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쉬운 우리말](1) 러닝, 러닝사이언스 그리고 건강온

권재일 한글학회장·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 2021. 1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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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주인공이다.

그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효과적으로 사회생활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정보 격자를 줄이기 위해서도, 차별 없이 함께 사회 생활을 해 나가기 위해서도 불필요하게 영어 몇 마디 쓰고 겉멋을 부리면서 우쭐대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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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주인공이다. 그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효과적으로 사회생활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서울시가 학생들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으니 흐뭇하다.

그런데 그 정책 이름은 ‘E런 서울런’이다. 이름만 보고는 무슨 사업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학습’이란 말을 쓰면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텐데 꼭 ‘런’이란 표현을 써야 공정한 교육 기회를 드러낼 수 있을까 의아하다. 학습이나 공부라는 표현은 멋이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요즘 젊은이들은 영혼을 끌어모아서라도 경제력을 높이려 한다. 이런 마음을 헤아려 서울시는 또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하였다. ‘청년 재테크를 위한 서울 영테크 토크쇼’가 그것이다. 재테크란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쓰던 말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영테크’라는 말은 행정 당국이 굳이 새로 만들어 써야 할 표현은 아니다.

서울시의 우리말에 대한 인식이 걱정스럽다. 서울시가 마련한 사업 한 가지만 더 소개하자. ‘건강관리 프로젝트 온서울 건강온’은 ‘스마트밴드와 함께하는, 온택트 헬스케어하는’ 사업이란다. 외국말 큰잔치 같다. 적어도 앞의 ‘온’은 모두를 뜻하는 우리말이기를 바란다.

얼마 전 어떤 학교에서 국어교육학과, 수학교육학과 등을 묶어 융합 운영을 통해 학교 교육을 획일성에서 다양성으로 이끌도록 하는 학습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새로운 학과를 신설했다. 학과 이름은 ‘러닝사이언스학과’다. 학과 목표는 학습과학자 양성, 주요 교과목 이름은 학습과학의 이해였다. 왜 학과 이름에 맞추어 러닝사이언티스트 양성, 언더스탠딩 러닝사이언스라 하지 않았을까? 앞에서 예를 든 서울시처럼 ‘학습’이란 누구나 다 아는 말을 굳이 ‘러닝’이라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국어교육을 하는 학과가 달리기 학과로 오해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는 요즘 분야마다 수많은 전문용어가 외국어 그대로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일상 생활언어에도 외국어가 듬뿍 섞여 있다. 외국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정보 격차가 커질 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따돌림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보 격자를 줄이기 위해서도, 차별 없이 함께 사회 생활을 해 나가기 위해서도 불필요하게 영어 몇 마디 쓰고 겉멋을 부리면서 우쭐대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그러면서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생활을 위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권재일(한글학회장)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

※필자소개 

권재일(한글학회장)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 1976년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방송광고심의위원회 심의위원, 국립국어원장 등을 지냈다.  

※ 이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문화원연합회 쉬운 우리말 쓰기 취재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권재일 한글학회장·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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