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속없다" 비판 고삐 죄는 3대혁명
◀ 김필국 앵커 ▶
북한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조직 이름, 우리한테는 낯설 때가 많죠? '3대 혁명'이나 '3대혁명소조'같은 말도 자주 들어보긴 했지만 뭔지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을텐데요.
◀ 차미연 앵커 ▶
지난주 평양에서는 3대혁명 선구자대회라는 큰 행사가 열렸다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아주 긴 편지를 내려보냈다고 합니다.
◀ 김필국 앵커 ▶
'3대혁명 붉은기 쟁취운동'을 통해 북한의 고민인 경제난은 물론 정신상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 핵심인데요.
오상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3대혁명선구자대회 참가자 수천 명이 지난 18일 평양의 회의장에 모였습니다.
[조선중앙TV] "제5차 3대혁명 선구자대회가 18일 수도 평양에서 개막됐습니다."
지난 2015년 이후 6년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는 최룡해, 김덕훈, 박정천 등 북한 권력의 핵심 중 핵심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3명이나 자리했고 김정은 위원장의 편지가 낭독됐습니다.
[3대혁명 선구자대회 보고/리일환 노동당 비서]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예와 가장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3대혁명이란 사상, 기술, 문화 3대 분야를 개조, 혁신하자는 뜻입니다.
1973년, 당시 서른을 갓 넘긴 김정일 위원장은 대학졸업생과 당의 젊은 핵심인력을 소조, 즉 소그룹으로 묶어 전국 각지의 공업, 농업, 상업 등 전 부문으로 파견하는 '3대혁명 소조운동'을 지휘했습니다.
또 75년부터는 이들이 파견된 단위들에 실적 경쟁을 시키고 붉은기를 상으로 주는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으로 확산, 발전시켰습니다.
[송동원/사회과학원 후보원사 교수 박사]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는 그 해(1975년) 12월 초 공업부문에서는 검덕광업연합기업소, 농업부문에서는 청산협동농장에 그 첫 봉화를 지펴주시고 이 운동(3대혁명 붉은기쟁취운동)이 전 사회적인 운동이 되도록 세심히 이끌어 주셨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3대혁명 소조·붉은기쟁취운동은)각 생산단위의 관료주의라든가 이런 것들을 다 타개하면서 막 혁신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그런 개념이에요."
북한은 1970년대, 경제분야 종사자들의 전문성이 대폭 높아지고, 70년대 10년 간 공업총생산액이 3.8배 급증할 정도로 3대혁명소조와 붉은기쟁취운동의 성과가 대단했다고 선전합니다.
당시 당 조직-선전 비서로서 3대혁명소조 운동의 총 책임자였던 김정일은 이 운동을 자신의 권력 장악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조충희/前3대혁명소조책임자] "그 때(1970년대) 3대혁명 소조는 당일꾼, 행정일꾼, 경제일꾼, 전문일꾼, 대학생 이렇게 소조의 역량이 김일성 김정일의 친위대 정도로 권한이 강했죠."
실제로 중앙에서 파견한 3대혁명소조원들은 기술이나 지식 전수 뿐 아니라 간부들의 사상이나 행동을 검열해 상부에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조충희/前3대혁명소조책임자] "간부들의 정치 학습을 다 검열하고 비리가 많아서 당 비서를 해임시켰죠, 저희(3대혁명소조)가 나가서"
이를 통해 젊은 후계자 김정일은 중앙에서 지방 말단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신의 사람들로 인적쇄신까지 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완전히 승계한 이후에는 3대혁명 소조 활동의 힘이 빠지게 됐습니다.
이번에 열린 3대혁명 선구자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형식적으로 변한 3대혁명소조운동과 붉은기쟁취운동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김정은 서한 대독/조선중앙TV] "최근에 와서 3대혁명 소조에 대한 지도는 한마디로 알속은 없고 형태적인 틀거리만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먼저 3대혁명 붉은기쟁취운동의 평가 대상을 전분야로 확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금은 하위 기업, 공장, 농장 등 생산현장만 경쟁 평가에 참여하지만 시·군 등 상위 감독 기관들과 연합기업소 즉 대형 생산단위도 예외없이 붉은기쟁취운동의 평가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김정은 서한 대독/조선중앙TV] "3대혁명 노선은 사회주의 건설자라면 누구나 받들고 관철해 나가야 하는 것만큼 3대혁명 붉은기쟁취운동에 참가하지 않는 단위나 근로자란 있을 수 없습니다."
상벌은 엄격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붉은기를 상으로 받았다고 해도 이후 성과가 없으면 제명, 박탈 조치를 하고, 이에 따른 책임은 시·군 노동당 최고위 간부들은 물론, 이를 감독하는 도의 책임자에게도 물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탁상행정이나 무사안일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특히 최근에 와서는 청년들에게 한편으로는 사상교양을 강조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반사회주의 배격에 있어서 선전선동부가 나서야(한다는 것입니다)"
평가 분야도 북한 당국의 핵심 민생과제 전분야로 확대했습니다.
[김정은 서한 대독/조선중앙TV] "지방공업공장들을 현대화하고, 농촌을 때벗이(새롭게 함)하며 학교와 병원들을 개건하는 문제는 물론, 살림집 건설(등으로 확대)..."
산업분야, 도시와 농촌, 지역별로 편차가 심해 더욱 어려운 북한 경제를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동력으로 삼아 개선하고 시·군을 발전시켜 국가 전반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재원이나 설비 투자를 해준다는 약속은 없는 상황.
북한이 제시한 해법은 근로자들의 자각과 창의성, 자력갱생과 사상무장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김정일 시대에 나왔던) 전투동원식의 운동을 통해서 현 국면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타개해내겠다라는 방침이기 때문에 지금 국면에 다시 꺼내 들었다는 거는 그만큼 정책적 수단이 없다라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고요."
필요할 때마다 대중운동을 조직해 위기를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해 온 북한, 집권 10년을 맞아 김정은 위원장은 3대혁명 붉은기쟁취운동을 통해 다시 사상, 문화, 기술 전분야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동력은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통일전망대 오상연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318689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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