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양구 지키는 젊은 오미자 농부 최혁진씨
천식 앓던 아이 때문에 만난 오미자..귀농 아이템으로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양구=뉴스1) 윤왕근 기자 = "양구 농업의 발전을 위해 사는 완전한 양구 청년입니다."
20대 중반부터 강원 양구에 빠져 정착, 오미자를 재배하기 시작한지 올해로 7년째인 '양구 친구' 대표 최혁진씨(39)는 본인을 '귀농인'으로 선 긋기보다는 양구의 청년 농부로 불리길 원했다.
최 대표가 양구지역에서 완전 정착한 것은 지난 2014년으로 올해로 7년째. 그러나 20대 중반이었던 2007년부터 양구와 인연을 맺고 양구와 경기도를 오가며 지역 어르신들과 교류하며 인정받아 이제는 완전히 '양구 청년'이 됐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흔히 농업인들이 산지 재배부터 시작해, 2차 유통을 시작하고 이후 소비자들과 가장 가까운 소매에 진출하는데 반해 최 대표는 역행한 케이스다. 안양 등 경기지역 백화점과 마트에서 채소와 특용작물 분야 MD(merchandiser)로 일했던 최 대표는 이후 농산물 중간 납품업체 등에 근무하며 농산물과 인연을 이어갔다.
최 대표는 "군대 복무 시절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하다가 농사, 채소 등에 관심이 생겼다"며 "전역 후 백화점, 마트, 중간 납품업체 등에 근무하며 본젹적으로 농산물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농산물과 관련된 직업을 갖게 됐지만 최 대표는 만족하지 못했다. 오히려 본질인 직접 재배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소비 최일선과 중간 납품업체를 이미 경험해 본 탓에 최대표는 소비자의 식탁에 채소가 올라오기까지 중간과정으로 인해 산지 농가가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잘 알고 있었다. 최 대표는 그것 역시 타파해보고 싶은 열망도 컸다.
결국 '농부'가 되기로 결심한 '유통맨'은 그 꿈을 이룰 적임지로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최전선 양구를 택했다.
최 대표는 "양구는 국유지가 많아 나라 땅을 임대해서 경작을 할 경우 초기비용이 저렴하게 들어간다"며 "지금 있는 양구 해안면 펀치볼 일대는 시래기로도 유명하고 예전부터 야생 오미자가 많이 나던 지역이지만 경작을 하는 곳은 또 없어서 이곳을 택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양구에서 농부로 뼈 묻을 각오로 선택한 작목은 오미자. 작목 선정에도 특별한 사연이 있다.
최 대표는 "큰 아이가 어렸을 때 천식을 앓았는데 너무 어려 약을 강하게 쓸 수 없었다"며 "오미자가 기관지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 오미자를 물에 희석해서 먹였더니 많이 호전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된 개발로 환경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 기관지, 공기 등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며 "오미자는 폐기능에 효능이 있는 품목으로 분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양구 정착 1년 정도 뒤인 2015년 토지 5000만원을 포함해 설치비와 묘목 등 1억5000만원를 투자해 오미자 농장 '양구 친구'을 설립한 최 대표. 그는 전문적인 농업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양구 정착과 함께 강원대 농대 학부생으로 대학까지 다시 입학했다.
최 대표는 "소비자에게 말로만 신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배부터 농업 전반 대한 전문적인 학습을 통해 응대를 하면 신뢰도 자체가 다를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정착한 지역사회에도 할 게 없어서 농사를 짓는다는 시선보다 진심을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농장 운영 초기 2000평 정도 규모 경작지에서 2톤 규모의 오미자를 출하했다. 현재 오미자 1㎏당 1만원 정도 가격으로 단순 계산해 볼 때 연 2000만원 정도 밖에 수익이 나지 않았다.
여기에 노동력과 비료값, 수확 시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1300만원 정도 밖에 벌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최 대표는 초기 5년은 적자를 각오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초기 수입은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안나왔지만 이 역시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오미자를 더욱 공부하고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규모가 늘어나 4000평 농장에 한 해에 오미자 7톤을 생산한다는 최 대표. 판로 역시 개인소비자 위주에서 강원대 산학협력단과 연계해 연구목적과 제품 개발을 위해 납품하고 있다.
또 '혁진이네 오미자'라는 자제 가공제품을 개발해 오미자청, 오미자스틱 등을 만들어 팔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최 대표는 양구와 강원도에 '진심'이다.
귀농 초기 단순한 뜨내기가 아닌 지역 사회 일원이 되길 원했던 최 대표는 농촌지역 생활개선·봉사단체인 4H연합회에 가입해 열심히 노력했다. 지역사회에 진심을 다하자 처음에는 무관심이었던 지역 어르신들도 최 대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4H 양구지역 회장을 2년 간 역임하고 현재는 강원도 연합회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또 농어업회의소와 협력해 일할 기회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단순 귀농인이 아닌 양구 청년, 강원도 청년 농부가 다 된 셈이다.
최 대표의 진심에 지역사회도 도왔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은 최 대표에게 청년농업 기초영농지원과 농업기술·경영분석등 현장컨설팅을 지원했다.
최 대표는 귀농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수익보다는 지역을 사랑하는 것이 먼저라고 설명한다.
그는 "수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면 지역주민과 관계도 상하고 실제 생각한 것 만큼 수익이 나지도 않는다"며 "정착할 지역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먼저 다가가 노력하고 천천히, 묵묵히 경작하다 보면 어느새 안정이 돼 있을 것이다. 조급하면 안된다. 느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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