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발등의 불 포스코·현대제철, 굴·조개 껍데기도 활용

권오은 기자 2021. 1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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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운송 시 빈 배 최대한 줄이고 저탄소 원료도 도입

지난 19일 오전 7시 경기 평택항. 포스코(POSCO(005490))의 전용 로로(RO-RO·화물차 등을 바로 싣는 선박)선 ‘광양파이오니아’호가 출항했다. 배에는 현대제철(004020) 당진제철소에서 생산한 열연코일 약 3020톤(t)이 실렸다. 광양파이오니아호는 이튿날 오후 3시 전남 광양항에 도착했고, 이후 현대제철 순천공장으로 제품이 옮겨졌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 9월부터 이 같은 ‘복화운송’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한 열연코일을 평택유통기지까지 운송·하역한 뒤 빈 배로 돌아가지 않고 현대제철의 제품을 싣는 방식이다. 반대로 현대제철의 전용선이 순천항까지 제품을 나른 뒤 광양항으로 이동해 포스코 제품을 싣고 충남 당진항까지 운송하기도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복화운송으로 매달 선박운항수를 기존보다 각각 2항차가량 줄여, 연간 3000톤 규모의 탄소를 감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탄소 중립’ 압박이 커지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친환경 운송과 저탄소 원료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들이 언제쯤 상용화될지 불투명한 만큼, 공급망 전반을 점검해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모습이다.

포스코의 전용 로로(RO-RO)선 '광영리더호'에 현대제철 순천공장으로 갈 열연코일 제품이 실리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제품 운송용 액화천연가스(LNG) 트랙터 11대를 이달 도입했다. LNG 트랙터를 운영하면 기존의 디젤(경유) 화물차보다 탄소배출을 19%가량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LNG 트랙터를 가교로 활용, 2025년부터 수소 화물차를 도입할 계획이다. 앞서 포스코는 현대차(005380)와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운영하는 트럭 등 차량 1500대를 수소차로 교체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현대제철도 지난 24일부터 해외 원료 운송에 LNG추진선 ‘에이치엘 오셔닉호(HL Oceanic)’를 투입했다. 오셔닉호는 호주에서 연간 200만t의 철광석과 석탄을 나를 예정이다. 내년 3월에는 오셔닉호와 쌍둥이 선박인 ‘에이치엘 써니호(HL Sunny)’도 인도받는다. 현대제철은 기존의 고유황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대신 LNG추진선을 활용하면, 1척당 연간 1만1000t의 탄소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나머지 원료전용선 등도 해운·조선사와 논의해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대체 원료도 개발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소결공정에 굴·조개 껍데기인 패각을 활용하기로 했다. 소결공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하기 적합한 작은 주먹 크기의 소결광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소결광의 형태를 잡아주고 성분을 조절하는 용도로 석회석을 쓰는데, 패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석회석 대신 전남·경남에 방치된 패각 92만t을 사용하면 약 41만t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이같이 탄소 감축에 힘을 쏟는 이유는 그만큼 탄소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포스코는 7310만t, 현대제철은 225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그해 철강업계 배출량(1억120만t)의 94.5%, 산업 분야 전체 배출량(2억6050만t)의 36.7%에 해당하는 양이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려면, ‘수소환원제철’을 비롯한 고로 관련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감산이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않느냐”며 “특히 정부가 2030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여 잡으면서 줄일 수 있는 분야부터 일단 줄이자는 절박함이 커졌다”고 말했다.

원자재 공급부터 제품 생산·출하까지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의 탄소 감축을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철강사 관계자는 “EU(유럽연합)가 추진하는 탄소국경세를 비롯해 앞으로 제품의 탄소 함유량을 평가할 때 제품 생산 과정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며 “부자재, 운송 방식 등의 탄소 배출량도 관리해나가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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