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發 '닭 논란'에 업계 "자이언트 치킨 왜 실패했나"
"작은 닭 쓰는 삼계탕은 맛이 없는데도 지금까지 인기가 있는겁니까?"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의 '한국의 닭이 작고 맛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27일 이같이 항변했다. 그는 "각 나라마다 닭을 요리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나라 국민들이 특히 선호하는 닭이 있다"며 "크기로만 맛이 결정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닭을 요리하는 브라질산 육계요리가 가장 우수할텐데, 국내에선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황씨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한국 치킨은 작아서 맛이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농촌진흥청과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 1.5kg 수준으로 유통되는 닭의 무게를 3kg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치킨의 경우 주로 사용하는 10호(950~1050g) 육계는 생후 32일 정도를 키워 출하한다. 통상 1.5kg 정도 성장한 닭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공하고 나면 약 3분의 1 정도 무게가 감소한다. 10호 닭은 육질이 부드러운 특징이 있어 국내 치킨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크기다. 반면 이보다 크기가 작은 5~6호 닭은 삼계탕 용으로 많이 출하된다. 반면 이보다 큰 13~14호는 순살치킨 등 부분육으로 쓰인다. 육계업계는 이처럼 크기에 따라 용도가 다른데 일방적으로 작은 닭은 맛이 없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만약 시장에서 대형닭 선호도가 높아진다면 육계업계의 수입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생산비용의 40%가 병아리 조달에 쓰이는데, 대형닭으로 키우면 무게당 생산비용의 20%까지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론 닭이 성장할 수록 무게에 따른 가격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1.5kg 이상 키우면 국내에서는 인기가 적은 닭가슴살 비중이 늘어나는 까닭이다. 서양의 음식문화는 닭가슴살 등 백색육을 선호하는 반면 국내는 다리나 날개 선호도가 높다. 1마리를 통째로 먹는 홀버드 문화도 대형닭 선호도를 낮추는 배경이다.
국내에서 대형닭 사육에 대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 닭고기 회사가 2.5kg 이상의 대형닭을 생산했지만 시장에 반응이 없자 2015년 직접 '자이언트 치킨'이란 콘셉트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현재 자취를 감췄다.
육계업계 관계자는 "떡볶이의 맛이 쌀로만 좌우된다면 고시히까리 등 고품종 쌀을 써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닭도 마찬가지"라며 "닭의 가격 역시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라 부위에 따라, 시장 수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일부러 작은 닭을 쓰는게 아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생으로 먹는 음식의 경우 원재료가 커야 맛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조리하는 음식의 경우 이런 분석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양지영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맛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종의 차이, 사료의 종류, 사육 환경 등 다양하다"며 "주로 회로 먹는 수산물과 달리 조리 방식이 다양한 축산물은 크기로만 맛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계농가는 경제성을 고려해 출하시기를 결정한다"며 "현 출하시기가 조류독감 등 집단폐사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시장수요, 무게당 단가, 사료투입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대형육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닭 크기와 맛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란은 결국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업계 1위 교촌치킨이 인기메뉴 허니콤보의 가격을 2만원으로 올리면서 치킨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황교익씨 발언이 주목을 받은 것은 국민간식인 치킨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서는 등 소비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관련 종사자들이 양이 많고 가격이 저렴하면서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소비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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