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르포] 쇼핑몰 가득채운 시민들 "입국차단은 부당" 볼멘소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세계 많은 나라가 새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확산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 항공편 중단 등 사실상 봉쇄를 가하는 상황에서도 정작 남아공 내부는 차분한 분위기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속성상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변이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데도 오히려 외부에서 너무 성급하게 남아공발 입국을 금지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반응이 주로 나왔다.
수도 프리토리아의 '브루클린' 쇼핑몰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전날부터 시작된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시즌을 맞아 카트 가득 물건을 사서 가는 사람들로 붐볐고 교외의 야외 쇼핑 상가인 '캐슬게이트'의 드넓은 주차장은 가장자리를 빼고는 차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오미크론 변이를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는 소식을 전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주요국 금융시장도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곳 주민들의 쇼핑 열기를 꺾지는 못한 듯했다.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의 '몰오브아프리카'에서 한국 소비대전 판촉 행사를 진행 중인 코트라(KOTRA)의 장선영 차장은 "오늘 몰에도 사람이 아침부터 많아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영향을 현장에서는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부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네 살 아들과 쇼핑에 나선 코니 물더(36) 씨는 남아공에서 새 변이가 검출된 것은 남아공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과 팬데믹 대처에서 축적된 대응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신속한 검출과 보고에 대해 찬사는 못 할망정 비행편부터 차단한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 "새 변이의 확산력이 더 강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아직 게놈 분석 결과나 사망률 등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 변이가 남아공에서 검출된 지 기껏해야 닷새밖에 안 된 상황에서 세계 많은 나라가 집단으로 남아공에 록다운(봉쇄)을 단행하는 것은 "히스테리이고 모순"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아직 코로나 대처에 백신이 효과가 있는데 너무하다는 것이다.
'캐서린'이라고 자신을 밝힌 중년 부인 역시 항공편부터 차단한 유럽 조치에 대해 '난센스'라고 고개를 저었다.
열흘 전 네덜란드에서 가족을 보러 남아공에 왔다는 그는 오는 30일 KLM 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이지만 항공사로부터 아직 아무런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은 네덜란드 여권을 갖고 있어 귀국에 걱정은 없지만, 귀국 항공편에 차질이 빚어지면 당분간 여기 있는 가족들과 머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인과 아이 등 가족들과 쇼핑 나온 더그 페닝(42) 씨는 오미크론에 대해 "단지 하나의 변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국제뉴스 보도는 다들 남아공을 피하라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아공의 한 이동통신사 작업복 차림의 음흘라 물로(32) 씨도 "우리는 백신을 맞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데 왜 외국에서 접근을 차단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외부의 대응이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이미 두 차례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그는 다음날 정부에서 변이 대응 관련 회의를 하는 것을 염두에 둔 듯 "지금은 축제 시즌이고 우리는 일이 먼저다"라면서 변이 확산으로 봉쇄를 강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음발리 코자(42)는 "4차 감염 파동이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외부에서 남아공에 봉쇄를 하고 백신이 잘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 "무섭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미 접종을 마쳤지만 부스터샷(추가 접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쇼핑 상가에서 주차장 일을 보는 한 주차요원은 블랙프라이데이인 어제나 오늘이나 여느 때와 같이 손님들이 많다면서 "오늘도 새로운 날"이라고 말했다.
이날 식당가나 놀이터에는 가족 단위로 나와 외식을 하거나 아이들과 노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인근 골프장이나 승마장에도 비가 오기 전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느 때처럼 사람들이 찾아오고 거리에는 주말을 맞아 자전거 페달을 밟는 라이딩 족들이 눈에 띄었다.
세계 각국의 언론이 남아공을 새 변이 바이러스의 '진원지'처럼 묘사하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공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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