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고성능 패밀리 전기차' BMW iX.. 313km 주행거리는 아쉬워
BMW가 전기차 ‘iX’를 새로 출시했다. ‘iX3′와 ‘i4′는 각각 BMW의 준중형 SUV ‘X3′와 준중형 세단 ‘4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인데, iX는 기반 모델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다.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BMW에는 매우 상징적인 전기차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iX의 디자인은 상당히 이질적이다. 차 길이(전장)와 폭(전폭)은 기존 ‘X5′와 비슷한데, 차 높이(전고)는 X5보다 50㎜ 낮다. 기존 SUV 디자인과 달라 처음 iX를 접했을 땐 차체 비율이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들었다.
전면 디자인이 특히 인상적이다. 얇은 레이저 헤드라이트 중앙에 키드니 그릴이 수직으로 배치돼 강렬한 느낌을 준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키드니 그릴은 엔진의 열을 식히는 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했지만, 전기차 그릴에는 주행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각종 센서가 배치돼 지능형 패널 역할을 한다.
측면은 매끈하다. 미래차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라인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도어핸들이 안으로 들어갔고, 뒤로 갈수록 라인이 낮게 떨어진다. iX의 공기저항계수 0.25로, BMW 4시리즈 쿠페와 비슷한 수준이다. 후면의 리어 램프 역시 얇게 디자인됐다.
BMW는 iX의 디자인을 완성한 과정에 대해 “실내에서 시작해 바깥을 창조했다”라고 설명했다. 외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겠다 싶었지만, 실제 주행해보니 낯설었던 차체 비율이 실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석과 뒷좌석 모두 상당한 공간이 확보됐다. 전기차의 특성상 센터 패널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인테리어 요소가 간결한 덕분에 느끼는 공간감도 상당하다. 전면 송풍구 디자인이 기존 모델들보다 훨씬 간결하고 공조를 조작하기 위해 전면에 쭉 나열되는 버튼들도 모두 스크린 안으로 들어갔다. 오른쪽 기어노브는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작아졌다. 손잡이 없이 버튼 형태의 전동식 도어로 문을 열 수 있어 차 문 안쪽 디자인도 깔끔하다.
대시보드 위에는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콘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장착됐고, 스티어링 휠은 육각형으로 미래차 분위기를 낸다. 운전석에 앉으면 개방감이 상당하다. 외부 빛이 어느 정도 들어오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적용돼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주행감은 BMW에 기대하는 즐거움을 꽤 만족시킨다. 처음 시동을 켰을 때 ‘윙’하는 전기차 특유의 가동 소리가 흥미롭다. BMW는 세계적인 작곡가 ‘한스 짐머’와 협업해 만든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을 iX에 기본 적용했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답게 가속 페달의 응답성이 매우 민첩하다.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해 차체 무게가 2415㎏에 달하지만, 속도를 끌어올릴 때 가볍고 부드럽다. BMW는 최고급 브랜드 롤스로이스의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과 BMW ‘7시리즈’에 적용된 카본코어 기술을 활용해 고강도 강철·알루미늄·탄소섬유 플라스틱을 적용한 프레임을 개발해 iX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강성은 높고 무게는 가벼운 프레임을 적용해 안전성은 높이고 운동 성능은 더 민첩해졌다.
시승한 모델은 ‘iX x드라이브40′ 모델이었는데, 최고마력 326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1초가 걸린다. 가속 성능이 높아 속도를 조금만 급하게 올려도 운전자 고개가 젖혀질 정도로 힘을 냈다. 공간을 보면 패밀리카이지만, 경쾌하게 달려보자면 웬만한 고성능 모델의 성능도 낼 수 있는 다기능 모델인 셈이다.
BMW는 “iX에는 BMW의 최신 전기화 드라이브트레인 5세대 ‘e드라이브’가 탑재돼 가속 페달을 조작하는 즉시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넓은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속방지턱을 지나거나 곡선 도로가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승차감이 다소 거칠었다. 주행 중 BMW는 iX를 스포츠액티비티차(SAV)로 분류하고 있다. 시승하는 동안 눈이 오고 바람이 셌는데, 이 때문인지 고속 구간에서 차선을 바꿀 때 살짝 기우는 느낌도 들었다.
회생제동 수준은 운전자가 조절할 수 있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원한다면 약한 수준의 회생제동으로 설정할 수 있고, 반대로 회생제동량을 높이면 브레이크를 쓰지 않고도 정지할 수 있는 ‘원 페달’ 주행이 가능하다.
iX 브레이크는 다소 단단했다. 살짝 밟으면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 나면서 제동 길이가 길어졌고, 깊이 밟으면 급정지하는 것처럼 울컥거렸다. 신호 대기가 있는 구간에서는 적응이 좀 필요했다. BMW는 iX에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가 헛돌지 않도록 제어하는 ‘액추에이터 휠 슬립 제한장치(ARB)’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주행 거리가 짧다는 점은 아쉽다. iX x드라이브40은 1회 충전에 313㎞를 달린다. 경쟁 브랜드의 벤츠 ‘EQC’(309㎞)나 아우디 ‘e-트론’(307㎞)보다 낫지만, 현대차그룹이 올해 잇따라 내놓은 전기차 모델의 주행거리가 300㎞대 후반~400㎞대인 것을 고려하면 짧은 편이다.
iX 가격(개별소비세 적용)은 x드라이브40이 1억2260만원, x드라이브50이 1억4630만원이다. 1억이 넘는 가격에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도 있지만, 고급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다. iX 사전 계약은 2000대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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