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 드러내지 않는다고 '없던 이야기'가 되는 건 아냐

임지영 기자 2021. 11. 27.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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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배우는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주최 측이 마련한 주제는 '〈오징어 게임〉과 K-드라마'.

그 순간 외신을 통해서나 보던 〈오징어 게임〉의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이나 한국의 가혹한 현실을 담고 있는데 과장된 게 아닌지, 한국인으로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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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프리스타일] 지면에서는 늘 진지하기만 한 〈시사IN〉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온라인 강의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오징어 게임>이 한국사회를 과장되게 그려낸 것은 아닌지 궁금해 했다.ⓒ넷플릭스 제공

한국어를 배우는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다. 주최 측이 마련한 주제는 ‘〈오징어 게임〉과 K-드라마’. 부랴부랴 드라마를 본 뒤 통역을 거쳐 몇 마디 떠들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질문이 없으면 어쩌지?’ 생각하며 화면 속 50여 명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순간 외신을 통해서나 보던 〈오징어 게임〉의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질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시즌 2에 등장할 놀이를 예측해달라는 질문부터 등장인물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달라는 요청까지 다양했다. 다행히(?) 달고나 체험을 할 시간이 되어 마무리가 되었다. 그중 한 질문이 마음에 남았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이나 한국의 가혹한 현실을 담고 있는데 과장된 게 아닌지, 한국인으로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잠시 고민이 되었다. 내 주변으로 한정하면 상황이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다. 그렇다고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인공 기훈을 그릴 때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참고했다는 감독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내 주변에 없다고 해서 과장된 걸까? 그리고 한국만의 상황이라면 그렇게 널리 사랑받았을까?’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다.

얼마 뒤 우연히 황현진 작가의 인터뷰 방송을 듣다가 그날의 질문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그의 단편소설 〈내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은 아버지 때문에 성매매에 나선 딸의 이야기다. 너무 참혹하다는 반응에 대해 작가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엄연히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하나의 얘기가 전해지고 (내가) 봤다면, 비슷한 이야기는 세상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또 다른 작가가 말을 보탰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라고 해서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몰랐을 뿐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혹하리만치 불행한 이야기가 매일 나온다. 수많은 창작자가 그에 천착한다는 건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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