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야구공에 희망 담은 탈북민들..'타이거즈' 창단
[앵커]
우리나라에서 야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에 하나인데요.
하지만 북한은 야구 불모지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네, '자본주의 스포츠'라는 이유 때문인데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야구의 재미에 푹 빠진 탈북민들이 있다고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가 만나고 왔죠?
[답변]
네, 탈북민으로 구성된 '타이거즈' 야구단 선수들인데요.
사회인 리그 참여를 목표로 열띤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앵커]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북한에서 접해 보지 않은 운동을 배운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단법인 새한반도야구회가 '타이거즈' 야구단 창단을 주도했는데요.
탈북민들의 한국 사회 정착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야구공에 희망을 담아 던지는 탈북민들.
지금부터 함께 만나러 가보시죠.
[리포트]
힘찬 기합 소리가 들리는 한 야구 연습장.
초겨울 쌀쌀한 날씨에 열심히 땀을 흘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최대한 가슴에 정확하게 던지는 걸 생각하면서 눈앞에서 한번 공을 던져 볼게요."]
탈북민 10여 명으로 구성된 '타이거즈' 야구단.
사단법인 새한반도야구회가 올해 창단한 팀이라고 합니다.
[김현/(사)새한반도야구회 이사장 : "(북한에) 야구는 없어요. 그래서 북한에 없는 걸 선택한 거죠. 미국이나 일본 국제적으로 여러 나라에 가서 북한에서 새로 뭔가를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야구 불모지였던 북한에서도 한때 야구를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합니다.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즈음해 북한에 야구장이 들어서기도 했는데요.
[김성민/2006년 남북의창 인터뷰 中 : "북한 야구가 국외에 서게 된 때는 지난 1991년 6월입니다. 당시 일본 니가타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태평양 5개국 국제 대회에 참여한 북한은 단일팀으로 경기에 참가했습니다."]
이 대회 당시 한양대 야구부와 북한팀 간의 경기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KBS 뉴스9/1991년 6월 : "우리나라의 한양대학팀은 처음 국제무대에 출전한 북한대표팀을 16:1로 크게 누르고 4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북한은 1승 3패를 기록했습니다."]
그 이후 북한에서 야구는 거의 종적을 감췄습니다.
'자본주의 스포츠'라는 이유로 외면을 받게 된 건데요.
[윤지우/npk 타이거즈 : "야구란 게임이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 게임이라고 없기 때문에 북한은 축구만 해요. (저도) 여기 와서도 축구만 했었고."]
북한에서 접해 본 적 없는 야구가 탈북민들에게 쉬울 리 없겠죠?
["스윙을 안 했고 치지도 않았는데 1루에서 2루 밟고 3루로 들어가더라고요? (주자들이요? 그건 도루를 한 거예요.)"]
한양대 선수 출신 감독으로부터 야구 용어부터 경기 규칙까지 차근차근 배워 가고 있었습니다.
동료 선수들과 몸을 부딪히며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 적응해 가고 있는 중인데요.
[유성주/nkp 타이거즈 단장 : "소통의 문제가 제일 컸습니다. 언어라든지 이런 데서 이해 못 하는 단어들이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하고 동질감을 찾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근데 야구를 통해서 사람들하고 자연스럽게 소통이 가능해지더라고요."]
잠시 후 이곳에선 양 팀 간에 치열한 경기가 펼쳐질 텐데요.
양 팀 모두 다 오늘은 선의의 경쟁을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과연 승리의 여신은 오늘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요.
사회인 리그 참여를 앞두고 자체 청백전을 가진 타이거즈 야구단.
같은 팀 동료들과의 친선경기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최광석/nkp 타이거즈 선수 :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 해도 너무 기적 같고, 한국에서 처음 접해 보는 야구를 한다는 게 마음이 설레고 그러네요."]
코로나19 때문에 처음 갖게 된 실전 경기.
아직 서툰 모습이지만 다들 진지하게 시합에 임합니다.
["타자 너무 강하게 치려고 하지 마! 가볍게 가볍게!"]
["아웃! 삼진 아웃 교대!"]
["오! 데드볼!"]
복잡한 야구 규칙 때문에 크고 작은 실수들도 나오는데요.
["아니야, 돌아가야 돼! 돌아가 돌아가 돌아가! 뛰어 뛰어 뛰어!"]
하지만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다시 힘을 냅니다.
["아빠다 아빠다 아빠다. (응, 아빠다.)"]
[박주용/nkp 타이거즈 선수 : "오늘 집에서 제가 나오고 하니까 따라서 같이 나와서... (오늘 가족을 위해서 하나 보여 주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열심히 해야죠."]
[박주용/nkp 타이거즈 선수 : "딸, 이기고 올게."]
딸의 응원 덕분일까요?
박주용 선수가 내야안타를 치고 1루 베이스를 밟습니다.
[김영금/박주용 선수 아내 : "주말에 가족이랑 같이 안 있고 그래서 조금 삐졌었는데, 오늘 따라와서 아기들도 같이 아빠랑 하는 거 보니까 기분이 뿌듯한 거 같아요."]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이 계속되고, 결국 경기는 5:4로 마무리됐는데요.
처음이라 욕심이 과했던 걸까요?
다들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아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윤지우/nkp 타이거즈 선수 : "일단 여태껏 (실내) 구장에서 하다가 야외 나가서 경기하니까 더 스릴 있고, 점수 차를 많이 내지 못해서 그건 좀 아쉬워요."]
어설프고 실수도 있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프로 선수 못지않습니다.
선수들은 낯선 야구를 배우면서 한국 사회와 점차 가까워집니다.
오늘 경기에는 탈북 청소년 야구단인 '챌린저스' 소속 선수들도 함께 참여했는데요.
[박진우/nkp 타이거즈·챌린저스 감독 : "문화적으로 교류를 할 수 있고, 제가 갖고 있는 전문성을 좀 더 전달하고 보람 있게 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있습니다."]
탈북민 야구 선수들은 앞으로 해외팀들과도 교류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올바로 알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윤성주/nkp 타이거즈 단장 : "스포츠에는 인종이나 계급이 따로 없고 누구나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한반도 평화 화합에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활동 목적이 되겠습니다."]
7센티미터 작은 야구공에 한국 사회 정착에 대한 기대와 한반도 평화의 꿈을 담은 탈북민들.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이 모여 큰 결실을 맺길 바라봅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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