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EZ]이중고를 알지만 한 걸음씩 내딛는, 에릭남

이수진 인턴 2021. 11. 28. 06: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가수 에릭 남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에릭남은 미국 팝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K팝의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한국에서 한국적 발라드 곡을 부른다면, 영어 하듯이 부른다는 평을 받았던 에릭남은 다른 가수들이 고려하지 않아도 될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에릭남은 행보를 통해 한국과 미국, 그 경계선에 있는 아티스트가 이중고를 지닐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에릭남 2021.11.26(사진=에릭남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진 인턴 기자 =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의 발걸음은 가벼울까, 무거울까?

가수 에릭 남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태어났다. 그렇게 자라는 동안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정체성 중 일부인 아시안-아메리칸(Asian-American) 가수를 TV나 음원 차트에서 자주 보진 못했다.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에릭남은 자신이 속한 상황을 응시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상황을 만드는 것을 택한다.

2011년 에릭남은 부모의 나라인 한국에 온다.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2'에 참가한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가수가 되기 위한 단계들을 하나씩 만들어간다.

작년에 진행한 MTV 뉴스(News) 인터뷰([ERIC NAM MOVED TO KOREA TO MAKE MUSIC — NOW HE’S COMING HOME] 2020년 1월 15일자)에서 에릭남은 한국에서 데뷔한 이유를 밝힌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스스로 미국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왜 한국에 와야 했을까? 한국에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아시안-아메리칸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찾기 어려웠고(dumbfounded, 88rising, far east movement 등이 레이블이 있지만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지기 어려웠다. 에릭남이 꾸준히 지적해 왔던 대로, 로컬 싱어송라이터(local singer-songwriter)가 되기에는 기회가 없었다.

에릭남은 한국에서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커리어를 쌓는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왜 미국으로 돌아간 걸까?

에릭남은 2017년 빌보드 인터뷰([Eric Nam Discusses Working in K-pop Industry and Representation: ‘People Need to Try])’에서 한국적 발라드를 소화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신은 "존 레전드, 아델, 샘 스미스"와 같은 아티스트들을 즐겨 들었으며, 한국적 발라드 기저에 있는 정서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여과없이 고백했다. 또한, 자신이 자란 곳과 가족들이 있는 곳이 미국 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한국 데뷔와 이후 쌓은 인지도는 미국에서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에릭남은 미국 팝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K팝의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에릭남이 발매한 앨범 '비포 위 비긴(Before We Begin)'은 그 신호탄이다. 에릭남은 "K팝 에릭"이 아닌 "에릭남 미국 데뷔 싱글"로 비춰지길 바란다고 밝혔다(MTV News 2020년 1월 15일자 인터뷰). 이는 아티스트가 새로운 장르를 도전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에릭 남은 미국 음악 시장에서 아시안-아메리칸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질문받는다.

한국에서 한국적 발라드 곡을 부른다면, 영어 하듯이 부른다는 평을 받았던 에릭남은 다른 가수들이 고려하지 않아도 될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야 한다.

에릭남은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LA나 애틀란타 또는 뉴욕에서 온 싱어송라이터가 지미 팰론 쇼"(MTV News 2020년 1월 15일자 인터뷰)에 출연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뿐이라 말한다. K팝 아티스트가 아닌 에릭 남이라는 온전한 이름 하에 쇼나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뿐이다.

결국 에릭남은 행보를 통해 한국과 미국, 그 경계선에 있는 아티스트가 이중고를 지닐 수 있음을 드러낸다.

첫째, 한국에서 데뷔한 아티스트는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없이 K팝으로 분류된다. 이는 아티스트 본인이 K팝이라는 장르 외에 더 폭넓은 장르의 곡을 발매하는 데 있어 평가 상 어려움을 겪게 한다.

둘째, 경계에 서있는 아티스트는 자신이 서 있는 경계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이는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한다. 수반되는 역할은 대중에게 각인되는 뚜렷한 이미지를 형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에릭남은 자신이 겪어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까.

"댓츠 저스트 더 웨이 잇 이스(That's just the way it is)"라고 말하는 에릭남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상황을 아는 것과 상황에 따른 감정은 별개라는 듯이 보폭을 내딛는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언젠가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알아줄 것이란 확고한 믿음을 지닌 채.

☞공감언론 뉴시스 lovewe0205@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