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잡아먹던 식당 줄서기 안녕~

조유미 기자 2021. 11.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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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출근 늘자 식당 대기시간 단축서비스 인기

서울 강남역 근처 광고회사에 다니는 이예슬(29)씨는 요즘 출근하면 곧바로 앱을 켜고 점심 메뉴부터 주문한다. 음식을 골라 주문·결제를 마치고 ‘낮 12시’ 등 식당 방문 시각을 정한다.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오면 사무실 인근 공유주방의 식당으로 가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다. 이씨는 “위드 코로나 이후 식당마다 사람이 붐벼 점심시간이 빠듯했는데 이젠 15분 만에 밥을 먹고 여유 있게 운동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강모(30)씨의 사무실에는 점심시간 사무실로 음식이 단체로 배달된다. 회사와 계약한 기업용 모바일 식권 스타트업이 매일 오전 사전 주문을 받아 정해진 시각에 배달하는 것이다. 강씨는 “일반 배달앱은 도착 시간 예상이 어려운데 매일 정각에 음식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달 초 시작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출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점심시간 식당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서비스가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심 곳곳에 공유주방을 두고 앱으로 주문을 받거나(먼슬리키친), 각 기업과 계약을 맺고 정시에 점심을 배달해주는(벤디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시작된 ‘주문 앱’ 서비스가 식당, 편의점 구매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자기 계발이나 취미 활동, 휴식에 사용하려는 MZ세대 직장인들의 실리적인 수요가 낳은 현상”이라고 말한다.

강남·판교·분당·구로 등지에서 공유주방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먼슬리키친의 경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2주간 앱 신규 가입자 수는 이전 2주 대비 15% 늘었다. 기업용 모바일 배달앱 식권대장을 운용하는 스타트업 벤디스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이후로 서비스 협약을 맺으려는 기업 문의가 지난달 동기 대비 7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서초·강남·송파 등에서 운영 중인 서비스를 연내 광화문·여의도·구로·마곡·판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숙박·여가 플랫폼 야놀자도 직장인들의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맛집 온라인 웨이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앱 안에 입점한 식당의 대기 현황·예상 대기 시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앱 내에서 대기표를 뽑아 순서를 기다릴 수 있다. 줄 서는 부담 없이 맛집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식사 예약 앱 ‘테이블링’과 통합 매장관리 앱 ‘나우웨이팅’ 같은 서비스도 미리 대기표를 뽑아 기다리는 원격 줄 서기를 지원한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플레이팅이 운영하는 ‘찾아가는 구내식당’은 기업과 계약을 맺고 아예 회사에 찾아가 전문 조리사가 만든 음식을 차려주고, 잔반 수거와 정리도 한다.

이 같은 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코로나 재확산과 자기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MZ 세대 직장인들의 니즈(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30대 직장인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붐비는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줄을 서서 기다리기가 찜찜하다”면서 “주문 앱을 이용하면서 이런 불편을 덜 수 있는 데다, 배달시간이 들쑥날쑥한 일반 배달앱과 달리, 원하는 시각에 주문한 음식을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자신만의 휴식 시간이나 취미 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라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식사 시간을 쪼개 자기 계발에 쓰려는 젊은 직장인의 성향도 반영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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