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버킹검 모텔 살인사건 진실으? (그것이 알고싶다) [TV체크]
● 101호의 비극 2010년 10월 1일 오전 9시 50분경. 부산광역시 부전동에 위치한 버킹검 모텔, 교대근무를 하려 출근한 종업원들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와 다르게 활짝 열려있는 카운터 문, 어지럽혀진 안내데스크, 무엇보다 모텔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종업원들을 맞아주던 모텔 사장 김미영 씨(가명, 당시 46살)가 보이지 않았다. 김 씨를 기다리며 모텔을 정리하던 종업원들은 평소 비품을 쌓아두거나 휴식공간으로 이용하던, 안내데스크 옆 101호의 문이 굳게 잠겨있음을 알게 됐다. 결국 열쇠수리공을 불러 들어가게 된 101호에서 종업원들은 끔찍한 광경을 마주한다.
“이불을 걷어보니 피가 흥건해서 아이고야 이거 봉변당했구나 싶어가지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각도 안 하고 119 부르니까 119 금방 와가지고 ‘죽었습니다’ 이러더라고.”- 사건을 최초 신고한 모텔 종업원
101호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텔 사장 김미영 씨(가명). 사건 현장엔 피가 흥건했고, 부검을 통해 확인된 자창의 수만 74개 이상이었다. 숨진 김 씨 얼굴과 팔, 가슴 그리고 배와 등의 부위를 칼로 집중 공격한 범인.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이렇게 잔혹한 방법으로 그녀를 숨지게 한 걸까,
● 미궁에 빠진 사건
당시 경찰은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을만한 사람들부터 모텔에 투숙했거나, 업무상 드나들던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현장엔 피해자 김 씨의 혈흔이나 지문 외에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으면서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 루미놀도 하고 국과수에서 현장을 몇 번 했어. 몇 번 “첫날하고 그 다음에 또 하루 다 드러내고 했거든? 근데 얘(범인)에 대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 당시 수사 관계자
피해자 김 씨에게 남은 74개의 상처가 보여주듯, 현장에서 범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가볍지 않은 몸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범인을 추정할 단서가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사건. 그러던 중, 범인의 윤곽을 그려줄 결정적 단서가 나타났는데, 그것은 현장에 남겨져 있던 피 묻은 수건에서 피해자 김 씨의 DNA가 아닌 한 남성의 DNA가 발견되었다.
경찰 수사결과, DNA의 주인공은 모텔 시설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방문해 수리하던 수리공 고상진 씨(가명). 미영 씨의 혈흔이 묻어있던 수건에서 나온 DNA였던 만큼 모두가 그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 씨는 사건 발생 약 일주일 전 모텔 수리를 마치고, 사건이 발생했던 101호에서 샤워를 했을 뿐 사건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고, 그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다. 사건이 다시 미궁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쓰러졌지. 쇼크를 받아가지고. 오만 생각이 다 드는 거야. 나는 (피해자) 전화번호도 모를뿐더러 원한 같은 거 없어요.” - 모텔 수리공 고상진(가명)
● 디시 그려보는 범인의 윤곽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미제로 남아있지만, 숨진 김 씨와 함께 일하던 모텔 종업원들과, 김 씨의 가족들은 사건이 해결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도와 모텔 일을 도맡아 왔다는 막내 딸 김 씨. 지인들은 그녀를 검소하고 부지런했으며, 집과 일터인 모텔, 그리고 성당만을 오가던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누구에게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녀가 당한 일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제든 손님이 찾아올 수 있는 모텔 출입구 가까이에서 대담하게 범행을 저지른 범인은 누구일까. 제작진은 당시 사건현장을 재현해,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범인의 동선과 범행 수법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 김 씨와 범인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범인은 어떤 특징을 갖은 사람이었는지 추적한다.
“애기처럼 말도 이쁘게 하고 그래서 내가 그 친구를 참 좋아했죠. 10년이 돼도 우리 마음이 좀 그래요 좀…. 미영이(가명) 생각하면 눈물만 나지….” - 피해자 김 씨의 성당 지인
● 새벽의 방문객 사건당일 사건장소인 101호 바로 옆 객실에는 투숙객이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비명이나 소란 등 기억에 남을 만한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김 씨가 머물던 안내데스크 안에서 특별히 없어진 물건은 없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범인을 추정하며, 피해자 김 씨가 늦은 시간 거리낌 없이 안내데스크에서 나와 101호 문을 열어줄 만한 사람, 즉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범인은 정말 김 씨와 알고 지내던 면식범인걸까. 아니면, 모텔에 절도나 강도를 노리고 들어왔던 불청객이었던 걸까. 경찰은 사건 당일, 모텔 밖 CCTV에 촬영된 모텔 출입자 총 55명의 신원을 확보해 수사를 벌였지만, 모두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게 확인되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한 사람의 신원은 파악할 수 없었다. 피해자 김 씨의 사망추정 시각에 근접한, 새벽 2시 45분에서 3시 16분 경 까지 약 31분 간 모텔에 머물렀던 한 남성. 그는 모텔 투숙객도 아니었다. 이 CCTV 속 남자는 미영 씨의 죽음과 관련이 있거나 그날 새벽, 모텔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던 목격자일 수도 있다. 과연 그는 누구일까.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11년째 미궁에 빠져 있는 부산 “버킹검 모텔 여주인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들여다보고, 시신에 남겨진 범인의 흔적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본다. 피해자 미영 씨 주변 ‘의문의 사람들’을 목격했던 제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범인의 정체를 추적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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