폭증해 26일 2828명을 기록했다. 가우텡 지방의 경우 초기 검사결과 신규 확진자의 90%가 오미크론변이 감염자다.
오미크론변이는 전체 유전자배열 검사 없이도 기존 PCR검사만으로 델타변이를 비롯한 다른 변이와 구별되는 패턴을 보여줘 검사에서 쉽게 검출이 가능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중보건·미생물학 교수인 섀런 피콕은 오미크론변이 확산이 집중된 가우텡 지방의 'R값(감염재생산지수)'이 1.93으로 남아공 전체 R값 1.47에 비해 크게 높다고 지적했다. 델타변이가 주종인 남아공에서 가우텡 지방의 R값이 특출나게 높다는 것은 오미크론변이의 감염력이 델타변이를 크게 앞지른다는 것을 뜻한다.
■ 이례적인 유전학적 특성
오미크론변이는 매우 이례적인 유전학적 특성들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감염병학자들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
웰컴생거연구소의 코로나19유전 이니셔티브 책임자인 제프리 배럿은 오미크론이 이전 알파·베타·감마·델타변이 등 4개 변이와 크게 다른 돌연변이 특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과 다른 유전적 돌연변이가 나타났지만 이 특성이 얼마나 중요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치료제개발업체 센티백스 설립자이자 컴퓨터기법 면역학자인 제이컵 글랜빌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낚시바늘'처럼 생긴 '수용체 묶음 영역'에서 15개 돌연변이가 일어난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돌연변이는 백신접종이나 이전 감염을 통해 만들어진 면역보호기능을 우회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다. 기존 면역이 우한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지해내고 이와 싸우도록 훈련돼 있어, 여기에서 대규모 돌연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싸우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글랜빌에 따르면 델타변이는 이 수용체묶움영역에서 단 3개 돌연변이로 전세계를 감염시켰다.
■ 오미크론, 갑자기 튀어나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약 3만개 유전자 코드가 있고, 복제 과정에서 실수로 생화학적 유전자 코드가 바뀌곤 한다. 돌연변이다. 매월 2개 정도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가을 영국 잉글랜드 지방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변이와 이번에 발견된 오미크론변이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아마도 오랜 기간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을 앓고 있던 신원미상의 개인에게서 기원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 개인의 면역체계가 이 질병과 타협을 하거나 의료 치료를 통해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이들은 추정하고 있다.
피콕 교수는 이를 '진화 체육관(evolutionary gym)'이라고 이름 붙였다.
스위스 제네바의 바이오텍업체 소피아제네틱스 유전학자인 슬라보미르 큐빅은 오미크론 돌연변이 상당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것처럼 "완전히 어느 순간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서는 이같은 특성이 관측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갑툭튀'라는 말이다.
큐빅은 이때문에 과학자들이 "이같은 돌연변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거의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미크론이 더 광범위하게 퍼진 뒤에야 이 돌연변이가 생존에 얼마나 탁월한 능력을 지녔는지를 보여주는 '진정한 적합성(true fitness)'이 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오미크론 충격, 델타변이보다 훨씬 덜 고통스러울수도"
FT에 따르면 많은 감염병학자들은 오미크론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국가들로부터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을 찬성하고 있다.
런던 UCL유전학연구소의 프랑수와 발루 소장은 "발표된 국경봉쇄와 여행규제는 이 변이가 국제적으로 퍼지는 것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루 소장은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더 감염력이 높다면 이같은 전략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겠지만" 단기적으로 시간을 벌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경 문을 닫아 걸고 그동안 부스터샷을 비롯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나 백신 등을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기대했다.
과학자들은 오미크론이 백신을 무용지물로 만들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루는 오미크론이 기존 백신접종자와 감염에서 회복돼 면역을 갖고 있는 이들의 면역체계를 완전히 우회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백신접종률을 높이고, 치료제도 나오면 오미크론 팬데믹 충격은 알파변이, 델타변이 등에 비해 견뎌내기가 훨씬 덜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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