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세상을 꿈꿔봐도 될까 [책과 삶]
[경향신문]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송지현 지음
문학동네 | 288쪽 | 1만4000원
고시원에 머물던 미주는 유럽 여행을 떠난다는 이모 연락을 받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간다. 여행 기간 이모의 뜨개방을 맡아야 한다. 미주는 망한 인디밴드의 멤버다. 이모 손에 이끌려 재래시장 여러 가게를 돌며 인사하던 미주는 “유튜브엔 잘 안 나와요. 멜론에는 있어요”라는 말을 반복한다. 사인 요청도 받았다. “그렇게 생선가게, 신발가게에 내 사인이 붙었다.”
소설집과 동명인 단편의 무대는 일상이다. 미주 친구 b는 디자인 회사에 취직해 회사 유튜브에 출연하고, 미주에게 받은 취업·생일 선물로 받은 향초와 카드지갑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 재래시장에 든 청년몰에서 핫도그가게를 하는 미주 또래 주인도 등장한다. 각각 실업, 취업, 창업의 상태에 놓인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청년들은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관계를 맺어간다. 뜨개질 사슬뜨기를 배울 때 “(실을) 꼭 쥐면 놓치는 거야. 대충 해”라는 이모 말에서 깨달음 같은 걸 얻기도 한다.
‘손바닥으로 검지를 감싸는’에서 아빠는 오래 외국에 돈 벌러 나가 있었다. 자주 술에 취했던 엄마는 죽었다. 이모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가족 관계의 단절, 주인공의 고통을 다룰 때도 송지현은 무겁게 접근하지 않는다. 출가하려는 외삼촌으로부터 불경을 틀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찾아낸 것은 ‘현대판 반야심경’인데, ‘마음이 편해지는 존나 쩌는 방법을 알고 싶어?’라고 시작한다.
소설집 9편의 주인공은 예술계통에서 일하는 주인공이다. 별 대단할 것 없는 ‘나’ ‘우리’ ‘가족’ ‘친구’의 일상과 의미를 가볍게 때론 묵직하게 풀어낸다. 송지현은 작가의 말에서 “밝은 곳으로, 농담이 넘치는 곳으로, 이윽고 상처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썼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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