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왜 이틀 먼저 종부세를 공개했을까[세종썰록]
[편집자주] [세종썰록]은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일반 기사로 다루기 어려운 세종시 관가의 뒷이야기들, 정책의 숨은 의미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기획재정부는 22일 '2021년 주택분 종부세(종합부동산세) 고지 관련 브리핑'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이 일정이 이례적인 건 브리핑 이틀 후인 24일 국세청이 종부세 고지 안내와 2021년도분 종부세 고지세액을 발표하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재부 측은 "국민의 관심사"라며 브리핑 배경을 설명했지만, 대개 정부 기관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틀 뒤 발표할 세액을 먼저 발표하지 않습니다. 기재부의 말마따나 세금을 내는 2%만 궁금해 할 문제인데 매년 정해진 발표 시기를 앞당길 이유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입니다.
22일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세액이 발표되자 이 이례적인 브리핑의 배경이 짐작이 갑니다. 법인을 포함해 94만7000명이 총 5조7000억원을 고지받는다는 내용입니다. 이틀 뒤 발표한 토지분을 더하면 8조6000억원 가까운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됐습니다.
주택분 납세자만 기준해 봐도 전년대비 납세인원이 28만명 늘었고, 고지세액은 3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올해는 최초로 주택분 종부세액이 토지분을 넘어서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동시다발적인 기록 행진 속에서 '종부세 폭탄'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사전 여론진화에 애쓰는 정부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24일 고지세액 발표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급히 기재부가 주택분만을 발표했다"며 "전례를 보면 보기 드문일"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을 곱씹어보면 과연 여론진화에 성공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우선 정부는 22일 브리핑 첫 단락에 "전국민의 98%는 과세대상이 아님"이라고 밝혔습니다. 주택분 납세인원이 94만7000명이니 올해 우리나라 추계인구 5182만명의 1.8%에 불과한다는 설명입니다.
숫자로만 보면 맞는 얘기처럼 보이지만 저 98%에는 주택 소유와 거리가 먼 갓난아이도 포함됩니다. 개인별로 과세하는 종부세의 특성을 고려하면 종부세를 부담하는 가구의 다른 가족 구성원도 98%에 들어갑니다.
정부의 1주택자의 납세부담을 줄였다고도 강조합니다. 전체 납세인원에서 차지하는 1주택자 비중이 지난해 18%에서 올해 13.9%로 줄었고 1주택자의 고지세액 비중도 6.5%에서 3.5% 줄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1주택자만 떼어놓고 보면 납세자가 12만명에서 13만2000명으로 1만2000명 늘었고, 이들에 대한 고지세액도 800억원 불어난 2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1주택 부부공동 명의 특례를 적용받은 인원이 1만3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14만5000명이 1주택자이면서 종부세를 낸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다가 내게 된 사람이 최소 1만명이 넘는데 부담이 줄었다는 말이 쉽사리 납득이 될까요.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 과정에서 1주택자 종부세율을 최고 3%까지 올렸습니다. 구간별로는 0.1%포인트(p)에서 0.3%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세법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요자 세부담을 늘리면 안된다는 정책기조를 따라 1주택자 세율을 올리면 안 된다"는 의견과 "형평성을 위해 조금이라도 세율을 올려야한다"는 의견이 충돌한 끝에 결국 1주택자도 세율을 올리는 것으로 결론났습니다. 1주택자 부담을 줄였다는 기재부의 설명이 설득력을 잃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시세 27억원 종부세가 그랜저 자동차세 수준"이라는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차량 감가상각에 따라 매년 줄어드는 자동차세와 매년 불어나는 종부세를 나란히 비교하는 게 과연 얼마나 합리적일까요.
종부세는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민의 2%만 낸다는 식의 궤변보다는 집값 상승에 대해 거듭 진솔한 사과를 하는 게 국민들 마음에 더 와닿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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