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나온 중학생 아이의 돌떡 [삶과 문화]

2021. 11. 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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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냉장고에는 식재료가 가득한데 막상 문을 열면 먹을 건 없다.

내가 넣었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냉장고가 대부분이다.

20년 넘게 불편함 없이 사용하던 냉장고를 버리고 새 냉장고를 구입한 것은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냉장고 정리를 위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팁은 현재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식단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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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집집마다 냉장고에는 식재료가 가득한데 막상 문을 열면 먹을 건 없다. 내가 넣었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냉장고가 대부분이다. 음식으로 가득한 창고를 의미하는 냉창고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 한 고객의 냉장고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가 떡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 떡이 중학교 2학년이 된 큰아이의 돌떡이라는 것이었다. 14년 동안 냉동실에서 딱딱한 돌처럼 굳어버려 '돌떡이 진짜 돌떡이 됐다'며 모두 웃었던 기억이 난다.

외형은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막상 정리를 하려고 꺼내보면 엄청난 양이 쏟아져 나올 때도 있다. 지난여름 이사를 하면서 22년 된 냉장고를 바꾸게 되었다. 혼수로 구입할 당시 친구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큰 용량의 양문형 냉장고를 구입했는데 나는 작은 용량의 투도어 냉장고를 고집했다. 집 앞 마트에 가면 신선한 식재료를 바로 구입할 수 있고 냉장고에 많이 보관하면 그만큼 버려지는 음식의 양도 많아지기에 굳이 대용량 냉장고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20년 넘게 불편함 없이 사용하던 냉장고를 버리고 새 냉장고를 구입한 것은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사를 하면서 새 걸로 구입하게 된 것이다. 이번엔 용량을 더 줄여서 330L 작은 사이즈의 냉장고와 에어컨을 주문했는데 주문이 밀려서 배송이 지연되었다.

7월 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더위에 강제로 냉장고와 에어컨 없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만들어 놓은 반찬이 점심 때가 되면 금세 상해버리고 식재료도 물러서 못 먹게 되었다. 대형마트는 엄두도 못 내고 매일 아침 집 앞 작은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구입하고, 매번 한 끼 분량으로 식사준비를 했다. 매끼마다 요리를 해야 하니 처음엔 말할 수 없이 불편했다. 하지만 다른 대안책이 없으니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며 냉장고 없이 한 달을 살았다. 불편했던 생활이 조금씩 적응되고 나와 가족들에게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소량으로 구입하고 바로 요리해서 먹다보니 남기는 음식이 거의 없고, 음식쓰레기가 줄고 자연스럽게 식비가 줄게 되었다. 냉장고 없이 한 달을 살면서 더욱 신중하게 구입하고 계획적으로 소비를 하게 되었다. 여름 무더위가 다 지나간 8월 말 냉장고와 에어컨이 도착하며 냉장고 없이 한 달 살기는 끝이 났다.

음식이 귀한 시절을 보낸 어르신 댁이나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층, 너나 할 것 없이 냉장고엔 음식이 가득 차고 넘친다. 대부분 냉장고 정리라고 하면 냉장고 음식을 사용하기 편리하고 깔끔하게 정리정돈하는 의미가 아닌 일정기간 쌓여진 음식쓰레기를 버리는 의미로 말한다. 냉장고 정리는 많은 주부들의 고민이다. 정리상담을 위해 집안 곳곳을 살필 때 가장 민망해하는 공간이 바로 냉장고이다. 냉장고를 정리하기 위해 냉장고 정리 수납도구도 구입해 보고 반찬용기도 새로 구입해 보지만 쉽지 않다. 냉장고 정리를 위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팁은 현재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식단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또 냉장고에 식재료를 보관할 때 날짜를 기입해보자. 보관한 날짜 또는 개봉일을 메모하면 찝찝해서, 먹어도 되는지 몰라서 미루다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냉장고에 음식이 가득 차 있다면 장보는 걸 잠시 멈추고 냉장고 안 식재료를 이용해 요리를 해보는 건 어떨까?

김현주 정리컨설턴트·하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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