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카 살인사건→데이트폭력으로 표현 반발 불러

조현호 기자 2021. 11. 2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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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아버지 문화일보 인터뷰서 비판하자 재차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줘 사과"
홍준표 "살인사건 데이트폭력으로 둔갑" 윤석열 측 "살인범 심신미약 주장이 인권변호사?"
정철승 "변호사, 흉악범 변호도 당연"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거 자신의 조카가 여자친구와 그 어머니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변호하며 '데이트폭력', '심신미약'이라 주장해 논란이다.

“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으로 둔갑시키는 재주”(홍준표), “살인범을 심신미약이라 주장하는 것이 인권변호사가 할 일이냐”(이양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양주시에서 발생한 데이트폭력 피해자 유가족과 간담회를 한 뒤 데이트폭력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자신의 조카를 변호한 전력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신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어 더욱 마음 무거운 자리였다면서 “제 일가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돼 일가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정치인이 된 후여서 많이 망설여졌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다”고 변호 사실을 시인했다.

이 후보는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데이트폭력은 모두를 불행에 빠뜨리고 처참히 망가뜨리는 중범죄다. 제게도 이 사건은 평생 지우지 못할 고통스런 기억”이라고 썼다.

이 후보의 이 같은 주장을 보고 15년 전 피해자의 아버지였던 A씨가 당시 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표현한 점을 들어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강력 비판하자 이 후보는 재차 사과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26일자 온라인 기사 '[단독] “이재명 조카, 내 딸·내 아내 살해했는데 데이트 폭력이라니…”'에서 이재명 후보의 조카 김모씨가 2006년 저지른 '모녀 살인 사건'으로 딸과 아내를 잃은 A씨가 인터뷰에서 “15년이 지났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심장이 저릿저릿하다”며 “한 가정을 망가뜨린 살인 범죄에 대해 데이트 폭력이라니요”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이 후보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며 “어찌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는지…”라고 말했다고 문화일보는 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7일 전남 강진군 군동면 안풍 마을회관에서 열린 강진 농민들과 함께하는 국민반상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일보는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 조카 김씨는 2006년 5월7일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칼과 포장용 투명테이프를 들고 여성의 집을 찾아 A씨의 딸과 아내를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했으며 A씨도 그와 다투다 베란다 바깥으로 떨어져 1년 넘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후보가 1·2심 재판에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무지징역을 선고했다고 문화일보는 전했다. A씨는 “내 딸의 남자친구였던 그놈은 정신이상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면서 “뻔뻔하게 심신미약, 정신이상을 주장했다는 게 참…”이라고 했다고 이 신문은 썼다.

이에 이 후보는 이날(2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기사를 링크한 뒤 '다시 한 번 피해자 가족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려 피해자 가족분들의 인터뷰 기사를 이제서야 뒤늦게 봤다며 “데이트폭력이라는 말로 사건을 감추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며 “흉악범죄로 인한 고통의 크기가 헤아릴 수 없음을 잘 안다.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 받으신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는 “저로 인해 가슴 아픈 일을 다시 상기하시게 된 것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며 “이런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다. 평생을 두고 갚아나가는 마음으로 주어진 역할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이후 페이스북에서 링크한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조카의 살인사건을 변호한 일과 관련, 데이트폭력이라 표현했다가 재차 사과하는 글을 쓰면서 링크한 언론사 기사를 삭제했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수정내역

이 후보의 사과에도 정치권의 비판은 더욱 커졌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잔혹한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으로 둔갑 시키는 재주는 대장동 비리를 국민의힘 게이트로 둔갑 시키는 재주와 흡사하다”며 “검사 사칭에 총각 사칭, 나아가 대선후보 사칭까지 참 더러운 대선”이라고 썼다. 그는 자신이 “그래서 이번 대선은 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양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어 “이재명 후보가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자신의 조카를 '정신질환 심신미약'으로 감형시키려 한 사실을 느닷없이 끄집어 내 데이트폭력이라 칭하며 사과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인권변호사'를 자칭해온 이 후보가 계획적 살인범에 대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이 인권 변호사로서의 행동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정철승 변호사는 자신 인권변호사를 거론한 이양수 수석대변인 주장에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27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권변호사'는 이상한 말”이라며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인권 옹호를 기본사명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정 변호사는 “'인권변호사라더니 고작 (흉악범인) 조카변호사였냐?'는 국민의힘당의 비방은 무지하고 유치하고 졸렬하다”며 “변호사는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변호하는 것이 당연한데다, 자기 조카인데 어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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