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는 수능 없이 의대 간다"..청와대에 올라온 청원, 진실은?
'화교특별전형 폐지를 요구합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하나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국내 거주 대만 국적자, 이른바 화교들이 국적만으로 수능도 보지 않고 손쉽게 국내 의예과, 약학과를 진학하는 탓에 한국 수험생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증거라며 몇몇 대학들의 2022학년도 재외국민 및 외국인 특별전형 모집요강까지 제시했다. 해당 게시글 댓글에는 '자국민을 차별하는 대단한 나라', '입시생의 미래가 암울하다', '죽어라 공부해도 화교는 국적으로 의대가네' 등의 격한 반응이 달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국내 대학에는 화교만을 위한 특별전형은 없다. 과거에도 없었다. 다만 외국인 특별전형에 화교들을 위한 예외조항은 있다.
국내 대학에서 외국인 특별전형 지원자격은 '부모와 학생 모두 외국인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모 중 아버지가 미국 국적이고, 어머니가 한국 국적이라면 학생 본인이 미국 국적이라도 외국인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그러나 대만 국적 화교에게는 예외를 두고 있다. 학생 본인이 대만 국적자인 경우 부모 중 한 명만 대만인이라면 외국인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물론 부모가 둘 다 대만인이라면 당연히 외국인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현재 외국인 특별전형에 대만 국적 예외조항을 명시한 주요 대학은 연세대와 동국대 경주캠퍼스 등이다. 연세대가 발표한 2022학년도 3월 신입학 외국인전형 모집요강에 따르면 부 또는 모와 학생 본인이 대만 국적일 경우 외국인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평가는 고교 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준하는 각 해외고교 표준화 학력평가, 자격증, 추천서 등에 기반한 서류평가 100%로 진행한다. 치의예·의예·약학과에 지원할 경우 TOPIK(한국어능력시험) 5급 이상의 성적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같은 예외조항이 생긴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대만 대학들은 자국내 한국 국적 수험생들을 위해 동일한 조건의 예외조항을 두고 있었다. 이에 한국 대학들도 상호호혜주의에 입각해 동일한 예외조항을 신설하게 된 것.
한 대학 관계자는 "과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관련 가이드라인이 전달돼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그러나 대만에서 정확히 언제, 왜 이같은 예외조항을 내놨는지 이에 대한 배경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예외조항도 2023학년도 3월부터는 사라진다. 앞서 올해 초 대교협은 각 대학들에 전달한 재외국민 및 외국인 특별전형 가이드라인에서 2023학년도부터 대만 국적 수험생에게 주어졌던 예외조항을 폐기할 것을 권고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과거 대만 대학에 있던 한국 국적 수험생들을 위한 예외조항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며 "더 이상 상호호혜주의 차원에서 이를 유지해야 할 유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예외조항이 있다고 해서 그간 화교들의 국내 대학 진학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우선 국내 화교학교들은 국내에서 학력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국내 대학에 입학하려는 화교들은 우선 검정고시부터 합격하고 학력 인정을 받아야 한다.
수능은 보지 않지만 선발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있다. 대부분 대학은 외국인 신입생을 선발할 때 수능에 상응하는 해외 수학능력시험 점수를 평가 대상으로 넣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대만 국적 수험생은 검정교시와 별도로 해외 수학능력시험까지 준비해야 한다.
한성화교중고등학교 관계자는 "학력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대부분 대만 학생들은 대만 혹은 중국 대학을 준비하는 편"이라며 "1992년 한·중 수교 체결 이후 한국 내 중국 유학생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 내 화교 학생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대학에 진학한 대만 국적 학생들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16년 116명이었던 대만 국적 입학생 수는 2017년 112명, 2018년 111명, 2019년 99명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78명으로 급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만 국적의 화교만을 위한 별도의 정원이 없기 때문에 화교는 다른 외국인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별히 유리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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