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없이 후불 가능..네이버페이·쿠팡에 도입된 결제 방식 살펴보니
BNPL 기업들, 자체 신용등급 평가 시스템 구축
쿠팡·네이버페이 뛰어들었지만..국내 반응은 '글쎄'
‘오늘 결제금액 0원, 나중에 결제하세요!’
혹시 인터넷 쇼핑하다 이런 문구, 보신 적 있으신가요? 최근 네이버페이와 쿠팡에 신기한 결제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일단 물건 먼저 줄테니까 돈은 나중에 내도 돼~”라는 제도인데요. 쿠팡엔 ‘나중결제’, 네이버페이엔 ‘후불결제'란 이름으로 서비스 중입니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이름 그대로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이어도, 후불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건데요. 신용카드와 다르게 연회비가 없고, 현금 영수증이 가능한 게 장점이죠. 쿠팡의 경우엔 심지어 할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꽤 끌리는 방식인 것 같은데요. 네이버페이와 쿠팡은 어떤 이유로 이런 서비스를 시작한 걸까요?
◇나중결제, 서구권서 BNPL로 인기몰이
나중결제는 사실 서구권에서 훨씬 주목받고 있습니다. BNPL, 즉 Buy now pay later란 이름으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주축이 되어 서비스하고 있죠. 특히 호주, 미국,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호주의 경우엔 지난 2016년 처음 도입된 후 거래 규모가 4년 사이 6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호주 BNPL 스타트업 애프터페이의 주가도 지난 5년간 3,700% 넘게 급상승했죠. 미국 BNPL 대표 스타트업 어펌의 경우 아마존에서 어펌을 통한 결제를 허용하겠다는 뉴스가 나오자 하루 만에 주가가 44%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대체 뭐가 그렇게 매력적이어서 이렇게 인기를 끌었을까요? 우리나라와 달리 서구권에선 신용카드 발급 과정이 아주 복잡하고, 기준이 엄격합니다. 특히 금융 이력이 많이 없는 MZ세대가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게다가 할부라는 개념도 없습니다. 한 달치 카드값을 여러 차례 분할해 납부하는 리볼빙은 가능하지만 물건 하나의 값을 처음부터 나눠서 결제하는 서비스는 흔하지 않아요.
그래서 연회비도 없고,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고, 금융 이력이 없어도 사용 가능한 BNPL이 시장에 등장하자 MZ세대가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BNPL 기업들, 자체 신용등급 평가 시스템 구축
BNPL 기업들은 신용등급 평가도 없이, 대체 뭘 믿고 할부서비스를 제공할까요? 이용자들이 돈을 갚지 못해 손실이 생기진 않을까요?
사실 BNPL기업들이 아무에게나 한도 없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닙니다. 자체적인 신용 평가 알고리즘을 구성해 이용자가 돈을 갚을 수 있는지 평가하고 있죠. 수십 개가 넘는 요소를 고려해 이용자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개개인에 맞게 결제 한도를 정하는 겁니다.
어펌의 경우 머신러닝 등 첨단 AI 기술을 통해 자체적인 알고리즘을 만들었는데요. 750만건 이상의 대출 데이터, 6년간의 상환 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을 해 신용평가의 속도와 정확성을 고도화했습니다.
◇높은 가맹 수수료로 수익모델···신용카드 업체 3배 수준
그렇다면 BNPL기업의 수익구조는 어떻게 될까요? 연회비도 없고, 할부 수수료도 없는데 어떻게 BNPL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을까요? BNPL의 결제 구조는 BNPL업체가 가맹점에 대금을 먼저 지불하고 소비자로부터 나중에 돈을 받는 구조입니다. 이때 BNPL업체는 가맹점으로부터 2.5~6%의 높은 가맹 수수료를 받습니다. 신용카드 업체가 가맹점에 요구하는 수수료가 통상 0.8~2.08%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3배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죠.
가맹점은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대신 대금 지급 날짜가 정해져 있는 신용카드와 달리 결제하는 순간 바로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소비의 큰 손인 MZ세대를 소비자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쿠팡·네이버페이 뛰어들었지만···국내 반응은 ‘글쎄’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반응이 뜨겁지 않은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은 신용카드 발급이 매우 간편하고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많은 편이니까요. 게다가 결제 과정에서도 각종 쇼핑 플랫폼과 신용카드의 연계가 잘 되어있다 보니, 나중결제라는 개념이 소비자의 입장에선 엄청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중결제의 시장 도입 양상도 다릅니다. 서구권에선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주도했다면, 한국에서는 네이버페이나 쿠팡과 같은 거대 플랫폼의 주도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타깃 역시 다른데요. 서구권에서 BNPL이 MZ세대 전체를 겨냥했다면 한국에서는 핸드폰 소액결제를 자주하는 사람들, 월말에 상대적으로 여유 자금이 부족한 직장인들, 금융 활동 이력이 현저히 적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주부들을 주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나중결제, 복합금융플랫폼의 발판 될까
그렇다면 네이버페이와 쿠팡은 왜 이런 서비스를 시작한 걸까요? 다양한 결제 수단의 확보로 소비자 락인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비자가 해당 결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소비자의 소비·결제 패턴에 대한 데이터가 계속 쌓이게 되는데요. 이런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된다면 기존 쇼핑 플랫폼, 결제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복합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후불 결제 시스템 도입이 여신 사업의 시작이라고 보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죠.
과연 우리나라에도 BNPL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될까요? 아직은 결제 한도가 제한되어 있고, 서비스 제공 또한 일부 회원으로 한정되어 있는데요. 반짝하고 사라질 결제 서비스일지, 아니면 결제 시스템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단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현정 기자 jnghnjig@sedaily.com정민수 기자 minsoojeong@sedaily.com조희재 기자 heej0706@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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