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광 찾은 이재명, 시민들 "문재인보다 더한 인기"(종합)
순천서 윤석열 겨냥 "죄지어도 처벌 안 되는 사람 있다" 일갈
지지자들 "문재인 때보다 더 많은 사람 몰렸다"
여수 낭만포차에선 구름 인파에 즉석연설 취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남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여수, 순천, 광양 등 동부권 3개 시를 차례로 돌며 광폭 행보를 이어간 가운데 이 후보가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를 몰고 다니며 호남에서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이 후보가 27일 오후 여수광양항만공사를 찾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도착 30분 전부터 1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이 후보가 나타나길 기다렸고, 이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환호하며 환대했다.
광양항 관계자들과 가진 항만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중요한 것은 국토균형발전이고 지역에서도 성장발전을 위해 독자적으로 가야한다"며 "국가 재정 투자를 생각하면 사람이 많은 곳에 집중 투자를 해야 하지만 이제는 균형발전이 국가 생존이기 때문에 지방에 대한 고려, 분권에 대한 고려가 더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국내 항만끼리 경쟁하면 안된다. 지역적 특성을 잘 살려 세계적인 경쟁이 되도록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다"며 "여수광양항은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서남해안 미래 에너지 생산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고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또 다른 2차 산업들이 여수광양항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기지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수광양항은 국가산단화, 항만 스마트화 해상 산업의 적격지며 특화된 항만의 특성을 살려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며 "수도권에 집중된 불균형 산단 전략은 이제 한계를 맞고 있어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양항에서 나온 이 후보는 전남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순천의 도심을 찾아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바닥 민심을 파고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가 순천에 온다는 소식을 접한 지지자 수백명은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전부터 구름 인파를 이루며 거리를 가득 채웠다.
오후 5시 30분쯤 캐주얼한 복장에 녹색 코트를 차려 입은 이재명 후보와 김혜경 여사가 순천 도심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 "순천은 이재명", "이재명 화이팅"을 외치며 연호했고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 이 후보를 찍거나 셀카를 요청하는 시민들로 일대가 북적였다.
몰려든 수백명의 지지 인파로 인해 이재명 후보 일행은 230m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오는데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이날 이 후보를 보기 위해 현장에 온 지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순천을 찾았을 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전남 순천에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67.8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패션거리 공터에 도착하자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전남 순천갑)은 "순천은 이재명이라고 외쳐달라"며 이 후보를 소개했다.
이어서 이 후보는 순천 연향상가 패션거리에서 진행한 즉석 연설을 통해 "죄를 지어도 처벌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며 검찰총장 출신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몰아세웠다.
이 후보는 "모든 권력과 모든 기회는 국민에게 사용되어야 하고 모든 국민이 평등하기 때문에 공평해야 한다"면서 "죄를 지어도 처벌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큰 죄를 지을수록 처벌이 약하고 더 큰 죄를 지으면 아예 처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은 게 검찰이다. 이재명은 재판에 회부에 몇년씩 고생을 시켰고 집한채 값인 2억5천이나 변호사비 내게 만들었다"며 "그러더니 이제는 변호사비로 쓴 돈이 수백억이라는 거짓말을 꾸미고 공격하고 이런 집단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겠나"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규칙을 어기면 손해보게 해야한다. 규칙을 지키는게 손해가 아니다 억울하지 않다 믿어지는 사회 누가 만들 수 있겠느냐"며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불공정하게 행사하고 미운 놈은 더 세게 때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있는 죄도 덮어주는 권력 남용을 한 사람들이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겠나"라며 검찰총장 출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했다.
이재명 후보는 집권하면 정치보복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5년이라고 하는 짧은 시간에 해야할 일이 산더미인데 과거를 후벼 파고 처벌하고 복수할 시간이 어디 있나"며 "1분 1초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쓰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옛날에는 돈이 없어서 7남매를 키우면 큰 아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 서울에만 집중 투자해 수도권도 지방도 양쪽 다 망하는 세상을 두고 볼 수 없다"며 "국가가 공평하게 투자해야 한다. 그동안 큰아들만 도와줬다면 큰딸도 작은딸도 막내도 돕고 그동안 손해봤으니 더 많이 지원해 잘살게 해야 한다"며 국토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순천시민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서 환영해줄 지 몰랐다. 잘하라는 격려인 동시에 질책'이라며 "저에게 권한을 주면 그 힘으로 해야할 일을 망설이지 않고 하고 누가 발목을 잡아도 저항을 뚫고 해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로 성과를 만들어냈고 비주류여서 아웃사이더여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외로운 정치인이어서 수없이 핍박을 받았지만 이 공격과 음해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서 지금가지 성장해온 정치인이 이재명"이라며 "이 대한민국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서 더 나은 세상 확실하게 열어드릴 사람 누구인가"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연설을 마친 이 후보는 순천의 모처에서 지역 정치인들과 만찬을 나눈 뒤 여수 유명 관광지인 하멜등대 인근 낭만포차거리로 이동했다.
오후 7시 30분쯤. '젊은이들의 거리' 전남 여수 낭만포차 거리 광장은 이 후보를 기다리는 인파들로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예정보다 20분 정도 늦게 이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신 외치며 맞이했다.
이날 생일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위해 준비된 케익을 보자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달라"고 말했고, 광장에는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퍼졌다.
이날 이 후보의 계획은 낭만포차 청년 자영업자들과 이 거리를 이용하는 젊은이들을 만나 메시지를 전하는 거였다.
그러나 너무 많이 몰린 인파로 안전 사고의 위험이 크자 이 후보 측은 이날 예정된 연설 계획을 취소했다.
어렵게 낭만포차 거리를 지나온 이 후보는 하멜전시관 앞에 운집된 시민들 앞에서 인사했다.
그는 "(아내와) 손잡고 여수 밤바다를 걸어보려고 했는데 힘들 것 같다"며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처럼 이 순간만이라도 아름답게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수밤바다 보다 이 후보님이 더 예쁘다'는 시민의 말에는 활짝 웃으며 "아름다운 밤에 행복하시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 아이가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이에요"라고 외치자 이 후보와 김 여사는 아이를 불러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예상보다 더욱 많인 몰린 인파로 예정보다 일정은 일찍 마무리 됐지만, 이 후보는 한 발작 떼기도 힘들 정도로 시민들은 그가 갈 때 까지 자리를 지켰다.
시민 박인문(34)씨는 "그 동안 코로나19로 정치에 무심했던 사람들의 열망이 폭발한 것 같다"며 "오늘 인기로는 이 후보가 연예인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시민 김근이(44)씨는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봤다"며 "이 후보가 밝힌 대로 '대동세상'을 이루도록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 목포를 찾은데 이어 이날 장흥, 광양, 순천, 여수 등 전남 동부권을 공략한 뒤 28일에는 광주로 이동해 첫 지역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호남 표심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선거대책위원회 진용을 갖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맞서는 이 후보는 대선 레이스 초반 열세를 뒤집기 위해 집토끼인 호남 표심을 먼저 잡아 판세를 흔들어 승기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전남CBS 최창민 기자 cc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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