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우파 신드롬' CJ ENM, 무엇을 얻었나

구혜린 2021. 11. 2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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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N톡]
Mnet 본방 시청률 한계..광고 수입 미미
콘서트 티켓 판매, 티빙 인지도 제고 효과

혹시 '스우파'라는 단어 못 들어보신 분이 계실까요? '스트릿우먼파이터', 줄여서 스우파는 하반기 '오징어게임'과 더불어 한국을 들썩이게 한 프로그램이었죠. 한국에서 난다 긴다하는 프로 여성 댄서 8팀이 크고 작은 대결을 펼치면서 '걸크러시'를 뽐내는 입담, 화려한 퍼포먼스로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습니다. 

출연진은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가장 인기를 끈 출연자인 '모니카', '리정', '허니제이', 노제', '아이키' 등은 줄기차게 광고업계 러브콜을 받고 있는데요. 라면, 아웃도어, 휴대폰부터 심지어 지역구 홍보대사까지 분야도 다양합니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노제씨는 스우파 출연 후 한 달 만에 광고 9건을 계약했다고 귀띔할 정도였죠.

이 프로그램을 방영한 CJ ENM도 큰돈을 벌어들였을 거란 예상을 많이들 하시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진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방송사가 프로그램 하나로 '재미를 봤다' 할 땐 광고수입이 기준이 되는데요. 일단 스우파 광고수입이 대단한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사실은 최근 있었던 CJ ENM의 실적 발표에서도 잘 나타났죠. CJ ENM은 지난 3분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특히 미디어부문 쪽에서 광고수입을 짭짤하게 올렸는데요. CJ ENM은 이 공로를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 돌렸습니다. 스우파는 아예 거론되지도 않았죠.

CJ ENM은 스우파가 이 정도로 '대박'을 칠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이는 프로그램이 편성된 시간대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스우파가 편성된 시간은 매주 화요일 밤 10시20분. 이 시간대는 드라마가 편성되는 저녁 7~9시 프라임 타임에 비해서 광고 단가가 저렴합니다. 스우파가 이 정도의 인기를 끌 줄 CJ ENM이 미리 알았더라면 더 비싼 시간대에 편성하고 광고수입을 극대화했겠죠.

Mnet 채널 자체가 큰 광고수입을 올리기엔 구조적인 한계가 있기도 합니다. 시청률 자체가 그렇게 높게 나오지 않기 때문인데요. Mnet이 음악 전문 채널이다 보니 드라마처럼 '본방 사수'를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대부분 유튜브 클립을 통해 프로그램을 즐깁니다. 스우파만 해도 공식 최고시청률이 2.9%로 집계됐는데, 이마저도 Mnet에선 손에 꼽히는 시청률 기록이라고 하네요.

그렇다고 CJ ENM이 스우파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직접적으론 콘서트 수입이 있는데요. 이달부터 스우파 팀은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대구, 창원, 송도 등 전국 콘서트를 시작했습니다. 1분 만에 매진된 이 콘서트 티켓 가격은 12만원대. 또 Mnet은 스우파에 쓰인 음원만을 모아 별도로 구성한 앨범을 판매하고 있기도 합니다.

Mnet의 위상도 어느 정도 회복됐습니다. Mnet은 과거 '프로듀스101' 투표율 조작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스우파 역시 시청자 투표를 바탕으로 최고의 팀을 뽑았는데요. 생방송 문자 투표뿐만 아니라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좋아요'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투표를 실시해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서바이벌 예능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한 CJ ENM은 앞으로도 스우파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 편성 비중을 늘릴 예정이라고 하네요.  

무엇보다 CJ ENM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의 구독자가 증가하는 데 스우파의 공이 컸습니다. CJ ENM은 스우파 제작 비하인드 영상이나 특정 출연진 특집을 오직 티빙에서만 송출했습니다. 스우파 애청자라면 한 번쯤 티빙 유료구독을 고민할 만큼 아주 매력적인 유인책이죠. 실제 3분기에만 티빙 구독자는 작년에 비해 3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볼거리가 넘쳐나는 한국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스우파와 같은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CJ ENM은 명실상부한 국내 1등 콘텐츠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한 것 같네요. 이제 국내가 아닌 글로벌 넘버원이 목표죠. CJ ENM은 최근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도 인수했는데요. 이제 해외에서도 CJ ENM의 이름이 익숙하게 들릴 날이 멀지 않은 듯합니다.

구혜린 (hrg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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