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가림의 가화만사성] 원전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권가림 기자 2021. 11. 28. 05:50
"기술은 완벽, 신뢰 필요할 뿐" vs "치명적 사고 가능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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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가화만사성은 ‘가림 기자가 화학 이야기 만 가지를 사사건건 성실히 알려주는 코너’입니다. 왜? 어떻게? 궁금한 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숨어있는 화학의 역할과 원리를 대신 실험해드립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흘렀다. 이 사고의 후폭풍은 원전을 가동하는 한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최근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면서 원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원전은 여전히 주요 발전원으로 꼽힌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발전량은 16만184기가와트시(GWh)를 기록했다.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석탄발전에 이어 두 번째로 발전량과 비중이 크다. 원전 안전성을 두고선 여전히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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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납건물 두께 1.2m… 7.0 지진도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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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는 자연 재해나 설비 고장, 인적 실수로부터 발생한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측은 지진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이 아닌 쓰나미가 원인이었다. 한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내 모든 원전에 지진자동정지 설비를 장착했다.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된다.
완전피동안전계통 기술도 적용했다. 후쿠시마 사고 같은 대형 재난 시 비상전원 없이도 중력에 의해 냉각수가 공급돼 원자로를 안전정지 상태로 유지해준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대형원전은 외부전원 없이 72시간, 소형모듈원전(SMR)은 1달 동안 작동될 수 있는 피동안전계통 기술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 격납 건물은 1.2m 두께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만들어져 밖으로 새어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북 경주 월성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되며 인근 주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19년 4월 월성원전 3호기 터빈건물 하부 지하수 배수로 맨홀에 고인 물에서 ℓ당 71만3000㏃(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는 원안위 관리기준인 4만㏃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중수소는 피부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약한 방사선을 낸다고 보고 있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71만3000Bq은 원전 내 터빈건물 지하 배수관로에 고인 물인데 이를 물과 희석된 상태인 배출기준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보통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 농도는 물 1ℓ당 10~20Bq이다. 배출기준인 4만Bq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355ml 커피의 방사능 농도는 삼중수소 1만3000Bq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원전 밀집도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우려되는 점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욱 학회장은 “한국의 자동차 밀집도는 중국보다 8배가 높지만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중국이 높다”며 “단순히 원전 개수를 따질 게 아니라 종합적인 관점에서 원전 위험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원전 안전성의 절반은 기술이고 절반은 신뢰”라며 “안전은 기술성에서 비롯되지만 그것을 인정하느냐는 신뢰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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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단층 위 원전 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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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전문가들은 한국은 원전 밀집도, 원전 단지 규모, 부지별 밀집도가 높아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에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국내 원전의 밀집도는 미국의 20배, 러시아의 100배다. 재난으로 인해 방사능이 누출됐을 때 문제는 더 커진다.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방사성 물질은 사고 지점 30㎞ 내에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누출된 삼중수소도 주민 인체에 유해하다고 꼬집는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삼중수소는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체내 단백질은 수소, 탄소, 산소 등으로 구성됐는데 삼중수소의 수소와 유기결합되면 DNA가 기형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중수소 누설에 대해 책임을 물을 법 규정도 없다. 그는 “후쿠시마 피해복구비용은 100조원으로 예상되는 반면 한국은 5000억원이 최대”라고 말했다.
경주 지진 이후 지진에 따른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활성단층 존재 여부 등을 고려해 건설 당시부터 6.5~7.0의 강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한다. 하지만 철저한 활성단층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안전한 원전이 논하기 어렵다.
지하에 숨은 단층들이 향후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으로 확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미국의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단층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원전이 지어져 발생한 것”이라며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던 경주 지진도 발생 전까지 활성단층 존재를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활성단층 연구를 축적하기까지 30~4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SMR의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SMR은 일본도 10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끊임없이 사고를 내 폐기된 ‘몬주’와 개념설계가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개발하고 있는 소듐고속냉각로 방식의 SMR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시도했다가 화재 폭발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사례가 많다. 이정윤 대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피동계통 원전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며 “완전피동계통은 아직 상업화된 기술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닌 제3자가 안전성 분석과 평가를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정윤 대표는 “원자로 건물 내 수소 제거 장치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불꽃이 비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신한울 원전 1호기의 조건부 허가가 강행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전은 인간이 다루지 못하는 잔류위험이 있다”며 “근본적인 위협요인을 제거해야 하는 만큼 관료 출신 중심이 아닌 독립적인 조직을 구성해 안전성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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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hidd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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