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계절마다 선물 주는 너.. 나무야, 내가 지켜줄게

채민기 기자 2021. 11.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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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

마리아 킨타나 실바 지음|실비아 알바레스 그림|김정하 옮김|리시오|32쪽|1만6000원

어느날 밤, 나무들이 “앞으로 백 년 정도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곳”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발걸음을 옮기듯 땅에서 뿌리를 뽑아내 숲을 떠나버린다. 나무들이 있던 자리엔 뿌리가 뽑혀 나간 구멍이 발자국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보금자리를 잃은 동물들도 떠나고 숲은 사막이 되어 버린다.

등굣길에 이 광경을 목격한 고란은 집 마당의 나무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나무는 좋은 친구였다. 봄에는 가지에서 그네를 탔고 여름엔 그늘에서 햇빛을 피했다. 가을이면 나무는 단풍을 선물했고 겨울엔 비어 버린 가지를 흔들며 인사했다.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무는 정원을 반쯤 나서고 있었다. “내가 재로 변하거나 산산이 갈라지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해.” 겨우 붙잡은 나무가 잠든 사이 고란은 숲에 묘목을 심기 시작한다. 버리는 종이를 재사용하며 겨울을 보내고 맞은 봄. 긴 잠에서 깨어난 나무는 이곳이 백 년을 지낼 새 보금자리가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는 최근 그림책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아이들에게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의욕이 앞선 나머지 교과서처럼 정보 전달에 치우치거나 당위(當爲)를 내세우는 경우도 많지만, 이 책은 짧은 우화 속에서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나무를 수동적 존재로 보지 않고 스스로 더 나은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능동적 주체로 파악한 시각이 신선하다. 언제까지나 같은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나무들이지만 우리가 실천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이 책에 그려진 것처럼 어느 날 모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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