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오미크론에도 여전히 효과".."美증시, 월요일이 1차 고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뉴욕=김영필 특파원 2021. 11. 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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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FDA 국장인 스콧 고틀립이 미 경제 방송 CNBC에서 오미크론과 백신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CNBC 방송화면 캡처
[서울경제]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새 변이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이 모두 2% 넘게 빠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채금리와 유가가 폭락하고 비트코인 가격도 급락했는데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이날 11.3% 빠진 것을 비롯해 이번 주 들어 연 1.64%대까지 기록했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1.48%선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시장 파급력이 상당했는데요.

오늘은 한국시간으로 주말이라 ‘3분 월스트리트’가 없는 날이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오미크론에 대한 의학 전문가들의 분석, 미국 경제와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 시장 전망,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오미크론 백신에서 완전히 못 빠져나가”···“팬데믹의 부활보다는 짜증나는 후퇴될 듯”

오미크론은 전염성이 높고 백신 회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큰데요. 이 때문에 우려가 큽니다. 하지만 이럴수록 침착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인 스콧 고틀립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자료를 보면 아직 양이 적지만 아마도 조금 더 전염성이 있는 것 같고 일부 면역 회피도 가능한 듯하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이것이 오미크론이 백신으로부터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백신은 덜 효과적이게 될 수 있지만 여전히 (해당 변이가) 광범위하게 퍼지는 것을 막는데 충분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고틀립 박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미국 내에서 가장 신뢰받는 인물인데요. 그는 “백신을 맞은 지 6~7개월 된 사람은 지금도 델타변이 보호율이 15%밖에 안 된다"며 “만약 우리가 새 변이에 대해 75%나 70%만 보호되는 백신이 있다고만 해도 이것은 꽤 보호가 된다”고 짚었습니다.

미국은 4월에서 5월에 걸쳐 대부분의 사람이 백신 접종을 끝냈습니다. 현재 6~7개월이 지났는데 이 사람들은 백신접종 완료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그의 말대로라면 현재 주력종인 델타변이를 막을 확률은 15%에 그치지만 미 전역에 걸친 상황 악화는 없다는 겁니다.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의 효능이 떨어져 70~75%가 되더라도 미 국민 상당 수가 지금은 백신을 맞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다시 팬데믹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적다는 뜻이죠.

미국 뉴욕에서 한 아이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고틀립은 변이가 많으면 전염성이 낮다는 연구가 있다는 점도 소개했습니다. 오미크론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32개로 델타(16개)보다 많습니다. 이것 때문에 더 치명적이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건데, 과거 사례를 보면 거꾸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죠.

뉴욕에 있는 록펠러 대학교의 시어도라 하치아노우 박사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그는 “오미크론은 백신이나 코로나19 감염 결과 생긴 항체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백신은 항체뿐만 아니라 항원을 공격할 수 있는 면역세포 반응을 촉진하기 때문에 오미크론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부스터 샷을 맞게 되면 항체의 범위를 넓힐 수 있고 새 변이에 대항할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고도 했습니다.

또 하나 따져볼 것은 많은 우려와 가능성에도 오미크론이 치명적으로 전염성이 높은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점인데요. 뉴욕타임스(NYT)는 “지금으로서는 오미크론이 다른 변이보다 감염에 의해 더 심각한 상황을 만든다는 증거가 없으며 전염도 얼마나 빨리 퍼질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베타와 뮤 같은 초기 변이들은 면역체계의 방어를 회피할 수 있었지만 전염성이 낮아 세상에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아직 오미크론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필요하다는 것과 백신 제조업체들이 즉각 대응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모더나는 60일 이내에 새 백신의 구조를 만들고 임상실험에 나설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생산은 수개월 정도가 더 걸린다고 하네요.

런던대학의 프랑소아즈 발룩스는 “오미크론의 전염성이 아무리 크더라도 바이러스를 억제하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에 (지난해 같은) 원점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팬데믹의 부활이라기보다는 짜증나는 후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통화정책 빅 유턴? 이제 3차례 금리인상은 말 안 돼”···“최소 공급망·인플레이션 부담 가중”

일단 미국 정부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근 주요 국가로부터의 항공 입국을 막기로 했는데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델타변이를 비롯해 그동안의 상황을 보면 결국 시간이 문제이지 몇 개월 안에 미국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오미크론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는 점입니다. 올 들어 델타변이 재확산 때도 그랬지만 미국 정부는 록다운은 다시 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방침입니다. 아주 심각할 정도의 전염이나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 한 이 방침은 유지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그럼에도 이는 여행과 소비, 그리고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당장 이날 크루즈와 항공업체의 주가가 10% 안팎 폭락한 것이 대표적인데요. 소비의 경우도 접객과 환대 업종을 중심으로 다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살아나는 소비와 미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이 블랙프라이데이였죠. 제가 블랙프라이데이로 오전7시에 문을 연 베스트바이를 가보니 비가 내리는 데도 개점 전부터 7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전체적인 고객 수와 판매에서는 열기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장 매출이 꽤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미크론의 확산은 소비자들을 다시 움츠러들게 할 수 있지요.

블랙프라이데이인 26일(현지 시간), 비오는 날인데도 뉴저지의 베스트 바이 앞에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파라무스=김영필 특파원

더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입니다. 미국이 셧다운을 안 한다고 하더라도 유럽과 동남아시아, 동북아 지역 등은 새 변이 우려에 충분히 록다운이 가능합니다. 베리타스 파이낸셜 그룹의 그레그 브랜치는 “새 변이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아직 오미크론의 파급력을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더 복잡한 상황이 됐습니다. 고삐풀린 물가상승에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 증가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툭 튀어 나왔기 때문이죠.

연준의 고민이 더 큰 것은 12월 FOMC가 보름 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때까지는 미국에 변이 영향이 직접적으로 미치지는 않을 겁니다. 최소 연말까지는 지금의 소비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연말 전후로 상황이 돌변할 확률이 있죠. 고약한 상황입니다.

시장에서는 경기둔화 우려에 “금리인상을 빨리 해야 하나?” 쪽의 고민이 재부상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CME그룹 데이터를 보면 지난 주 수요일만 해도 내년 말까지 3~4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었지만 새 변이 소식 이후에는 2~3회로 줄었다고 합니다.

재너스 핸더슨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앤드류 멀리너는 “우리가 지난 밤까지 그랬던 것처럼 3번의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것은 이제 거의 말이 안 된다”며 “만약 새 변이가 경기회복을 방해한다면 중앙은행 은 아마도 경로를 바꿔서 경기부양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입장에서는 큰 변수 하나를 추가로 안게 됐는데요. 현재로서는 인플레 우려가 크고, 오미크론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았으며, FOMC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테이퍼링 속도를 올려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그러더라도 찜찜할 수밖에 없겠지요.

“코로나, 다시 증시 틀어쥘 이슈돼”···“어지러운 상황 수주 지속될 수 있어”

이번에는 증시에 대해 살펴보죠. 증시 전문가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의학전문가들의 말을 전해드렸지만 아직 추가로 밝혀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도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증권사 제프리스의 데이비드 제르보스는 “오늘 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월요일을 보자. 월요일이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는)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월요일에도 계속해서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면 당분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당분간 증시는 지난해처럼 다시 의학전문가들의 입을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CNBC는 “코로나의 전개상황이 다시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변이 바이러스 상황을 보면서 더 많은 매도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뉴욕 맨해튼의 증권거래소 앞. /AP연합뉴스

반면 이번에 증시가 급락하면 또 한번의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의 창업자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대표적인데요. 아제네 오덴 BNY멜론 인베스터 솔류션의 투자 전략가도 “증시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를 되짚어 보면 공포감에 증시가 하락했을 때가 좋은 투자시기였던 것은 맞습니다. 다만, 이는 사후적인 얘기지요. 어쨌든 현대의학과 예방조치로 다시금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경험에 근거하고 있는 얘기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여러 변동성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지요.

이와 관련해 제프리스의 데이비드 제르보스는 “앞으로 몇 주간 매우 어지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오미크론의 실체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알려지고 각국의 대응과 환자 발생 여부가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일 겁니다.

오미크론을 제대로 알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지만 극단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점, 유념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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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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