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서 '몸테크'하다 엄마가 죽었다..'힐 하우스의 유령' 드라마 리뷰 [씨네프레소]
*주의 : 이 기사에는 드라마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⑪ 드라마 '힐 하우스의 유령' 리뷰
살다 보면 누가 상처를 주려 한 게 아닌데도 마음이 할퀴어지는 순간이 있다.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려 몸이 전보다 약해지는 때가 그렇다. 산업 구조가 한순간에 바뀌면서 직장이 문을 닫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슴에 깊은 통증을 남기는 것은 바로 소중한 사람과 사별하는 일이다. 그들 스스로가 나이를 먹거나 천재지변 현장에 있고 싶었던 건 아닐 텐데도 어쨌든 떠나게 되고, 한때 우리 마음에 그들이 자리 잡았던 공간은 공동(空洞)으로 남아버린다.
주인공은 집값 상승을 노리며 힐 하우스에 들어간 크레인가(家) 식구들이다. 아버지 휴 크레인과 어머니 올리비아 크레인은 하자가 있는 집을 매입해 수리하면서 머물다가 그 집이 살 만해졌을 때 매각해 매매차익을 남기는 부부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막내인 쌍둥이 남매 고민을 항상 진지하게 들어줄 정도로 부모로서 역할에 다각도로 충실하려 한다.
그날 밤 벌어진 일을 유일하게 아는 아버지는 오남매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진실을 덮어버린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식들에게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을 보호하려 했던 아빠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오남매 각각의 마음속에 점점 커져가는 웅덩이를 남긴다. 공허를 채우기 위해 쌍둥이 중 남자 쪽은 마약에 중독되고, 장녀 셜리와 차녀 테오도라는 사람을 경계하는 성격을 갖게 된다. 첫째 스티븐은 유명 작가로 큰돈을 벌게 되는데, 책의 소재로 삼은 것이 식구들의 슬픈 과거사란 점에서 남매들에겐 가장 끔찍한 형제로 여겨진다.
작품은 두 가지 시간 축을 넘나든다. 26년 전 힐 하우스에 살던 과거와 남매들이 모두 성인이 된 현재다. 남은 가족들은 엄마가, 그리고 또 동생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 헤맨다. 현재의 불행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아내기 위해 가족들은 옛 기억을 캔다. 절망적인 일은 왜 우리 가정에만 생기는지 그 원인을 과거와 현재를 엮는 과정을 통해 발견한다.
호러물인 이 드라마엔 위로가 가득하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음산한 데다 곳곳에 점프 스케어(Jump scare)를 삽입해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보는 이를 따뜻하게 감싼다. 공포와 위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게 인생의 본질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 대부분은 죽음의 공포를 안고 살아야 하고,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슬픔을 서로 쓰다듬는 과정에서 위로를 얻는다. 망자 역시 함께했던 순간의 온기로, 언제나 우리를 위로하듯.
장르: 호러
출연: 미키일 하우스먼, 칼라 구기노, 티모시 허튼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평점: 왓챠피디아(3.9),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93%), 팝콘지수(91%)
※11월 26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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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프레소 지난 회차]
1회-그들은 자신이 적폐인지도 몰라요…'식스센스'
2회-"30년 살던 집이라니깐" 노인 대출 연장 거부 은행원이 겪은 고초…'드래그 미 투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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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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