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쥐면 오히려 놓쳐, 힘 빼".. 숨 가쁘게 달려온 청춘에게 보내는 응원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송지현 지음|문학동네|288쪽|1만4000원
서울 고시원에서 사는 30대 미주는 고향에 내려간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동안 뜨개질 가게를 봐달라고 이모가 요청했다. 미주는 고향으로 순순히 온 것이 타의인지 자의인지 모르겠다. 청춘을 음악에 바쳤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친구는 정장을 차려입고 면접을 보더니 회사에 출근한다. 여행을 앞둔 이모와 김치찜, 콩나물무침을 먹고 일상을 나눈다. 재래시장 속 이모 가게 근처에서 핫도그를 사 먹는다. 또래 사장 역시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2013년 등단한 송지현의 두 번째 소설집. 아홉 단편은 대단한 사건을 그리지 않는다. 인물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면서 언뜻언뜻 내면의 응어리를 비춘다. 단편 ‘손바닥으로 검지를 감싸는’에서 주인공은 스님이 될 거라는 외삼촌과 불국사 구경을 간다. 전생과 업(業)을 주제로 한 농담에서 그는 세상을 떠난 엄마를 생각한다. 해외에 돈 벌러 떠난 아빠를 대신해 엄마는 미용실과 호프집을 운영했다. 엄마는 환풍기 앞에서 담배를 피웠고 불 꺼진 가게에서 소주를 마셨다. 여행이 어땠는지 묻는 아빠의 전화에 시답잖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다 불쑥 ‘그냥 말해’버린다. “엄마는 아빠가 없어서 힘들어했어. 그런데 아빠가 없는 엄마를 견디는 우리가 더 힘들었어.”
인물들은 유쾌함을 잃지 않으며 덤덤하게 산다. 미주에게 뜨개질을 가르쳐주던 이모는 “힘을 빼”라고 한다. 실을 쥔 손에 힘을 빼면 자연스럽게 공간이 생겨나고, 그 사이로 바늘을 통과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꼭 쥐면 오히려 놓치는 거야. 대충 해.” 청춘의 어떤 시절은 이렇게 통과해도 좋다는 응원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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