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번역기 돌리지 마라 짖을 만하니까 짖는 거다
개 짖는 소리를 인간 언어로 번역해 주는 기계가 있다고 한다. 그런 스마트폰 앱도 있고 개의 표정을 사진 찍으면 기분을 알려주는 기계도 있다. 어느 날 개아범이 졸고 있는 내 앞에 와서 짖어봐, 짖어봐 하기에 뭔가 했더니 그런 앱을 깐 모양이었다. 짖으라면 짖나, 짖을 만해야 짖지 하며 도로 눈을 감았더니 개아범은 뭐라고 투덜거렸다.
개 번역기라는 게 거의 장난 수준이다. 사람들은 이런 후기를 남긴다. “우리 아이가 처음 한 말이 ‘너 싸움 잘해? 나 싸움 잘해!’였어요. 아유, 너무 귀여워.” “강아지가 ‘아, 사랑받고 싶어!’라고 말했어요. 그랬쪄, 우리 똘이?” 눈에 콩깍지가 씌었으니 번역기에 뭐라고 나와도 신기한 모양이다.
개 번역기가 완전히 황당한 건 아니다. 개 짖는 소리의 높낮이와 빈도에 따라 그럴듯한 해석을 입력해 놓았다. 개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건 경고 또는 위협의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높은 음으로 짖는 소리는 훨씬 친근한 의미를 갖고 있다. 낑낑 하며 칭얼대는 듯한 소리는 뭔가 해달라는 이야기다. 이런 대강의 원칙 아래 그럴듯한 번역문들을 저장해놓은 것 같다.
개가 낮은 소리를 내는 것은 진화의 결과다. 야생에서는 덩치가 큰 동물들이 주로 크고 낮은 소리를 내고 작고 약한 것들이 잘고 높은 소리를 낸다. 개는 누군가를 쫓아내거나 겁주려면 큰 동물의 소리를 흉내 내고, 애교 부리거나 다른 개들과 놀고 싶을 땐 작은 동물 소리를 따라 한다. 이런 영리함 덕분에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올 수 있었다.
사실 개를 제외한 다른 갯과 동물들은 잘 짖지 않는다. 늑대나 이리, 여우는 의사소통을 위해 짧게 짖긴 해도 낯선 사람을 본 개처럼 사납게 연달아 짖지 않는다. 오래전 인간들이 수렵 생활을 할 때, 개들은 인간 주변에서 먹을 것을 해결하는 대신 그들이 두려워하는 짐승이나 낯선 인간들을 먼저 발견해 짖음으로써 보답했다. 인간이 농경을 하며 정착 생활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경비견으로서 개의 역할이 컸던 셈이다. 어쩌면 개가 더 이상 경비견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천대받는 일도 생기는 것 같다.
개아범과 산책 도중 얌전히 앉아있는데 어떤 인간이 휴대폰을 보며 걸어오다가 내 바로 앞에서 나를 보고는 “엄마, 깜짝이야!” 하며 개아범을 째려봤다. 개아범은 얼떨결에 “아이고,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했다. 나는 개아범을 향해 웍, 하고 낮게 짖었다. 번역기가 있었다면 이랬을 것이다. “왜 사과하냐? 개가 얌전히 있어서 미안하냐? 멍청하기는.” <다음 주에 계속>
토동이 말하고 한현우 기자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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