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44] 숲에 올 때마다 합장하고 목례하는 이유

정리=박명기 기자 2021. 11. 2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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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령공주'를 보면 숲의 정령들이 나온다.

그 숲의 정령들은 고릴라, 사슴, 멧돼지 등 다양하며, 알 수 없는 기형의 형체도 나타난다.

그들의 영역에 인간들이 들어오며 숲을 파괴하자 정령들은 힘을 합쳐 인간에 대항을 한다.

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고 그 숲이 산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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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2박3일 종주하며 장거리 산행 계획..자신의 내면 돌아보는 시간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령공주'를 보면 숲의 정령들이 나온다.

그 숲의 정령들은 고릴라, 사슴, 멧돼지 등 다양하며, 알 수 없는 기형의 형체도 나타난다. 작품의 정령들은 숲의 주인이다. 그들의 영역에 인간들이 들어오며 숲을 파괴하자 정령들은 힘을 합쳐 인간에 대항을 한다. 

나는 언젠가부터 숲으로 들어올 때, 하루를 보내며 합장하고 목례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무, 물 그리고 작은 잡초까지 이 산의 모든 생명들을 존중하며 내 나름대로 인간이 최상위층이라는 존재에 부정을 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그 의식이란 광활한 우주에 이 초라한 피조물이 안전하게 산행을 하도록 산신께 기원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밤에 혼자 산에 가는 취미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이미 산에 익숙해젔고 혼자 사색하며 하루 정도 깊은 숲이나 정상에서 지내는 것도 이젠 버릴 수 없는 즐거움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주는 중턱까지 올라가 땀이 찾는데, 밤에는 온도차가 커서 한기가 느껴져 잠을 설쳤다.

이유는 자신감에 삼계절 침낭과 매트 그리고 복장도 봄 풍경에 맞게 입었더니 역시 자연이란 나의 자만심을 쉽게 무너지게 만들며 그 시간을 참고 이기게 하여 강하게 만들어준다. 역시 산은 예측할 수 없는 장소다.

하룻밤을 신세진 후 아침에 바라보는 숲내음을 머금고 풍기는 숲의 향기와 짙고 무거운 공기는 도시에서는 맡을 수 없는 자연의 짙고 진한 향수다.

그 냄새가 말라 사라지기까지의 풍경은 새소리와 함께 내가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있다는 걸 알게 한다. 

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고 그 숲이 산을 만든다. 가장 큰 나무는 물을 비축하고 깊은 뿌리에서 작은 나무들에게 물을 공급해준다.

가을에는 잎을 떨구어 토양과 섞여 숲의 자양분이 되어 대지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산과 숲에 대해 우리 인간이 알고 있는 정도는 극히 일부분이다. 그러니 산이 우리에게 얼마나 귀중한 존재이며 우리 삶에 주는 안식처인지 감사해야만 한다. 

산은 모든 인간이 돌아가야 할 봉토(封土)다. 중세 유럽의 봉건제도에서 주군이 가신에게 그 봉사의 대상으로서 준 물적 보증이 봉토다. 자연이 인간에 준 물적보증이 산이다. 

그 대지의 상징을 올해 대간 종주는 아니더라도 혼자 2박3일 종주를 하며 장거리 산행도 계획하고 있다.

산의 기운을 얻고 부산스런 도시의 경계를 벗어나 고요의 평안을 담는다는 건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나는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혼자만의 산에 오르라고 권유한다. 이유는 말을 많이 하면 귀가 닫히고 귀가 닫히면 눈도 멀기 때문이다. 

좋은 풍경을 놓고 떠들며 올라 가는 건 장님이 산에 오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산 후에도 단체 사진밖에 남는 게 없다.

세속주의를 벗어나 한 여름 냉기를 품어준 산을 혼자 오르다보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하안거(夏安居)를 통해 스스로 깨우침을 얻는 선승처럼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좋은 향을 다시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향이란 진짜 사람냄새다. 올해는 시간이 날 때 자연주위자 존 뮤어가 양 떼를 몰고 가던 풍경처럼 혼자 직접 두 발로 걷고 작은 스케치북에 손으로 그림으로 담아오고 싶다. 나는 여전히 지구 여행 중인 초라한 유목민이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주홍수 감독은 30년 가까이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며 올해 출판이 예정된 산문집을 준비 중이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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