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은 가난의 끝은 어디일까 [책과 삶]
[경향신문]
세대주 오영선
최양선 지음
사계절 | 208쪽 | 1만2000원
“성실하게 일하고 아끼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집도 생기고 좋은 날이 있을 거야.”
아버지는 말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고 아끼던 아버지는 빚을 남기고 죽었다. 화자 오영선을 비롯한 세 모녀는 아버지의 빚을 갚는다. 엄마는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다. 엄마와 살던 전셋집을 비워야 한다. 언덕으로 한참 올라가야만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전세가 나온다. 부동산 중개인은 대출을 끼고 큰길가의 집을 매수할 것을 권한다. 영선은 대출이 끔찍하다.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병이 빚 때문인 것만 같다.
장편소설 <세대주 오영선>은 “집을 사지 않으면 멈춰 있는 게 아니라 뒤로 밀려나는 것”이라고 주문을 거는 세상을 29세 영선의 눈으로 바라본다. 물, 전기부터 밥값, 교통비까지 아껴야 하는 영선에게 부동산 투자는 남 일이다. 그런 영선에게 직장 동료 주 대리는 “대출은 거인의 어깨”라며 제 발로는 100보를 걸어야 도착할 곳을 거인에 올라타면 한 걸음에 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영선의 바람은 소박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외식을 하고 싶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겨울에는 보일러를 별다른 고민 없이 켜고 싶다. 친구들을 만날 때는 머릿속으로 식비를 계산하지 않고 싶다. 사랑을 느끼면 그 마음을 서슴없이 고백하고 함께 일상을 누리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가난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작중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집값 폭등의 파고를 맞닥뜨린다. 공간, 시간, 빚, 노동을 서로 더하고 빼 자신만의 역학을 만든다. 작가는 이 밖에도 공무원 시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요소를 더해 소외감, 박탈감, 다급함의 시대를 그려낸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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