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망에 5·18민주묘지 추모발길 이어져.."사죄했어야"

김동수 기자 2021. 11.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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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광주시민들께 사과 한마디가 그렇게도 어려웠나."

1980년 5월 '광주 학살'의 최고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숨진 지 사흘째인 26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서울,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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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서 찾아와 5월 영령 위로·추모
"가족들이라도 광주시민에게 사과해야"
지난 26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2021.11.27/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광주=뉴스1) 김동수 기자 = "죽기 전 광주시민들께 사과 한마디가 그렇게도 어려웠나."

1980년 5월 '광주 학살'의 최고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숨진 지 사흘째인 26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서울,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묘지 입구 '민주의 문'에 놓여진 방명록에는 5월 영령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글들이 적혀있다. 참배객들은 '그날의 아픔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대한 영령들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영면하소서', '민주주의'라는 글을 기록했다.

묘지에는 민주열사들의 사진과 바로 옆에 추모조화가 놓여있다. 민주열사 묘지 앞에서 한 5·18문화해설관광사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민주열사의 생애를 설명했다.

이를 듣고 있던 한 시민은 "아이고 얼마나 억울할꼬, 마음이 짠하네", "어린 나이에 떠나가서 부모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면서 슬퍼했다.

지난 26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입구에서 한 시민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2021.11.27/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서울에서 출장을 왔다는 최근호씨(50)는 "평소에도 5·18에 관심이 많아서 광주를 온 김에 민주묘지를 꼭 들르고 싶었다"며 "광주시민은 아니지만 5월의 아픔을 잘 알고 있다. 전두환씨가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라도 했어야 한다. 사죄와 책임을 지고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에 사는 정승국씨(60·여)는 "5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무서워서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방망이를 휘두르고 총으로 쏘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전두환 이름 세글자만 들어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분개했다.

그는 "남의 가족들 다 보내놓고 그렇게 쉽게 세상을 떠나면 안 된다. 가족들이라도 광주시민에 사과해야 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민주묘지 인근인 북구 망월동 구묘역을 찾은 참배객들은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 민박 기념비'를 밟고 지나면서 5월광주의 의미를 되새겼다.

기념비는 전씨가 부인과 함께 1982년 3월 전남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을 찾아 민박한 것을 기념해 마을에 세운 것이다. 기념비에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민박 마을'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입구 주변에는 '전두환이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 박종철, 이한열의 죽음은? 열사들을 욕보이는 역사의식, 망언자! 묘역에 얼씬도 마라!', '전두환 비석도 못 밟는 자는 망월동 방문 자격 없다', '학살자 찬양하는 더러운 발길 돌려라!' 등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인천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50대 황모씨는 "전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해 5월 민주열사들을 보기 위해 묘지를 찾았다"며 "열사 한 분, 한 분을 들여다보는데 눈물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6일 광주 북구 망월동 구묘역에서 한 시민이 1980년 5월을 회상하고 있다.2021.11.27/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아내와 함께 참배를 온 정훈씨(72)는 "5월 유공자나 5·18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아니지만, 광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전두환은 나쁜 놈"이라며 "사과 한마디 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살아있는 유족들은 가슴이 찢어질 것 아니냐"고 애통해했다.

아내 손순화씨(72)도 "전두환이 죽었다고 해서 태극기를 게양하고 기념일을 맞이하려고 했다"며 "전두환의 만행은 역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고, 5공 세력들 역시 아직까지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제는 학살 책임자가 죽어버려 피해자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안타까워했다.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두환씨가 사망해 이번 주말에는 참배객들이 더 많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완화된 이후 올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객은 총 90만명이다. 5월 12만2966명, 6월 13만8842명, 7월 14만7467명, 8월 15만6250명, 9월 16만1704명, 10월 17만2819명으로 참배객이 꾸준히 늘었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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