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간호하느라 빚더미 올라앉은 사장님.. 14년 일해 빚 갚고 우수 벤처기업 사장으로 재기

이기우 기자 2021. 11.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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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4일은 작은 광고기획사를 5년째 운영하고 있던 강태순(59)씨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같이 점심을 먹은 아내에게 헤어진 지 50분만에 걸려 온 전화에선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강씨는 즉시 경찰과 119에 신고하고 집에 돌아갔지만, 집에 들이닥친 강도에게 수차례 흉기에 찔린 아내는 중태에 빠졌다. 12시간의 대수술을 거친 강씨의 아내는 좀처럼 의식을 되찾지 못했지만, 강씨의 지극한 간호 덕에 한 달이 지나서 눈을 떴다.

재도전 사례 공모전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한 강태순(오른쪽) 웰니스 대표와 강성천 중기부 차관이 25일 중기부가 개최한 '재도전의 날' 행사에서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창업진흥원

아내는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지만 아내의 곁을 지키느라 회사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 강씨는 쌓인 빚을 도저히 갚을 수 없어 회사를 폐업했고 집과 땅, 자동차,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까지 모두 빚을 갚기 위해 처분해야 했다. 그래도 빚을 다 갚지 못해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하루하루 멍하니 지내던 강씨는 “아들딸이 이제 중학생인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친구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친구의 소개로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이 회사 역시 연 매출 2000만원에 공장을 폐업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강씨는 이 회사에서 친환경 세라믹 충진재 제품을 개발했고, 이를 전국 곳곳의 거래처에 판매하는 영업 사원으로 일했다. 하루 평균 500㎞ 이상을 돌아다니며 14년 동안 일한 끝에 2017년 신용불량자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빚을 모두 청산한 강씨는 다시 한번 사업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벤처기업 ‘웰니스’를 세워 14년간 일하며 얻은 노하우를 활용해 인조잔디 관련 특허를 등록하고, 인조잔디·인조잔디 충진재·배수판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세먼지 흡착·분해하는 항균·탈취 기능성 인조잔디을 세계 최초로 생산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 우수 특허 기반 혁신제품 지정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세라믹으로 반려견의 배변패드·배변판 등 반려동물 위생용품을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14년간 현장에서 일한 노하우를 살린 강씨의 제품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웰니스의 매출은 창업 이듬해인 2018년 3000만원에서 지난해 매출 8억4500만원까지 뛰었다. 충남 아산시에 생산공장도 지었다. 2030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웰니스를 키워낸다는 게 강씨의 목표다.

강씨는 자신의 사연을 지난 25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서울 종로구 SGI서울보증 건물에서 개최한 ‘재도전의 날’ 행사에서 발표했다. 중기부는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을 응원하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이날 행사를 열고, 강씨를 비롯한 재창업자들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중기부는 또 2018~2021년 사실상 효력이 소멸된 채권 약 1.7조원을 소각해 약 6만6000여명의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채무 의무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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