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아동 34명 더 있었다' 합동점검서 확인..경찰 수사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최근 서울 강동구에서 3세 아이가 의붓어머니에게 맞아 사망한 일이 발생한 가운데 올 상반기 아동학대 관계기관의 합동점검을 통해 30명 이상의 피해아동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 5∼6월 전국 학대 고위험군 아동 4천81명을 점검했고 그중 학대 피해가 확인된 34명과 관련해 경찰이 가해자를 학대범죄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학대 고위험군 아동은 최근 1년 아동학대 신고가 반복적으로 접수됐거나 수사 이력이 있는 사례, 학대피해로 분리 후 원가정에 복귀한 경우 등으로 선정했다. 아동학대 재학대율은 2018년 10.3%에서 2020년 11.9%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번 점검 결과 유형별 피해 아동은 신체학대가 19명이나 됐으며, 정서학대는 8명, 방임 7명 등으로 파악됐다.
경찰에서는 이중 18명에 대해 응급조치, 1명에 대해 긴급임시조치, 22명에 대해 임시조치 신청을 했다.
응급조치는 피해아동을 학대행위자와 최대 72시간(휴일 등에는 120시간)까지 격리하거나 시설에서 보호하는 조치고, 긴급임시조치는 법원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아동에게 접근금지를 할 수 있는 조치다. 임시조치 신청은 수사관이 응급조치 등을 한 후 검사에게 법원에 대한 임시조치의 청구를 신청한 것을 뜻하며 접근금지부터 유치장 유치까지 포괄한다.
경찰과 지자체는 또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233명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연계해 보호·교정·치료, 법률지원, 주거개선, 상담 등을 지원했다.
이번에 관계기관이 학대 피해를 확인한 방식은 대면 방식이 3천549명이었고, 나머지 532명은 영상통화나 전담공무원·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을 통해 점검하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범죄 수사기관이라는 인식이 있어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다며 학대 행위자가 불쾌감을 드러내 대면하기를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이 밖에 시설 입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도 영향을 끼쳤다.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거나 현장에 출동했는데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많이 사라졌다.
아동학대는 현장 신고로 출동 후 철수하더라도 다음 날 APO(학대예방경찰관)가 전수합동조사를 통해 사례를 점검하고, 3차로 일선 경찰서장이 한 번 더 확인하는 '3중 시스템'을 거친다. 여기에 반기별 정부 합동점검까지 있어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면밀한 확인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종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다만 신고되지 않은 피해아동을 사전에 포착해 부모 등 학대행위자에게서 즉각 분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이번 3세 아동 사망 사건도 사전 포착 시스템이 아직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전 징후 포착을 강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만 0∼2세 생애초기 건강관리시범사업을 통해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만 2세 미만 영아 가정을 방문해 건강관리 상담을 하도록 하고 있다. 2024년까지 258개 지역에서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 0∼6세 건강검진 예방접종 미실시 가정에 대해 방문 확인 후 보건소에서 관리하는 사업도 병행해 사전 포착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3세 아동 사망 사건처럼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0∼3세의 경우 미리 피해 사실을 포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찰에서는 아동학대처벌법상 면책규정이 신설되면 더 적극적으로 분리 조치가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으로는 피해아동을 학대행위자와 분리하고 싶어도 부모 등이 반발하면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민·형사 책임이나 징계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해식·한병도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계류 중이다.
아동학대살해죄 '미수범' 규정 신설도 요구된다.
지난 3월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됐지만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어 살해하려는 고의성이 인정되는 사건이라도 아동이 사망하지 않은 경우는 여전히 형법상 살인미수 또는 아동학대 중상해만 적용하고 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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