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죄송"..中 건드렸다간 큰일, 서둘러 사과한 글로벌 기업들

송지유 기자 2021. 11. 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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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CEO 농담, 디올 전시회 사진 때문에 곤욕.."중국 사업 망칠라" 논란되자 급히 수습 나서
(왼쪽부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 디올 상하이 전시회 화보 사진/사진=로이터, 웨이보 캡처

글로벌 금융·패션 기업이 중국에 잇따라 공식 사과했다. 최고경영자(CEO)의 농담 한 마디, 제품 화보 사진 한 장 때문에 고개를 숙이는 등 서둘러 상황 수습에 나선 것이다.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한 대학 행사에서 중국 공산당 관련 농담을 한 뒤 하루 만에 사과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다이먼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 관련 농담을 후회한다"며 "우리 회사의 능력과 생존력을 강조하기 위해 실언을 했는데 이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가나 지도자, 사회와 문화를 막론하고 어떤 집단에 대해 농담하거나 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거듭 사과했다.

다이먼은 전날 미 명문대인 보스턴칼리지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 공산당이 올해 창당 100주년을 맞았는데, JP모건이 중국에 진출한 지도 딱 100년 됐다"며 "JP모건이 (중국 공산당보다) 더 오래 버틸 것으로 장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기를 해도 좋다"며 "내가 지금 중국에 있었다면 이런 농담을 못하겠지만, 어쨌든 그곳 관리들은 보스턴에서 내 말을 듣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 중국 스파이들이 미국 각지에서 활동한다는 점도 시사했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창당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했다. JP모건은 1799년 뉴욕에 설립된 맨해튼 컴퍼니 은행을 전신으로 1838년 정식 창립됐다. JP모건은 중국 건국 전인 1921년부터 상하이 등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다이먼이 서둘러 사과한 것은 중국이 불쾌감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 블룸버그 통신 기자가 다이먼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자 "블룸버그는 근엄한 매체 아니었나"며 "당신 매체도 이런 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가"라고 답했다. 다이먼 CEO를 경박한 발언으로 관심이나 끌려는 자라고 저격한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도 트위터에서 "중국 공산당은 미국보다 오래 갈 것"이라며 다이먼의 발언과 관련 분노를 표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은 중국인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급히 사과했다. 디올은 상하이에서 열린 '레이디 디올' 전시회에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이 디올 핸드백을 들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됐다. 사진 속 여성은 어두운 얼굴에 눈 화장을 짙게 한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데, 중국 여성을 모욕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사진이 공개된 직후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베이징일보는 "이것이 디올 눈에 비친 아시아 여성인가"라고 지적했다. 중국여성신문도 "디올의 행동은 중국 문화를 왜곡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디올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웨이보에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여론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인들의 감정을 존중한다"며 "중국의 법과 규정을 엄격하게 따르겠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에 찍혔다간 사업 취소 될 수도"
나이키는 중국 신장 위구르 강제 노동 등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가 중국 내에서 불매운동에 시달렸다. /사진=AFP
전문가들은 JP모건과 디올의 사과가 중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기업들에게 공산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야 될 이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한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접근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중국 공산당에 대한 존중을 표해야 한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 기업이 중국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우회적으로 불편한 신호를 보낼 때, 중국 당국은 외국 기업의 사업을 제한하거나 때로는 아예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는 지난 2019년 한 애널리스트가 '중국의 돼지들(pigs in China)'이라는 인종차별적 표현을 써 분노를 샀었다. 중국의 압박에 해당 애널리스트는 3개월 동안 정직 당했고, UBS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고객과의 채권 거래 기관으로서 역할을 잃었다. 미국 나이키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중국이 최근 사태를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 JP모건이 중국에서 자산운용사 지분 100% 취득하도록 한 것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디올 역시 세계 최대 명품 소비시장인 중국에서 심각한 불매운동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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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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