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중 한명 죽어야 끝나는 간병비극"..이재명 "국가가 해결해야"

남승렬 기자 2021. 11. 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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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기소된 대구 청년 변호인에 편지.."가난으로 인한 죽음 없어야"
존속살해 혐의 징역 4년 선고 받은 A씨측 상고장 제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찾아 시민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11.26/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병원비가 없어 병세가 깊은 아버지를 집에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대구의 20대 청년 A씨(22)의 국선 변호인에게 보낸 편지를 27일 공개했다.

이메일 형식으로 보낸 편지에서 이 후보는 "낮은 곳에서 호소하는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외동아들인 A씨는 약 10년 전부터 아버지(56·사망)와 단둘이 지내다 지난해 9월 아버지가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입원하면서 간병 비용 등으로 인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A씨는 결국 지난 4월 아버지를 퇴원시킨 뒤 집에서 혼자 간병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월1일부터 8일까지 치료식과 물, 처방약 제공을 중단하고 아버지를 방에 방치해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존속살해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은 A씨 측은 현재 국선 변호사를 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피고인이 어린 나이에 경제적 능력이 없어 피해자인 부친의 연명 입원 치료 중단과 퇴원을 결정하게 된 후 병원 처방약을 피해자에게 제대로 투여하지 않은 점과 자백 진술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한 피해자를 방치해 살해한 점, 패륜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어린 나이로 경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 사건의 경우 표면상으로는 존속살해라는 폐륜범죄지만, 그 이면에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는 20대 청년이 병원비가 없어 중병을 앓는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퇴원시킨 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간병 비극', '간병 살인' 등으로 불리며 감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이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A씨 사건을 언급하며 "국민에게 의무를 요구할 때는 신속한 국가가, 의무를 다해야 할 땐 답답할 정도로 느려선 안된다. 국가 입장에서는 작은 사각지대이지만 누군가에겐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라며 "묵묵히 현실을 열심히 살았을 청년에게 주어지지 않은 자립의 기회, 자기든 아버지든 둘 중 한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간병 문제의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적은 바 있다.

이 후보는 이 글에 이어 이날 공개한 A씨 변호인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도 "A씨 부자와 같은 분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권자의 삶을 지키는 대리자의 의무임을 마음에 새기겠다"며 "'경기도형 긴급복지 의료비 지원제도' 등 경기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각지대 없이 환자와 그 가족들이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A씨에게 직접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고민 끝에 변호인님께 연락드린다"며 "A씨의 삶에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가 오롯이 담겨 있다"고 썼다.

그는 이어 "가난의 대물림, 가족 한명이 아프면 가정이 무너지는 간병의 구조, 그로 인해 꿈과 미래를 포기하는 청년의 문제가 그것"이라며 "국가는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살펴봐야 하기에 A씨에게 제 마음을 담아 약속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 분들과 간병으로 고생하는 가족 분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도록 제도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A씨가 쌀을 사기 위해 2만원이라도 빌리려고 했다는 이야기에 월 8만원으로 시작하는 기본소득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가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며 "누구나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는 가장 낮은 곳에서 호소하는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이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며 "질병이 가난으로, 가난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살피겠다. A씨께 이 편지와 저의 진심이 꼭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최근 설립된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은 A씨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도와주자"는데 뜻을 모으고 장학금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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