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서 '몸테크'하다 엄마가 죽었다..'힐 하우스의 유령' 드라마 리뷰 [씨네프레소]

박창영 2021. 11. 2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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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이 기사에는 드라마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⑪ 드라마 '힐 하우스의 유령' 리뷰

살다 보면 누가 상처를 주려 한 게 아닌데도 마음이 할퀴어지는 순간이 있다.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려 몸이 전보다 약해지는 때가 그렇다. 산업 구조가 한순간에 바뀌면서 직장이 문을 닫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슴에 깊은 통증을 남기는 것은 바로 소중한 사람과 사별하는 일이다. 그들 스스로가 나이를 먹거나 천재지변 현장에 있고 싶었던 건 아닐 텐데도 어쨌든 떠나게 되고, 한때 우리 마음에 그들이 자리 잡았던 공간은 공동(空洞)으로 남아버린다.

`힐 하우스의 유령`은 집값 상승을 노리고 들어간 저택에서 비극을 맞이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다.<사진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힐 하우스의 유령'(2018)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떠나보낸 이들을 위로하는 드라마다. 분명 공포물인데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격려받는 기분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따뜻한 애도가 느껴진다. 물론 공포물로서 시청자를 소스라치게 놀래는 연출도 빠지지 않는다.
다수 공포물에서 집은 그 자체로 주인공이다. 원혼이 깃든 집은 언제나 사람들을 삼킬 준비가 돼 있다.<사진 제공=넷플릭스>
집값 상승 기대해 들어간 집에서 엄마가 죽었다

주인공은 집값 상승을 노리며 힐 하우스에 들어간 크레인가(家) 식구들이다. 아버지 휴 크레인과 어머니 올리비아 크레인은 하자가 있는 집을 매입해 수리하면서 머물다가 그 집이 살 만해졌을 때 매각해 매매차익을 남기는 부부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막내인 쌍둥이 남매 고민을 항상 진지하게 들어줄 정도로 부모로서 역할에 다각도로 충실하려 한다.
크레인 부부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늘 귀기울인다. 그러나 집의 음산한 기운이 다정했던 부모를 날카롭게 만든다. <사진 제공=넷플릭스>
오남매는 이사가 잦을 수밖에 없는 가족의 생활 방식에 익숙해진 듯하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힐 하우스에 이사할 때 이들은 새집이 가지고 있을 비밀을 하나씩 발견해나갈 것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그러나 저택이 지닌 비밀은 사실 잔혹동화에 가까운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오남매의 침실에 드리우던 거무죽죽한 음영은 점차 낮과 일상생활에까지 번져온다. 급기야 엄마 올리비아가 심각한 정신 착란을 일으킨 어느 날 밤, 아빠와 오남매는 힐 하우스에서 탈출하게 되고, 아빠는 엄마가 그 집에서 자살했다고 자녀들에게 전한다.
7명이 늘 함께하던 가족은 어느 날 밤 엄마만 집에 남긴 채 탈출한다.<사진 제공=넷플릭스>
엄마의 사망이 가족 마음에 남긴 웅덩이

그날 밤 벌어진 일을 유일하게 아는 아버지는 오남매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진실을 덮어버린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식들에게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을 보호하려 했던 아빠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오남매 각각의 마음속에 점점 커져가는 웅덩이를 남긴다. 공허를 채우기 위해 쌍둥이 중 남자 쪽은 마약에 중독되고, 장녀 셜리와 차녀 테오도라는 사람을 경계하는 성격을 갖게 된다. 첫째 스티븐은 유명 작가로 큰돈을 벌게 되는데, 책의 소재로 삼은 것이 식구들의 슬픈 과거사란 점에서 남매들에겐 가장 끔찍한 형제로 여겨진다.
첫째 스티븐은 힐 하우스에서 가족이 겪은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형제들에게 비난을 받는다.<사진 제공=넷플릭스>
이처럼 아픈 와중에도 이들을 남매로 결속시키는 것은 쌍둥이 중 여자 쪽인 넬리다. 힐 하우스에서 목 꺾인 여인을 보며 영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했던 넬리는 오빠와 언니, 쌍둥이 루크에게 늘 다정하게 대하려 했다. 죽은 사람이 자꾸 보여 겪었던 수면 문제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며 해결되는 듯했다. 불행했던 사람은 계속 불운하길 바라는 운명의 장난으로 남편이 죽기 전까지 말이다.
넬리는 자신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려는 인생의 장난 속에서도 늘 식구들에게 따뜻하게 대하며 운명에 맞선다. 그러나 불행은 그녀가 바로 서도록 놓아주지 않는다.<사진 제공=넷플릭스>
왜 우리 가정에만 나쁜 일이 생길까

작품은 두 가지 시간 축을 넘나든다. 26년 전 힐 하우스에 살던 과거와 남매들이 모두 성인이 된 현재다. 남은 가족들은 엄마가, 그리고 또 동생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 헤맨다. 현재의 불행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아내기 위해 가족들은 옛 기억을 캔다. 절망적인 일은 왜 우리 가정에만 생기는지 그 원인을 과거와 현재를 엮는 과정을 통해 발견한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힐 하우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자녀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사진 제공=넷플릭스>
별것 아니라고 묻어뒀던 순간순간을 가족의 역사로 편입하는 작업이다. 어머니가 죽던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갑자기 벽에 생겨 어머니를 화나게 했던 낙서를 실제론 누가 한 것인지까지 무엇 하나 사소하게 넘기지 않는다. 상대방의 시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가족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는 분절된 것이 아니고, 서로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어른은 아이에게 '크면 다 괜찮아지는 문제야'라고 했던 때를 미안해하고, 아이는 어른에게 '보호자면 그 정도는 감당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한 것을 후회한다.
온화한 미소를 지녔던 엄마에겐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을까.<사진 제공=넷플릭스>
인간은 인생에 나쁜 일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없다. 우연히 이사 간 집이 사실 유령 든 집이었다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드라마를 끝까지 봐도 크레인 집안에 나쁜 일이 이렇게 많이 생긴 이유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여름에 마을에 불어닥친 태풍에 자연의 '악의'가 있는 게 아니듯 사람을 정말 아프게 하는 대부분 사건은 '그저' 일어난다.
겁에 질려 잠 못 드는 넬리를 재우기 위해 엄마가 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사진 제공=넷플릭스>
그렇기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는다. 다만 그 상처를 어루만질 순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옆에서 도와준다면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넘어 더욱 단단해질 수도 있다. 첫 태풍엔 속수무책으로 집을 날렸지만, 다음번 태풍이 불 땐 보다 단단해진 방재 시설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호러물인 이 드라마엔 위로가 가득하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음산한 데다 곳곳에 점프 스케어(Jump scare)를 삽입해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보는 이를 따뜻하게 감싼다. 공포와 위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게 인생의 본질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 대부분은 죽음의 공포를 안고 살아야 하고,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슬픔을 서로 쓰다듬는 과정에서 위로를 얻는다. 망자 역시 함께했던 순간의 온기로, 언제나 우리를 위로하듯.

`힐 하우스의 유령` 포스터.<사진 제공=넷플릭스>

장르: 호러
출연: 미키일 하우스먼, 칼라 구기노, 티모시 허튼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평점: 왓챠피디아(3.9),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93%), 팝콘지수(91%)
※11월 26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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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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