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빈소에 온 박근혜 '가짜 근조 화환'.. 처벌 어려운 이유는 [법잇슈]

이강진 2021. 11. 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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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에 이 같은 글귀가 적힌 근조 화환이 놓였다.

만약 전 전 대통령 빈소에 근조 화환을 보낸 것이 박 전 대통령이 원치 않는 일이었다 하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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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근조 화환 소동'에 처벌 여부 관심↑
법조계 "현재로선 처벌 어려울 듯" 관측
"가짜 화환으로 朴 명예 훼손됐다 어려워
재산상 이득 없어 사기죄 적용은 불가
공무원자격사칭·관명사칭죄 처벌 힘들 듯"
지난 2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 화환은 가짜로 드러났다. 사진은 이날 '가짜 화환'이 배달되는 모습. 연합뉴스
‘前 대통령 박근혜’

지난 24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에 이 같은 글귀가 적힌 근조 화환이 놓였다. 누가 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낸 듯한 이 근조 화환은 불과 반나절 만에 치워졌다. 박 전 대통령이 보낸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박 전 대통령을 사칭해 ‘가짜’ 근조 화환을 보내 소동을 일으킨 사람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가짜 근조 화환을 보낸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법으로는 형법상 명예훼손과 사기죄, 공무원자격사칭죄 등이 거론된다.

◆“화환 보낸 것만으로는 명예훼손 적용 안돼”

변호사들은 먼저 전 전 대통령 빈소에 근조 화환을 보낸 행위만으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수열 변호사(뉴로이어법률사무소)는 “우리나라에선 사칭만 해서는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사칭을 해서 그 사람에 대해 명예를 실추할 만한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같이 적시했을 때, 경우에 따라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고 해서 그 행위가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진짜’ 조화도 보냈다고 하니, 조화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고 해서 문제가 있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이 보낸 근조 화환은 지난 24일 밤 빈소에 도착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종걸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스)는 “명예훼손 같은 경우에는 보통 외부적인 명예가 보호법익이다. 그런데 남을 사칭한 것만을 갖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면서 “제가 봤을 때 (명예훼손죄 적용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만약 전 전 대통령 빈소에 근조 화환을 보낸 것이 박 전 대통령이 원치 않는 일이었다 하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긴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변호사는 “(전 전 대통령) 빈소에 조화를 보낸다고 해서 명예가 훼손된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조화를 보내는 행위가) 정치적으로 봤을 때는 심각한 일이기는 한데, 법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까지 명예를 실추할 만한 것이 되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칭, 사기죄도 성립하지 않는 이유

가짜 근조 화환을 보낸 사람에게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만약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사칭 또는 활용해 타인을 속인 뒤 재산상의 이익까지 취득한 경우라면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번 사례는 그렇지 않다. 김 변호사는 “사기죄가 되려면, 다른 사람을 기망해서 재산상의 이익을 얻어야 한다”면서 “사칭했다는 걸 기망으로 볼 수는 있지만, 재산상 이익까지 얻어야 사기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명의의 조화가 배달돼 놓여 있다. 앞서 이날 오후 빈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리본이 달린 '가짜 조화' 소동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공직·계급 등의 명칭을 거짓으로 꾸며 댈 경우(관명사칭 등)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하도록 규정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인 탓에 이를 적용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경범죄처벌법 같은 경우에도 일종의 형사 처벌의 영역이니까 유추해석금지의 원칙 등이 적용될 것”이라며 “전직 공무원도 공무원에 포함된다고 보는 건 범위를 좀 넓게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법상 공무원자격사칭죄도 같은 이유로 적용이 어렵다. 이 변호사는 “공무원자격을 사칭하면서 공무원의 권한까지 행사하는 경우가 공무원자격의 사칭죄에 해당한다”면서 “이번 사안 같은 경우에는 공무원의 직권을 사용한 상황이라고는 볼 수 없으니, 형법상 규율이 되는 경우가 아닐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가짜 근조 화환에 대해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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