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이 25년간 추진한 후텐마 비행장 이전 제동 걸렸다

도쿄/최은경 특파원 2021. 11.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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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현 지사, 안전 문제로 헤노코 매립지 공사 중단 요구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다마키 데니 지사가 미 해병대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의 이전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미·일 양국이 25년간 추진해 온 후텐마 비행장 이전 사업이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커져 오키나와 기지를 중심으로 중국,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구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일본 오키나와현에 위치한 미 해병대 후텐마 비행장에 MV-22 오스프리 항공기가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6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마키 현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방위성이 오키나와현 측에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며 “완성 전망이 서지 않는 무의미한 매립 공사를 계속할 수 없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2017년부터 오키나와 본섬 중부 기노완(宜野湾)시의 후텐마 비행장을 북부 해안 지역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 매립지로 옮기는 공사를 시작했지만, 연약한 지반 발견으로 공사 설계 변경을 신청했었다. 오우라만 지하 77m 아래 지반이 ‘마요네즈 수준’으로 부드럽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2020년 4월 이를 단단히 굳히는 지반 개량 공사 허가를 요청했는데 오키나와현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후텐마 비행장 반환 주장은 1995년 주일미군 병사의 오키나와 10대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격화돼 이듬해부터 현내(県內) 이전이 추진됐다. 당시엔 6~7년 내 이전이 완료될 전망이었다. 1999년 헤노코 연안이 이전지로 결정됐지만, 현 밖으로 이전을 주장하는 주민 반발은 줄어들지 않았다. 일본 국토 면적 0.6%에 불과한 오키나와에 주일 미군 시설 74%가 존재하는 데 대한 뿌리 깊은 불만 때문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3년 오키나와현에 연간 3000억엔에 달하는 지원금을 약속하며 헤노코 이전 승인을 받아냈다. 하지만 오키나와현 지사로 새로 당선된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가 2015년 지자체장 직권으로 승인을 취소하며 맞섰다. 매립 공사는 중앙정부가 오키나와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2·3심 내리 승리한 뒤 재개됐지만, 이번엔 연약 지반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오나가 전 지사 사망 후 그의 후계자로 당선된 다마키 현 지사가 설계 변경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마이니치신문은 “다마키 지사가 비승인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내년 1월 나고시 시장 선거, 가을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를 앞두고 오키나와현이 정부와 다시 대립한다”고 했다.

지난달 출범한 기시다 내각은 오키나와현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다. 대만해협·센카쿠제도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는 일본 정부로선 주일 미군의 오키나와 기지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일 동맹 억지력을 유지하고 후텐마 비행장 위험성을 제거하려면 헤노코 이설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공사 재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하지만, 오키나와현의 반발을 무마하려면 다시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그동안 이 문제로 인한 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자칫 이 사안을 원활하게 관리하지 못할 경우 미·일 동맹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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