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노동계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

박태주 2021. 11. 27.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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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중요하며 노동이 핵심적인 이해당사자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도 드물다.

노동이 전환을 수용하는 바탕 위에서 정의를 추구한다고도 할 수 있다.

노사정 외에도 청년과 같은 미래세대나 하청업체 같은 미조직 노동자, 환경 전문가, 지역대표들이 골고루 참여하면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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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동의 참여 수단으로 사회적 대화가 채택된다면 어떻게 될까. 탄소중립을 향한 공론의 장에 노동은 주체로 참여할 수 있을까.
2038년을 목표로 탈(脫) 석탄화를 검토 중인 독일에서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가 폐쇄됐다.ⓒAP Photo

누구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중요하며 노동이 핵심적인 이해당사자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러나 막상 노동이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얼음 구멍처럼 비어 있다. 노동이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독일의 사례가 주목을 끄는 이유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의 사회적 대화는 성공했을까.

독일에서 탈석탄위원회(정식 명칭은 ‘성장, 구조변화, 고용위원회’다)가 구성된 것은 2018년 6월. 노조 대표 3인을 포함해 31명으로 구성된 탈석탄위원회가 시한을 연장해가며 내놓은 합의안은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히 퇴출한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문제가 불거졌다. 결정적 문제는 단계적이고 느슨한 일정으로는 독일이 유럽연합에서 가장 늦게 석탄발전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JTRC(정의로운 전환 연구센터)의 모레나 같은 사람은 독일 사례는 전형적인 현상 유지 전략이라며 사회적 대화로는 저탄소 경제에 필요한 사회경제적 권력관계를 바꿀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독일의 탈석탄위원회에서는 노사가 한 편이 되어 지역 정치인과 연합하여 급속한 전환을 주장하는 환경단체 및 기후정책 전문가, 그리고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발전소 폐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단계적이고 신중한 온실가스 감축안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양측이 ‘최소 공통분모’에 합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2018년, 독일에서 기민당과 사민당이 대연정을 협의할 당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시점에 대해서는 양당 사이는 물론 각 당 내부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적 대화 기구인 탈석탄위원회를 꾸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시점은 물론 필요한 법적 조치나 정책 설계를 맡기기로 합의했다. 책임 회피를 위한 정책의 외주화였다. 정부가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담합이 벌어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었다.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그간 인류는 환경을 파괴하면서 문명을 일구었고 그것을 매개한 것이 노동이었다. 정의로운 전환은 환경과 노동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동행하려는 메시지다. 노동이 전환을 수용하는 바탕 위에서 정의를 추구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노동의 참여 수단으로 사회적 대화가 채택된다면 어떻게 될까.

독일과 달리 이미 설정된 국가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부문별(업종별) 실행계획은, 형식이야 어떻든 사회적 대화가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정 외에도 청년과 같은 미래세대나 하청업체 같은 미조직 노동자, 환경 전문가, 지역대표들이 골고루 참여하면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사회적 대화의 성공은 노동이 전환을 수용하며 사회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제를 제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노동은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대신 급속하고(rapid) 급격한(radical) 에너지 전환을 자신의 의제로 수용할 수 있을까. 일자리를 넘어 사회시스템의 변화를 내면화할 수 있을까.

노동조합이 탄소중립의 ‘걸림돌’이 된다면 노동조합이 설 땅은 송곳처럼 좁아질 것이다. 탄소중립을 향한 공론의 장에 노동은 주체로 참가할 것인가 아니면 배제될 것인가.

박태주 (노동 연구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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