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면역·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기생충 활용 가능성 높아진다 [채종일의 기생충 X파일 ⑫]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입력 2021. 11. 2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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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생충 질환 향후 전망

[경향신문]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나라 기생충 질환의 향후 전망에 대해 간단히 필자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에서는 1960~70년대까지 전 인구의 60~70%가 어떤 종류든 기생충을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었으나 그 감염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특히, 장내 연충류 감염은 2022년 이후에는 전체 인구의 0.5~1.0% 정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톡소포자충(현재 성인의 혈청검사 양성률 약 5%)을 비롯한 조직 내 원충류 감염을 모두 포함한다면 기생충 전체 감염률은 5~10% 정도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회충과 편충 등 흙이 매개하는 기생충들은 큰 문제로 확대되기가 어려운 반면 간흡충(감염원 민물 생선), 장흡충(감염원 민물 생선 및 갯벌 생선 등), 톡소포자충(감염원 돼지고기), 원포자충(감염원 과채, 채소) 등 식품 매개성 기생충이 창궐할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이러한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의 식생활 습관의 변화, 특히 생식 또는 덜 익혀 먹는 습관의 증가, 그리고 기후 환경의 변화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셋째, 인수공통 기생충 질환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사람의 회충 감염은 이미 감소 국면으로 전환된 반면 생선회와 오징어, 낙지 등을 통해 감염되는 고래회충, 바다표범회충, 물개회충 등 해산 포유류의 회충류 유충 감염이나 흙을 통해 또는 덜 익힌 동물의 간을 통해 감염되는 개회충, 고양이회충 등은 점차 새로운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새를 종숙주로 하는 다양한 흡충류들도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점차 더 명확해지고 있는데, 이 부분도 새로운 기생충 감염 추세의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기생충의 새로운 종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형태로 변이하여 인간사회에 유행하는 것처럼 하등동물에만 기생하던 기생충이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감염되는 신종으로 바뀌어 새로운 인체 감염 기생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늘 이에 대비해야 한다.

다섯째, 해외여행이 늘어남에 따라 해외유입 기생충병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한동안 코로나19 유행으로 잠겨 있었던 해외여행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생충병과 각종 열대병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로의 여행도 늘어날 추세다. 이런 나라를 여행하는 경우에는 특히 열대열말라리아를 주의해야 한다. 국내에 유행하는 삼일열말라리아에 비해 치사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또한 주혈흡충증이나 유극악구충증, 사상충증, 광동주혈선충증, 리슈만편모충증, 샤가스병 환자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기생충 질환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이상과 같이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한편 흥미로운 점의 하나는 일부 기생충들을 자가 면역 질환 또는 알레르기 질환 등 다른 질환에 대한 치료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돼지편충, 개구충, 아메리카구충 등을 크론병, 기관지천식, 피부아토피 등에 대한 면역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더욱 다양한 종류의 기생충을 이러한 치료에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시리즈 끝>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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