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심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천성심질환 '동맥관개존증'

이순용 2021. 11. 27. 07: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혈압이 너무 낮아져서 기력이 떨어지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던 55세 환자는 매우 작은 체구에 병원에 대한 두려움도 커서 뒤늦게 가족들에 손에 이끌려 타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심장이 매우 커져 있고, 심한 저혈압에 간 수치와 심부전 수치가 100배 이상 올라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원을 방문했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처음 응급실에서 만난 환자는 마치 날개를 다친 작은 새가 비를 맞고 축 늘어진 모습으로 아무 말씀도 못 하시고, 기력 없이 침대에 누워 계셨다. X-ray 상에서 심장의 크기는 컸고, 심전도상에서 심방세동이 동반되어 있었다. 환자의 가슴을 청진하였을 때, 상부 흉골연에서 심한 심잡음이 수축기부터 시작하여 이완기까지 들려 선천성심질환, 동맥관개존증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역시나 심장 초음파를 시행하였을 때, 꽤 사이즈가 큰 동맥관개존증이 동반되어 있었고, 양심실과 심방은 크기가 크고, 기능이 떨어져 있었다.

어릴 , 누군가가 청진을 해주고 충분히 진단되었을 케이스였는데, 환자 자체도 두려움으로 병원에 잘 내원하지 않은데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증상이 심하게 없으니 소화불량 등으로 병원을 방문한다 하더라도 청진이 잘 안 이루어졌을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청색증이 없었고, 심한 심잡음이 들리고 있어 교정이 불가능한 선천성심질환 상태는 아니라 판단이 되었다. 다만, 혈압 감소와 양심실 부전이 동반되어 간에 피가 잘 공급되지 않아 생긴 심한 간 기능 손상과 전반적인 근력의 약화로 인한 기력 저하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워낙 두려움이 많이 있었고, 여러 병원에서 안 좋은 이야기만 듣고 본원에 내원한지라 우울감은 심해 기저질환에 덧붙여 삶에 대한 의욕도 없는 상태였다.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과 폐부종도 함께 치료 하면서 심장 재활을 통해 근력을 키우게 하고, 식사량을 조금씩 늘려가도록 했다. 아울러 회진을 갈 때마다 안 좋은 이야기를 할까봐 표정이 변하는 환자에게 조금 더 긍정적으로, 좋아지는 수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번이라도 더 웃으며 괜찮아질거라 이야기했다.

환자가 가지고 있던 동맥관개존증이란 어떤 병일까. 출생 전 태아가 모체 안에 있을 때는 태반을 통해 모체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폐는 공기 대신 물로 차 있게 된다. 이 때문에 태아에게는 태아 순환을 유지하기 위해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를 연결해 주는 동맥관이라는 혈관이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한다. 태아 시기에는 폐혈류량이 매우 작으며, 우심실의 혈액은 대부분 동맥관을 통해 다시 하행 대동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러나 출생 직후 아기가 태반에서 분리되고 자가 호흡을 시작하면서 폐순환이 시작되면 동맥관이 막히게 되고, 생후 2~3 주 내에 완전히 닫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온전히 막히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동맥관개존증이라 하며, 이 관이 남아 있다면 산소가 풍부하고, 압력이 높은 대동맥으로 가는 혈액이 다시 압력과 혈관 저항이 낮은 폐동맥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폐혈류량이 증가하게 된다. 동맥관이 작으면 폐동맥 압력이 정상이나, 동맥관이 크면 폐혈류가 심하게 증가하므로 폐동맥 압력이 높아지며, 큰 동맥관을 막아주지 않고 나이가 들게되면 폐동맥 압력이 높아지면서 점차 폐혈관들이 막히는 아이젠맹거증후군이 발생하여 수술이나 시술적 요법이 어려워지고, 예후도 불량해진다.

이러한 동맥관개존증은 선천성심장병의 5~10% 정도로 비교적 흔한 기형이며, 남자보다 여자들에게 더 흔하게 발생한다. 작은 동맥관은 증상이 없이 정상 생활이 가능하지만 간혹 심내막염이 생길 수 있고, 작은 동맥관이라도 오랜 시일이 지나면 심장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모든 동맥관은 크기나 증상과 무관하게 치료 대상이 된다. 수술의 위험성은 크지 않으며 연령이나 체중과 무관하게 시행할 수 있고, 최근에는 영아 초기의 큰 동맥관을 제외하면 비수술적으로 기구를 이용한 심도자 폐쇄시술이 가능해졌고,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안정성이 입증된 상태다. 심방중격결손이나 심실중격결손과는 달리 동맥관개존증의 경우는 심장 밖의 혈관 문제로 심장의 움직임에 의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비수술적 폐쇄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훨씬 안전하다.

환자는 큰 동맥관개존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운이 좋게 아이젠맹거증후군으로 발전하지 않았고, 심한 심부전만 동반되었던 케이스였다. 비록 저혈압에 의해 간 수치가 심하게 상승되어 있었지만 승압제와 심부전 약제를 조심스럽게 사용하면서 2~3 주가 지난 시점에서 점차 간 기능이나 신 기능이 안정화되었고, 양측의 폐부종이 호전되었다. 환자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식사량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하면서 동맥관개존증을 시술로 막는 것을 고려하기로 했다. 크기가 컸지만 환자가 폐고혈압이 다소 있어서 수술을 견디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어 가장 큰 사이즈의 시술 기구를 이용하여 동맥관개존증을 막아주었으며, 시술 후 약간 새는 것이 남아 있었지만 우선 약물 치료를 먼저 하기로 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히 주변은 기구 사이에 혈전이 생기면서 완전히 막혔고, 심부전 약제를 점차 증량하면서 양심실의 기능도 점차 호전됐다.

8년이 지난 지금. 이제 60대로 접어든 환자는 손자도 보고, 외래에서 심부전 약제를 유지하면서 일상적인 생활을 잘 하고 있다. 당신도 그때는 그저 죽을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서 가족들과 여행 다니는 게 즐겁다며 두려움과 주변 사람들의 말 때문에 진작 병원에 방문해서 진단받지 못했던 때를 회상하면서 주변에 호흡곤란이 있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병원에 가라고 적극 추천한다고 한다. 선천성심장질환은 종류와 정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이 달라지게 된다.

주변 사람의 말만 듣고 무작정 동일한 질환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심장 전문의와 상의해야만 한다. 선천성심장질환은 종류에 따라 유아나 소아 시기에 수술이나 시술을 받아야 하며, 성인이 되어 발견된 경우에도 치료가 가능할 때도 있고,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이후에 치료를 할 수 없는 케이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천성심질환이 의심되면 반드시 심장 전문의에게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소아 때 치료받았다 하더라도 성인이 되어 재발하거나 다른 질환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해야 하고, 그에 맞는 개별적 치료계획에 따라 잘 관리해야만 한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