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남성·여성 구분 모호한 성 융합이 매력[명품이야기]

2021. 11. 28.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채색 즐겨 쓰지만 단조롭지 않고 편안함·실용성도 강조
호나우두·베컴 등 축구 스타 모델 기용해 재미 '톡톡'

[류서영의 명품이야기] 조르지오 아르마니②

스포츠 라인 EA7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성공 요인은 재단의 편안함, 자유로운 소재 사용, 색채 전략에 더해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분위기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의 특별한 구분이 없는 성의 융합은 사진작가 피터 린드버그의 광고에서도 잘 나타난다. 여성성의 모호함이 아르마니의 초창기 매력이었다.

1980년대 유행한 앤드로지너스 룩(여성이 남성 스타일을 수용하고 남성이 여성 스타일을 수용함으로써 전통적인 성의 구분이 모호)과 아르마니의 룩은 잘 맞아떨어졌다. 아르마니 재단의 편안함은 재킷의 해체에서부터 시작됐다. 재킷의 해체는 딱딱한 패드로 인해 경직된 남성 재킷에 편한함과 부드러움을 가져왔고 여성에게 남성스러운 재킷을 입힘으로써 권위를 부여했다.

아르마니 재킷에는 무접착 심지를 사용해 한 벌에 200~300g이 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재킷에는 형태를 잡기 위해 가슴 안쪽 원단에 딱딱한 심지를 바느질로 덧대는데 비교적 가격이 싼 옷은 바느질 대신 접착제를 심지에 발라 부착하기 때문에 옷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아르마니는 심지의 사용을 최소화했고 아예 어깨 패드가 없는 옷들도 만들었다.

영화 언터처블 주인공들에게 슈트 입혀 인기


조르지오 아르마니



또 자유로운 소재 사용으로 편안함과 실용성도 강조했다. 아르마니의 말이다. “지나치게 패션을 강조하는 것은 고객을 무시하는 것이다. 나는 반대로 한다. 즉, 거리에서 옷을 잘 입는 남성이나 여성을 보고 그것을 컬렉션에 응용하는 식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고객이 패션의 희생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상을 통해 그들이 세련돼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아르마니의 색채 전략을 보면 그의 옷이 전체적으로 무채색으로 통일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다. 아르마니가 무채색을 즐겨 쓰는 것은 어린 시절 공업 도시인 이탈리아 피아첸차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블랙이나 그레이톤의 내추럴한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고 레드 같은 강렬한 색상을 사용하기도 한다.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고 간결한 윤곽선과 무채색으로 그만의 심플함을 디자인해 아르마니의 패션 하우스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2000년대 필자가 밀라노에 출장 갔을 때 밀라노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 아르마니 광고판들이 거리 곳곳에 즐비했던 것이 잊히지 않는다. 마치 아르마니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것처럼…. 아르마니의 해외 전략 일환으로 미국에선 영화 의상을 시작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들에게 옷을 입힘으로써 대중에게 스타 마케팅을 활용했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 ‘언터처블’에서는 케빈 코스트너, 로버트 드 니로, 숀 코너리 등 당대 최고의 영화 배우들에게 아르마니 슈트를 입혔고 이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의상상을 받는 계기가 됐다.


A/X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아르마니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2005년 영국 국가 대표팀 유니폼을 디자인했고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이탈리아 기수를 위해 디자인했다. 2007년에는 영국 첼시 FC 선수들의 슈트를 디자인했고 2008년 이탈리아 농구팀인 올림피아 밀라노의 소유주가 됐다.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 때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아르마니 옷을 입혔다.

2014년부터 3년 동안 독일 FC바이에른뮌헨 선수들에게 아르마니의 맞춤복(MTM : Made To Measure)을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아르마니를 빛나게 한 것은 스포츠 스타들이다. “몇 년 동안 영화는 매우 파워풀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제공해 왔다. 그러던 중 ‘왜 축구는 안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축구 선수들은 모두 훌륭한 몸을 가지고 있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동경하는 이들이다.”

이후 아르마니는 유명한 축구 선수들을 패션쇼 무대 위로 불러들였다. “당시 나는 리버풀 소속이었던 골기퍼 데이비드 제임스를 만났다. 그는 매우 아르마니스러웠다. 키가 크고 눈에 띄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데이비드 제임스를 패션쇼에 세우기로 마음먹었는데 이후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를 광고에 등장시키기로 결정했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축구 선수들과의 작업은 이어졌다. 안드리 세브첸코를 패션쇼에 세웠고 브라질의 꽃미남 스타인 카카,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베컴, 포르투갈 출신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아르마니는 2006년 개인 특별 맞춤복 사업인 MTM 서비스를 시작했다. 버버리가 ‘비스포크’ 트렌치코트를 론칭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트랜치코트의 길이·소재·컬러를 정해 자기만의 트렌치코트를 주문 제작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원하는 소재와 안감, 버튼 스타일, 실루엣뿐만 아니라 칼라 깃의 형태와 주머니 모양, 여밈 방식, 바지의 주름 장식도 정할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가질 수 있고 개인 라벨도 제작할 수 있었다. 

엠포리오 등 여러 서브 브랜드들 탄생


엠포리오 아르마니



조르지오 아르마니 S.P.A는 2016년 기준 25억100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한 명품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아르마니 브랜드에는 여러 개의 서브 브랜드들이 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1981년 론칭한 브랜드로, 타깃 연령층이 조르지오 아르마니보다 약간 낮은 젊은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같은 해 론칭된 아르마니 진은 데님 전문 브랜드다. 아르마니가 추구하는 심플한 스타일과 달리 다양한 컬러와 장식성이 있는 디자인 제품들이 많다. 2011년 리한나를 모델로 한 아르마니 진의 광고는 미국 잡지광고협회에서 ‘올해 가장 섹시한 광고’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르마니 익스체인지(AX, Armani Exchange)는 1991년 론칭한 브랜드로,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캐주얼 브랜드다. 브랜드명은 미군의 PX(Post Exchange : 군부대 내의 매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누구나 쉽게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려는 아르마니의 의지가 보이는 브랜드다. 2010년부터 스포츠 웨어로 구성된 EA7 라인도 있다.

아르마니는 1982년 미국 타임지의 커버 스토리에 패션 디자이너 중 크리스티앙 디오르에 이어 둘째로 등장해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로 공인받았다. 타임지엔 이렇게 실렸다. “아르마니는 세계 패션계에 영향을 줬다. 언컨스트럭티드(unconstructed) 재킷은 편안한 엘레강스를 보여 줬다. 패턴·질감·컬러로 소재를 레이어드(겹침)했고 놀라운 방법으로 옷을 조합했다. 소재의 기능적인 면을 부각했고 새로운 옷에 자유와 편안함을 줬다.”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

참고 문헌 : ‘최고의 명품, 최고의 디자이너(명수진, 삼양미디어)’,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관한 연구(전수경, 이화여대 대학원 학위논문)’
사진 : 아르마니 홈페이지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