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계약직 엉덩이 때린 이사 6년 만에 '성희롱·직장 내 괴롭힘' 인정..大法, 파기 환송

김현주 2021. 11. 2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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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대학 어린이병원 후원회에서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계약직 여성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인정해 가해자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A씨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및 수사기관에 고소한 시점과 형사 사건에서 진술을 비롯한 B씨의 대응을 종합하면 언어적 성희롱에 관한 A씨의 주장도 내용이 사실일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자선 행사 당일 VIP룸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주장된 사실관계는 B씨도 대부분 다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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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진술의 구체성·일관성 종합하면 사실일 고도의 개연성 증명"
형사재판 1·2심, 손배 청구 민사 1·2심 모두 "증거 부족하다" 가해자에게 무죄 선고
서울 서초구 소재 대법원의 전경. 뉴시스
 
대법원이 대학 어린이병원 후원회에서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계약직 여성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인정해 가해자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 후원회의 전 계약직 A씨(35)가 후원회 이사이자 병원 외래 진료교수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0월16일 B씨로부터 수개월에 걸쳐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해왔다고 직장에 처음 알렸다. 후원행사가 열린 한 골프장 VIP룸에서 폭행과 성희롱이 있었으며, B씨의 차 안에서도 추행이 있었다고도 했다.

A씨는 후원회 사무국장의 지시에 따라 2015년 4∼10월에 걸친 피해 내용을 정리했는데, 함께 작성된 표에 그간 주로 외래 진료실에서 이뤄진 신체적·언어적 성희롱 내용을 담았다. 며칠 후 A씨는 경찰에 고소했고, B씨는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다.

A씨는 이에 굽히지 않고 그간 당한 성희롱과 성추행,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역시 1·2심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해 A씨 주장을 인정했다. 그 진술이 구체적·일관적인 만큼 수개월 간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은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A씨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및 수사기관에 고소한 시점과 형사 사건에서 진술을 비롯한 B씨의 대응을 종합하면 언어적 성희롱에 관한 A씨의 주장도 내용이 사실일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자선 행사 당일 VIP룸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주장된 사실관계는 B씨도 대부분 다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중 상당 부분은 B씨가 관련 형사 사건에서 인정하기까지 했다”며 “B씨의 행위는 고용 관계에서 직장의 상급자인 B씨가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A씨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이자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B씨의 행위는 직장의 상급자가 지위를 이용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이자, 지위를 이용해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이라며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파기 환송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하는 서울중앙지법에 자선 골프 행사 지원과 관련해 후원회 직원들과 주고받은 사내 메신저 내용, A씨의 피해 내용 정리표, 사무국장이 신고받은 뒤 녹음한 원고 등을 면밀히 살피라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선 행사를 전후해 A씨와 B씨 등 관계자들의 행태를 면밀히 대조해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가치를 평가한 뒤 A씨가 주장하는 불법행위 사실에 대한 증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A씨가 B씨에게 입어온 성폭력 피해 사실 전부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포섭해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며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관련법이 시행되기 전의 일이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행위가 위법부당하다는 점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환영했다.

또 “A씨에게도, 여타 수많은 대한민국의 근로자에게도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A씨는 그간 재판 과정에서 “다리가 가늘고 새하얗다”, “몸매가 빼빼 말랐었는데 요즘은 살이 쪘다”, “남자 친구가 생겼냐? 일은 안 하고 정신이 팔려있다” 등의 언어적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선 골프 행사 당일 이를 망쳤다는 이유로 VIP룸에서 회초리를 구해오도록 해 나뭇가지로 엉덩이를 때렸다고도 호소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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